등록 : 2019.04.05 18:38
수정 : 2019.04.0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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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의 한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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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일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서예·전각 900여점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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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의 한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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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붓과 강인한 칼을 동시에 부리는 서예가 죽암 여성구가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10~16일까지 개인전 ‘도필자적’(刀筆自適)을 연다. 철(鐵)필로 쓰는 전각, 모(毛)필로 쓰는 서예의 세계를 탐구해온 여성구는 이번에도 전각 502방, 서예 402점을 전시장에 풀어놓는다. 이번 전시회의 고갱이는 ‘채근담’으로, 여성구는 채근담 전문을 전각과 서예로 각각 옮겼다. 중국 명나라 말기의 홍자성이 쓴 채근담은 청빈한 생활과 자연의 아름다움, 인격의 수련을 담은 책이다. ‘칼과 붓으로 유유자적을 즐긴다’라는 뜻의 전시 주제도 채근담과 맥락이 닿아 있다. “하늘이 나에게 복을 박하게 준다면 나는 내 덕을 두터이 하여 이를 보충할 것이며 하늘이 내 경우를 곤란하게 한다면 나는 내 도를 다하여 이를 통하게 할 것이니 하늘이라도 나를 어찌할 수 있겠는가”라는 채근담의 구절은 붓으로 자연의 순리를 따르면서도 칼의 힘으로 난관을 뚫는 그의 작업을 은유하는 듯하다.
구당 여원구를 스승으로 모시고 36년간 공부해온 여성구는 “서예가가 직업이지만 쓰고 새기는 작업을 일로 여기기보다는 그 과정의 즐거움과 묘미를 잃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서실 세심헌에서 공부하는 제자들을 글씨로 함께 즐기는 ‘도반’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02)730-5454.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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