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 연주자 이주한 1인 체제
6년 만에 새 앨범…창작곡은 기본
재즈·랩에 노래·프로듀싱까지
아내 ‘재키 곽’ 등 객원 보컬도 첨가
“보컬 대신 트럼펫 연주 늘리니
재즈적 색채 더 깊어진 것 같아
큰 용기 내 유튜브 채널도 개설
겁 나지만 되든 안되든 가는 거죠”
최근 4집 <재즈 쿠킹>을 발표한 팝재즈 밴드 윈터플레이의 이주한. 라우드픽스 제공
팝재즈 밴드 윈터플레이가 4집 <재즈 쿠킹>을 발표했다. 정규 앨범으론 2013년 발표한 3집 이후 6년 만이다. 그 사이 2016년 보컬리스트 혜원이 솔로 가수 ‘문’으로 독립했고, 밴드는 트럼펫 연주자이자 프로듀서 이주한의 1인 체제가 됐다.
앨범 제목의 ‘쿠킹’은 1950년대 재즈계에서 화끈한 연주를 빗대어 쓰던 말이라고 한다. 최근 서울 이태원의 작업실에서 만난 이주한은 “이번 앨범에 여러 스타일의 곡을 담았기에 샐러드, 누들, 스테이크, 디저트 등 다양한 코스 음식을 재즈 양념으로 맛있게 요리해 드린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마따나 앨범은 다채로운 구성을 띤다. ‘테이크 파이브’ ‘왓 어 원더풀 월드’ 등 재즈 스탠더드와 ‘러브 미 텐더’ ‘스탠드 바이 유어 맨’ 등 팝 명곡을 윈터플레이 색깔로 재해석했고, ‘바닐라 스카이’ ‘재즈 푸푸’ 등 창작곡도 담았다.
1인 체제로 변화함에 따라 음악 스타일도 적지 않게 바뀌었다. 우선 이주한의 장기인 트럼펫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전에는 혜원의 보컬을 살리는 쪽으로 곡을 만들다 보니 트럼펫 솔로가 많지 않았지만, 이젠 고정된 보컬이 없으니 트럼펫 연주를 더 많이 넣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재즈적 색채가 더 짙어진 것 같아요.” 특히 창작곡 ‘바닐라 스카이’는 팝재즈를 구사해온 윈터플레이가 고전 재즈 영역으로도 한 걸음 뻗었음을 느끼게 한다.
팝재즈 밴드 윈터플레이가 최근 발표한 4집 <재즈 쿠킹> 표지. 라우드픽스 제공
그렇다고 편안하고 대중적인 팝재즈 본연의 색깔을 잃은 건 아니다. 원래 연주곡인 ‘테이크 파이브’에 랩과 노래를 넣고, 존 레넌의 ‘이매진’, 샤프의 ‘연극이 끝난 후’ 같은 익숙한 곡들을 부드럽고 세련된 편곡으로 들려준다. 이주한은 연주 도중 리듬을 타며 영어 가사를 읊조리는 ‘재즈랩’을 구사하고, 몇몇 곡에서는 직접 노래까지 한다. “1인 체제로 된 이후 밴드를 살리기 위해 뭐든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신 없어서 시도하지 못했던 것들에 과감히 도전해봤어요. 랩 같은 것도 하고, 3년 전부터 발성 연습도 했죠. 노래는 아직도 한참 멀었지만, 재즈랩은 반응이 괜찮은 것 같아 다행이에요.”
메인 보컬의 빈자리는 객원 보컬로 채웠다. ‘러브 미 텐더’를 부른 가수 이현우는 6~7년 전 라디오 방송에서 처음 만났다. “얘기를 나눠보니 재즈를 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서로의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해 오다 이번에 아예 정식 작업을 한 거죠. 엘비스 프레슬리가 원곡을 워낙 잘 불러서 누가 불러도 쉽지 않은데, 현우씨가 펑키한 편곡에 어울리게 편안하게 잘 불러줘서 만족합니다.” 바버렛츠 출신 그레이스와 클래지콰이 초기 멤버이자 알렉스의 누나인 크리스티나도 목소리를 보탰다.
‘이매진’과 ‘스탠드 바이 유어 맨’을 부른 에버딘 오렌지의 이름이 유독 낯설어 누군지 물었더니 “신인 가수”라는 답만 돌아왔다. 거듭 캐물으니 “아내의 예명”이라고 털어놨다. 광고 제작 일을 하고 있는 아내 재키 곽은 미국 뉴욕 유학 시절 <문화방송> 대학가요제 미주 동부 예선에서 우승까지 했던 ‘끼’를 이번에 발휘했다. “전에 못 들어본 보물 같은 목소리를 뒤늦게 발견했달까요. 옛날 재즈 가수 같은 느낌, 여자 레이 찰스 같은 분위기마저 있어요.”
최근 4집 <재즈 쿠킹>을 발표한 팝재즈 밴드 윈터플레이의 이주한. 라우드픽스 제공
이주한은 유튜브에 ‘이주한 재즈 쿠킹’이라는 채널을 열고 영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음악과 요리를 결합한 토크쇼 영상을 지금까지 7편 올렸다. 남무성 재즈 평론가를 초청해 음악과 사는 얘기를 나누고 미트볼 스파게티를 만들어 함께 먹는 식이다. 기획·촬영·편집을 스스로 다 한다. “전에는 관심 없었다가 어느 순간 ‘이젠 포털이 아니라 유튜브에 내 이름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50대인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겁도 났지만 큰 용기를 냈어요. 이미 저질러서 되돌릴 수도 없으니 되든 안 되든 계속 가는 거죠.”
윈터플레이는 4월13~14일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한다. 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13일), 이현우(14일), 그레이스(13·14일)가 게스트로 나온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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