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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01 05:00 수정 : 2019.01.01 05:00

오는 2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동갑, 동감: 이정선 & 유지연 콘서트’를 앞두고 모인 하덕규, 이정선, 유지연, 함춘호(왼쪽부터). 안나푸르나 제공

‘기타 교본계 바이블’ 펴낸 이정선
500여 앨범 연주 도맡은 유지연
안나푸르나 출판사가 공연 주선
50년생 동갑내기 처음으로 한 무대

게스트는 포크 듀오 ‘시인과 촌장’
“우리가 받은 영감 보답하고 싶어”
좀처럼 보기 힘든 네사람의 협연
“요샛말로 ‘콜라보’…모이니 좋네요”

오는 2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동갑, 동감: 이정선 & 유지연 콘서트’를 앞두고 모인 하덕규, 이정선, 유지연, 함춘호(왼쪽부터). 안나푸르나 제공
소싯적에 기타 좀 만져본 사람이라면 열에 아홉은 이 책을 알 것이다. <수학의 정석>과 <성문 종합영어>가 공부하는 학생들의 바이블이었다면, <이정선 기타 교실>은 통기타를 배우는 이들의 바이블이었다. 1970년대 중반 데뷔한 이정선은 해바라기, 신촌블루스 등 그룹을 이끌며 포크와 블루스에 천착해온 음악가다. 장르는 다를지언정 그의 음악 중심에는 늘 어쿠스틱 기타가 있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또다른 어쿠스틱 기타의 절대강자가 있다. 유지연이다. 정태춘, 박은옥, 신형원, 김범룡, 이선희, 임지훈, 한돌, 남궁옥분 등 500여장의 앨범에 기타 연주와 편곡으로 참여한 인물이다. 한때 그의 기타나 하모니카가 들어가지 않은 포크·팝 음반이 없었다는 얘기도 있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관한 한, 그는 이정선과 함께 양대산맥으로 일컬어진다.

둘은 1950년생 동갑내기다. 1970년대 중반부터 서로 알게 됐지만, 친하게 어울리진 못했다. 소속사·음반사가 달라 한 무대에 선 적도 없다. 그럼에도 “같은 어쿠스틱 기타 음악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존재였다”고 유지연은 당시를 떠올렸다. 이들이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오는 2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동갑, 동감: 이정선 & 유지연 콘서트’에서다.

오는 2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동갑, 동감: 이정선 & 유지연 콘서트’ 포스터. 안나푸르나 제공
두 전설이 뭉치게 된 데는 출판사의 힘이 컸다. 이정선은 안나푸르나 출판사를 통해 이 달 안에 <비틀스 전곡 악보집>을 낼 예정이다. 비틀스가 발표한 모든 곡을 통기타로 칠 수 있도록 코드를 채보해 악보로 만들었다. 유지연의 책 <어쿠스틱 기타 마스터피스>도 같은 출판사에서 1월 중 나올 예정이다. 두 책을 준비하던 김영훈 안나푸르나 대표는 둘에게 “이것도 인연인데 함께 공연을 해보시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둘은 선뜻 수락했다. 출판 일만 하던 안나푸르나는 처음으로 공연 기획을 하게 됐다.

2018년이 저물어가던 12월의 한 저녁,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쇼룸에 두 기타리스트가 모였다. 공연 포스터 촬영을 위해서다. 둘은 만나자마자 음악 얘기로 말문을 텄다. “20년 동안 음악을 좀 멀리하다가 2016년 말 음반을 내면서 다시 시작했어요. 요즘 디지털 댄스 음악이 대세이지만, 이제 어쿠스틱 음악이 돌아올 때도 되지 않았나 싶어요.”(유지연) “요즘 음악을 많이 들어요. 힙합도 듣고요. 예전보다 다양한 음악이 나오는 건 좋은데,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과거에 나왔던 향기 있는 음악이 없어서 아쉽기도 해요.”(이정선)

이 자리에는 1980년대 전설의 포크 듀오 ‘시인과 촌장’ 멤버 하덕규와 함춘호도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두 거장의 공연에 게스트로 서기로 했다. 1986년 2집부터 함께한 둘은 ‘사랑일기’, ‘가시나무’ 등 명곡들을 남겼다. 지난 2000년 12년 만의 새 앨범 <더 브리지>를 발표하고 공연한 이후, 둘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건 19년 만이다.

오는 2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동갑, 동감: 이정선 & 유지연 콘서트’를 앞두고 모인 하덕규, 유지연, 이정선, 함춘호(왼쪽부터). 안나푸르나 제공
“두 분은 우리 시대의 레전드이자 기타의 표본이었어요. 두 선배들의 음악을 들으며 사춘기를 보냈고, 그 영향으로 시인과 촌장 음악도 나올 수 있었죠. 우리가 받은 것들을 보답하고 존경을 표하기 위해 게스트 출연을 하기로 했습니다.”(하덕규) “이정선 형님의 음악은 한편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아요. 시인과 촌장 음악도 그렇지요. 유지연 형님은 직접적 인연은 없지만, 녹음실을 오가며 알게 됐고요. 둘 다 음악적으로 동경하는 분들이지만, 현실에선 너무 좋은 형들이에요.”(함춘호)

이정선과 유지연이 한 무대에 서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시인과 촌장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도 화제가 될 법하다. 이 무대를 계기로 시인과 촌장이 다시 활동할 수도 있을까? “최근 재결성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세월이 흘러 나이도 들고, 이제는 유행을 따라가지 않아도 되는 음악인이 됐어요. 그저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좋은 음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함춘호) “함춘호는 이정선을 계승한 최고의 기타리스트예요. 저는 물이 고이듯 음악이 쌓이는 사람이라 작업해온 곡들이 좀 있어요. 이걸 하면 누구하고 하겠어요?”(하덕규) 확답은 아니어도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한 대답이 돌아왔다.

공연에선 각자 솔로곡뿐 아니라 두명씩, 그리고 넷 모두의 협연도 펼쳐진다. “저는 공연을 자주 해요. 그래도 이렇게 모여서 하니 에너지도 얻고 좋네요. 음악적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 만큼 새로운 게 나올 것 같아요. 요새 얘기로 콜라보잖아요.” 이정선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공연 문의 (02)3144-4872.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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