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지금, 한국 힙합을 논하다’
“힙합이 대세”라는 말이 이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일곱번째 시즌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이 지난달 초 화제 속에 방송을 마쳤고, 래퍼 12명과 깊게 나눈 인터뷰를 담은 힙합 영화 <리스펙트>도 지난달 28일 개봉했다. 한편, 래퍼 산이가 공개한 곡 ‘페미니스트’가 여성혐오 논란을 일으키는가 하면, 래퍼 도끼가 부모의 빚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천만원은 내 한달 밥값밖에 안되는 돈”이라고 발언해 비판을 받는 등 잡음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한겨레>는 한국 힙합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긴급 좌담을 마련했다.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 유지성 프리랜스 에디터, 래퍼 팔로알토·자메즈 등 4명이 지난달 29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얘기를 나눴다.
래퍼 팔로알토. 하이라이트레코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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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자메즈.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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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힙합도 쇼미더머니도
사춘기·시행착오 함께 거쳐”
“초등생부터 즐겨들어
이제부터 한국 힙합 시험대“ 여성비하·성희롱 논란
“당사자 상처 받았겠지만
래퍼의 표현 막을 수 없어”
“개인의 선택이지만 무례해
남성우월적인 문화 경계를” 도끼의 부 과시 논란
“힙합은 완전한 존재 아냐
늘 과도한 오해·편견 있어”
“그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
힙합 대표하는 것처럼 비쳐” 곧바로 한국 힙합이 진짜 대세인가에 대한 주제로 들어갔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쇼미더머니>로 이어졌다. <쇼미더머니>는 국내에 힙합 붐을 일으킨 공신이자 힙합에 부정적 이미지를 씌운 주역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다. 기자 요즘 힙합이 대세라는데, 맞나? 팔 최근 10년을 돌아보면 <쇼미더머니>가 논란 속에서도 회차를 거듭하며 흥행했고, 방송 출연 래퍼들이 돈을 벌기 시작했다. 또 초등학생부터 모든 연령대 사람들이 힙합에 관심을 갖고 즐겨 듣게 됐다. 숫자로 증명할 순 없지만 전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도 힙합이 대세가 된 건 맞는 것 같다. 유지성(이하 유) 크게 보면 전성기 맞다. 다만 <쇼미더머니> 최고 시청률을 보면, 시즌 5가 2.9%, 시즌 6가 2.5%, 시즌 7이 1.7%였다. 이게 어떤 사인이라면 사인이다. 시즌 7을 보면, 기술적 측면에선 상향평준화됐다. 하지만 인물을 놓고 보면 시즌5의 비와이나 시즌 6의 우원재 같은 새로운 존재가 없었다. 나올 만한 사람은 다 나와서 이젠 어느 정도 정점을 찍고 위기가 올 수도 있는 단계라 생각한다. 김 제작진이 이번 시즌을 마지막이라 생각해서 그런 건지 악마의 편집, 노이즈 마케팅 같은 걸 확 줄였다. 팔 이번 시즌에 함께 나온 딥플로우, 더 콰이엇 등 프로듀서들이 비슷한 시기에 음악을 시작한 또래들이다. 서로 마음도 잘 맞았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을 제작진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제작진도 그걸 받아들여줬다. 이런 날도 오는구나, 감회가 새로웠다. 시즌 4때도 참여했었는데, 그때보다 훨씬 즐거웠다. 자메즈(이하 자) 시즌2에 처음 지원했다가 예선 탈락했고, 시즌 3 때 방송에 나왔다. 군대 전역한 뒤 휴학하고 음악을 시작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멋모르는 패기로 밀고 나갔고, 시즌 4에서는 좀 더 높이 올라갔다. 돈도 좀 벌고 사람들도 나를 알게 됐다. 이후 아티스트로서 어떤 태도로 음악을 할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시즌 6에 나가서는 그런 고민을 보여주려 했다. 시즌 7에 참여한 건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힙합을 많이 봤다. 시즌 3·4는 자극적이었는데, 시즌 7은 그런 거 없애고 반대로 간 거다. 팔 시즌 4에서 자극이 극에 달했다. 당시 우리 회사에서 발표한 ‘마이 팀’이라는 곡 때문에 방송에서 오묘하게 산이랑 대결구도로 비쳐졌고, 결국 디스 배틀 미션에서 갈등이 생겼는데, 시청률이 높았다. 래퍼들은 싸움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디스 배틀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디스와 랩 배틀은 엄연히 다른 분야다. 자 시즌 4에서 베이식 형과 디스 배틀을 해야 했는데, 저는 형한테 그런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그런 쪽으로 흐르면서 감정에 동요가 생기더라. 이런 분위기를 만든 상황이 싫었다. 김 랩 배틀이란 게 세팅을 해서 감정이 없어도 할 수 있다. 얼마나 재치있게 공격하느냐를 즐기고 끝나면 악수하고 헤어질 수 있는 거다. <쇼미더머니> 랩 배틀은 세팅도 문제였지만, 누가 더 재치있게 잘했는지가 아니라 오직 도덕적 관점에서만 재단하는 일부 시선도 아쉬웠다. 자 한국 힙합도 <쇼미더머니>도 사춘기와 시행착오를 거쳐온 것 같다. 결국 시즌7에선 보기 좋았다. 김 <쇼미더머니>가 7년을 해오면서 변해왔고, 그에 대한 내 판단도 처음보다는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지난 7년 동안 <쇼미더머니>라는 긴 터널을 지나왔고, 이제 빠져나오는 시점 같다. 이제부터 한국 힙합의 시험대라 할 수 있다.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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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성 프리랜서 에디터. 허재영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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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마다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한국 힙합 대중화에 영향을 미친 tvN <쇼미더머니>의 한장면.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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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페미니스트’로 여성비하 논란에 휩싸였던 래퍼 산이. 영화 <리스펙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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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빚 논란 때 대응했던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래퍼 도끼. 영화 <리스펙트>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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