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22 05:01
수정 : 2018.11.2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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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순철 작가의 <나의 가족> 연작 가운데 한 작품. 실향민 이근배씨(왼쪽)와 북한에 있는 그의 부친의 가상 이미지를 함께 합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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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순철 작가 사진전 ‘나의 가족’
실향민 가족사진 속 얼굴상 따내
3D 나이변환 기술로 인물 만들어
남북 이산가족 가상현실로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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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순철 작가의 <나의 가족> 연작 가운데 한 작품. 실향민 이근배씨(왼쪽)와 북한에 있는 그의 부친의 가상 이미지를 함께 합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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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부모님을 보고싶다는 그리움이 눈망울에 흥건하게 배어있는 할아버지. 그는 전시장의 사진 속에서 옛 사진을 들고 홀로 서있었다. 굳은 살 박힌 그의 손아귀에 든 옛 사진에는 1944년 10월 황해도 고향에서 찍은 젊은 부모와 어린 형제들의 모습이 담겼다.
할아버지의 이름은 윤병국. 수선업을 하며 생긴 상처로 손가락에 반창고를 항상 감고사는 80대 실향민이다. 그는 자신의 염원을 사진가가 찍은 사진 속에서 마침내 이루었다. 온순한 눈매와 미간이 닮은, 100살이 넘었을 아버지, 어머니가 사진 속에서 그의 옆으로 다가와 나란히 앵글 속에 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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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족> 연작 가운데 황해도 실향민 윤병국씨를 찍은 사진. 1944년 10월 황해도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품에 안고 선 윤씨의 처연한 눈망울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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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울 삼청동 아라리오갤러리 삼청점에 차려진 변순철 사진가의 개인전 ‘나의 가족’에는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던 이산가족의 기묘한 상봉 기념사진들이 내걸렸다. 이들의 상봉은 사진 프레임 안에서만 벌어질 뿐이다. 60년 넘게 생사도 모르고, 지금 어떻게 변했는지도 모르는 북녘의 혈육들이 실제 사람과 다름 없는 가상의 이미지로 담겨 전시되고 있는 까닭이다.
국내 생활현장에서 한국인들의 유형학적 사진을 찍어온 변순철 작가는 광복 70돌을 맞은 2015년 제일기획, 대한적십자사 등과 협력해 이산가족 중 북쪽 가족 옛 사진을 지닌 극소수의 실향민들을 찾아냈다. 20여명을 한 사람씩 작업실로 불러 흰 배경아래 초상을 찍었다. 그와 협업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상미디어연구단은 70여 년 전 사진에서 나이든 가상의 북녘 혈육 얼굴상을 추출했다. 범죄자나 실종아동의 몽타주 작성 등에 쓰였던 쓰리디(3D)나이변환 기술이 실향민의 내면을 드러내는 사진가의 작업에 마중물이 된 셈이다. 어르신 모델을 기용해 북쪽 가족의 몸 부분을 촬영하는 작업은 별도로 이어졌다. 그 결과 한국인의 세대별 주름양과 피부 두께, 얼굴색 등을 표본 데이터베이스화한 정보들이 입력돼 가상 상봉하는 북쪽 가족들의 생생한 얼굴과 체형이 사진처럼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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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족> 연작 중 일부. 실향민 곽육규씨(왼쪽)가 의자에 앉은 북한의 큰 형과 손을 잡고 연출한 가상의 상봉장면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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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과 지하 전시장에는 그렇게 재현된 형제, 자매, 부모들의 혈육 얼굴들이 실제 노인 모델들의 몸과 일상복에 합성돼 실제 사진보다 더욱 현장감 넘치는 이미지로 남쪽 가족과 함께 한 기념사진들이 내걸렸다. 가슴에 쌓인 이산의 슬픔이 사실적인 가상형상과 실제 실향민들의 얼굴을 포착한 기록 사이에서 강렬한 떨림을 일으키지만, 분단 역사를 배경으로 가상과 현실, 기록과 기억이 뒤섞이고 녹아든 양상으로 작품들이 구성되면서 스산한 초현실적 분위기 또한 감돌고 있다. 합성된 북녘 이산가족들의 눈매에는 허연 은빛 칼날 같은 합성의 이미지 잔상이 남아있어서 유령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명백히 대비되는 흑백 사진의 구성을 취한 출품작들은 극사실적 사진의 구도와 한국인 특유의 분단 정서가 맞물려 소재의 의미, 사진의 기능, 정체성에 뒤얽힌 복잡한 고민과 상념을 일으킨다. 작가는 “사진을 찍은 일부 어르신들은 촬영 뒤에도 가상으로 만든 부모님 이미지를 잊지 못해 작업실을 떠나지 못하겠다면서 한참을 머무르거나, 계속 작업장을 찾아오셨다”고 털어놓았다. 내년 1월 13일까지. (02)541-5701.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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