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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19 18:15 수정 : 2018.11.19 22:56

‘올오버’전에 나온 이환희 작가의 출품작중 하나인 <라인배커>(2018). 좌우 대칭의 이등변 삼각형을 중심에 놓고 특정한 영역에서 표면의 질감을 증폭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재료나 매체의 물성을 치밀하게 조율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서울 하이트컬렉션 ‘올오버’
2050 추상작가 11명 근작·소장 작품
한국 현대 추상회화 문제의식 표출

경기도 미술관 ‘코리안 디아스포라…’
국외 동포작가 25명 회화·사진 등
분단·이산 정체성·통일 소망 표현

‘올오버’전에 나온 이환희 작가의 출품작중 하나인 <라인배커>(2018). 좌우 대칭의 이등변 삼각형을 중심에 놓고 특정한 영역에서 표면의 질감을 증폭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재료나 매체의 물성을 치밀하게 조율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20세기 등장한 추상그림은 치열한 저항의 산물이다. 수천년 지속된 재현의 관습에 지난 세기초 서구 모더니즘 작가들은 정면으로 맞서면서 물감이란 물질과 평면 자체에 주목했다. 사진기가 그림보다 더 핍진하게 현실을 재현하는데, 왜 2차원 화폭에 역사나 현실의 풍경을 3차원 입체인 것처럼 계속 옮겨야하는가란 문제의식이 있었다. 미국 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한발 더 나아갔다. 회화의 평면 위에서 물감 등의 물질을 다루는 기법, 즉 공간 표현 형태 색채 등에 대한 몰입이 회화의 본질과 순수 가치를 지속시킬 것이라고 역설하며 추상회화를 근현대 미술사의 주류로 끌어올렸다.

서울 청담동 하이트컬렉션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추상작가 11명의 연합기획전 ‘올오버’(12월1일까지)는 여전히 많은 화가들을 사로잡고 있는 추상회화의 물질성과 기법의 의미를 새삼 되묻는 자리로 맞춤하다. 지금도 국내 화단에서는 벽지 같은 40여년전 단색조 회화가 화랑가의 기획 아래 유행 상품으로 잘 팔리는 모순적 현상이 판치지만,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세대에 걸친 11명의 중견, 소장 출품 화가들은 그런 흐름 너머에 묻힌 한국 현대 추상회화에 대한 다양한 방법론과 문제의식을 표출한다. 들머리에 들어서면 평평한 평면 프레임에 머물지 않고 구나 원통, 깨진 조각 등의 다기한 화폭들을 통해 추상을 표현하려한 정희민 작가의 작품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등변 삼각형을 중심에 놓는 대칭형 구도의 화폭 속에 질감, 배치, 매체 등을 철저히 통제하며 구성의 정연함과 질감의 자유로운 패턴이 조화를 이룬 이환희 작가, 단단한 나무 패널 위에 그래픽 같은 점선의 기하학적 이미지를 매끈하게 그린 김미래 작가의 근작들이 청년 추상작가들의 남다른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제여란, 성낙희 등 중견작가들도 두툼한 물감덩어리를 휘저으며 격랑 같은 마티에르 효과를 강조하거나, 점선 등의 이미지를 리듬감 있게 중첩시키는 특유의 기법으로 젊은 작가들과 조응한다. 작품별로 제목이 붙어있지 않아 설명지 들고 숨바꼭질하듯 해당 작품을 찾아야한다. 좀 번거롭기는 해도, 그림의 평면들마다 각양각색으로 부린 상상력 탐구를 하는 발품의 재미가 쏠쏠하다.

‘코리아 디아스포라…’전에 출품한 중국 동포화가 황철웅씨의 수채화 <천지>(2016). 눈으로 덮힌 백두산 천지의 모습을 유화를 방불케하는 중후하고 장대한 화면으로 표현했다.
추상과는 다른 리얼리즘 회화 맥락에서 디아스포라(이산)의 화두를 다룬 국외동포 작가들의 연합기획전도 차려졌다. 경기 안산시에 자리한 경기도 미술관에서 25일까지 열리는 ‘코리안 디아스포라, 이산을 넘어’ 전이다. 기획진이 1년여 동안 러시아, 중앙아시아, 사할린, 일본, 중국 등지에 흩어진 동포작가 25명의 작품 114점을 추려모은 전시회는 이산의 기억과 정체성, 정착, 분단·통일에 대한 상념 등의 화두로 출품작들을 갈라 선보인다. 수채화에 중후한 대작유화를 방불케하는 표현을 쓰거나 준법 같은 전통회화적 요소를 결합시킨 중국 동포작가 황철웅, 유흥준 등의 출품작은 국내 회화에서 보기 어려운 채색과 필법의 숙련도가 돋보인다. 알몸 남자가 추락하는 이미지를 통해 이산의 상처를 상징화한 카자흐스탄 동포작가 리 게오르기의 조형적 감각과, 분단·차별·항쟁 등의 소재를 전통에서 현대적 도상까지 아우르며 화면에 풀어놓는 재일작가 김석출, 홍성익 등의 시선에도 눈길을 줄만하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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