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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26 14:52 수정 : 2018.08.27 08:51

리패키지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를 발표한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結 ‘Answer’>리뷰
깊이와 만듦새에서 전작 성취 다시 확인
주제의식 돋보이는 후반부가 앨범의 핵심

국악과 아프리카 리듬 결합한 곡 ‘아이돌’
정체성 질문 받는 K-POP의 참신한 대답
빌보드 핫100 ‘페이크 러브’ 기록 돌파 예측

리패키지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를 발표한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이 24일 발표한 리패키지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는 전작 <화양연화>의 번민하던 청춘이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했음을 알리는 선언과 같은 작품으로, 2년여간 이어온 프로젝트의 마침표이기도 하다.

앨범의 핵심 서사는 보컬 멤버들이 주축이 된 연작들을 중심으로 촘촘히 엮여 있다. 남다른 감정의 깊이를 통해 설렘을 묘사하는 정국의 솔로곡 ‘유포리아’, 뷔의 독특한 중저음이 돋보이는 네오솔 곡 ‘싱귤래리티’, 지민의 섬세한 음색을 통해 화려하게 묘사한 ‘세렌디피티’ 등은 각각 <러브 유어셀프 승 ‘허’>와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이어지는 서사 안에서 자연스러운 감정의 전이를 이끌어 내도록 배치되어 있어 그 구성이 절묘하다.

뮤지션으로서의 존재감도 눈에 띈다. 제이홉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하우스 장르로 풀어낸 ‘저스트 댄스’, RM의 묵직한 톤이 고풍스런 현악 반주와 어울린 ‘러브’, 냉소 어린 솔직함이 디스코 그루브와 만나 달콤쌉쌀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슈가의 ‘시소’ 등에서 보듯 지나간 것과 새로운 것을 설득력 있게 조화시킬 줄 아는 이들의 감각은 세계적인 프로듀서들의 참여 사이에서도 다행히 그 중심을 잃지 않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발표한 리패키지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 표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시리즈의 주제 의식이 극적인 결말을 맺는 후반부는 단연 이 앨범의 핵심이다. 슬픔과 좌절의 끝에서 부족한 나를 보듬고 사랑해야 한다는 ‘자각’을 새롭게 얻는다는 내용을 담은 ‘이피퍼니’는 진의 호소력 있는 외침을 통해 뭉클한 감동을 만들고, 그 자각의 메시지는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건 나’라는 메시지를 담은 ‘아임 파인’을 통해 한층 더 구체적으로 그려지더니, 마침내 ‘앤서’(대답)에 이르러서 그 모든 슬픔과 연민의 감정은 희망으로 바뀌어 마무리된다.

이 앨범은 서사의 깊이와 음악의 만듦새 모두에서 전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의 성취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확인시켜준다. 익숙한 장르를 받아들이는 와중에도 랩, 노래, 곡, 태도 모두에서 남들과 쉽게 구별되는 고유한 개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아티스트로서 이들의 가치를 입증하는 지점이며, 동시에 그들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 리패키지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의 타이틀곡 ‘아이돌’ 뮤직비디오 장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수십년간 무국적성의 미학을 미덕으로 삼아 현대성을 경주해온 케이팝에게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뼈아픈 부분이었고, 이는 방탄소년단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아프로 비트와 국악이 한데 어울린 타이틀곡 ‘아이돌’은 흥미로운 도발로 느껴진다. 미국 주류 시장에서조차 낯선 아프로 장르 ‘곰’(Gqom·남아프리카에서 유래한 하우스 음악의 한 장르)에 꽹과리와 ‘덩기덕 쿵더러러’를 곁들인 이 혼종적 사운드는 비슷비슷한 뭄바톤 사운드가 아직 주류로 군림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분명 그 참신함을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비록 국악을 전면에 표방하지는 않았지만 트렌디한 비트 사이로 한국적 색채를 충분히 과시한 이 곡은 글로벌 그룹으로 자리매김한 이들이 그간 품어온 고민에 대한 나름의 대답일 것이다.

이곳 미국 현지 미디어와 음악 팬들도 ‘아이돌’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에스엔에스에서는 ‘얼쑤’라는 추임새가 화제에 오르고, 뮤직비디오에 나온 호랑이와 팔작지붕 등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눈에 띈다. ‘아이돌’ 원곡과 미국 래퍼 니키 미나즈가 참여한 또 다른 버전이 미국 아이튠스 차트 1~2위에 나란히 올라 있어 향후 빌보드 차트에서의 선전도 예상된다. <포브스>는 ‘아이돌’이 빌보드 ‘핫 100’ 차트 10위까지 올랐던 ‘페이크 러브’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러브 유어셀프> 연작이 들려준 진솔한 메시지와 흥미로운 음악적 시도를 처음부터 다시 음미하며 한때 ‘시대정신’으로 불렸던 서태지를 떠올렸다. 젊음을 대변하고, 나아가 세대를 아우르고, 마침내 서로 다른 지역과 인종을 음악이 품은 보편성과 진정성으로 묶어내기 시작한 이들은 이제 마침표이자 또다른 시작점이 될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를 통해 글로벌 장르로 거듭난 케이팝의 새로운 시대정신이 무엇인가를 새삼 묻고 있는 것만 같다.

시애틀/김영대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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