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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21 04:59 수정 : 2018.08.21 13:44

최근 새 앨범 ‘우중간 밀어치기’ 발표한 정원영.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우중간 밀어치기’ 발표한 정원영
보사노바 리듬의 타이틀 등 4곡
정규 8집 프로젝트 중 하나지만
당분간 앨범 계획은 연기하기로

최근 새 앨범 ‘우중간 밀어치기’ 발표한 정원영.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굳이 음악을 계속 발표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점점 많이 든다. 하고 싶으면 혼자 하면 될 듯. 고양이를 기르듯이.” 피아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정원영이 지난 6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음악가와 음악가 지망생의 멘토, 뮤지션의 뮤지션으로 일컬어지는 그의 뜻밖의 자조에 많은 이들이 공감과 위로, 응원의 댓글을 달았다.

다행히 그는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달 말 신곡 네 곡을 담은 미니앨범 <우중간 밀어치기>를 발표했다. 타이틀곡인 첫 곡의 제목은 ‘간단하게’다. 하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곡이다. 살랑거리는 보사노바 리듬에 밝은 멜로디를 담았는데, 언뜻 편안하게 들려도 결코 쉬운 선율의 흐름이 아니다.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어려운 음들로 멜로디를 만들다 보니 가사를 일부러 반대로 붙이고 싶어졌어요.” 지난 16일 만난 정원영이 말했다. 마치 음악을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소년의 표정이었다.

앨범 두번째 곡 ‘아델’은 그가 교수로 있는 호원대 실용음악과 제자 일레인이 불렀다. 두 여성의 동성 간 사랑을 그린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노래다. 아델은 영화 속 주인공 이름이다. 일레인의 나지막하면서도 깊은 음색이 푸른 빛 도는 사랑 이야기를 슬프도록 아름답게 풀어낸다. 피아노 연주곡 ‘스윔 캠프’는 깊고 어두컴컴한 물속으로 침잠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2~3년 사이 친한 친구와 후배들이 세상을 떠난 데 대한 상실감을 담은 곡”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마지막 곡 ‘맨발의 청춘’은 활기차다. “삼포세대니 오포세대니 하는 이 시대 청춘들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만든 노래”란다.

정원영이 최근 발표한 미니앨범 ‘우중간 밀어치기’ 표지. 스티즈 제공
이번 앨범은 정규 8집을 만드는 프로젝트의 하나였다. 앞서 그는 지난 3월 세 곡을 담은 미니앨범 <테이블 세터스>를 발표했다. “앨범 하나 녹음하려면 서너 달은 걸리는데, 학교니 다른 프로젝트니 먹고사느라 바빠서 도무지 시간을 못 내겠더라고요. 그래서 되는 대로 서너 곡씩 디지털 음원으로 발표해보자 했죠.” 이번 앨범에 이어 가을에 또 하나의 미니앨범을 내면서 8집 앨범을 완성하는 게 애초 그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음 앨범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곡을 쓰고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걸 좋아해요. 돈은 안 돼도 사람들이 보내주는 피드백으로 먹고사는 건데, 몇년 전부터는 반응이 없어요. 며칠 전 김광민 등 가까운 사람 6명을 만났더니 아무도 제가 앨범 낸 걸 모르더라고요. 심지어 형제들도 몰라요. 음악에게 미안해졌어요. 이런 식으로 계속하는 건 음악에게 너무 무례한 짓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당분간 음악을 쉬자 한 거죠.”

그는 요즘 음악계가 과부하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디지털 음원 시대가 되면서 너무 많은 음원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런 음악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음악을 그저 또 하나의 정보 덩어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홍보·마케팅에 돈을 많이 쓰는 음악들이 그나마 알려지는 반면, 다른 수많은 음악들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떠밀려 잊혀지는 게 현실이다. 그는 “나뿐 아니라 다른 음악가들도 겪는 똑같은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형, 요새 뭐가 제일 힘들어요?” 얼마 전 만난 윤종신이 그에게 물었다. “음악 하는 게 제일 힘들어. 내가 앨범 낸 거 너는 아니?” 둘이서 요즘 음악계의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 한참을 얘기했다고 한다. 둘은 음악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다만 구체적 개선 방안을 내놓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당분간 앨범은 안 내도 곡은 계속 쓸 거예요. 언젠가 그걸 낼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내야죠. 이전 두 앨범처럼 야구 관련 제목을 붙인다면 <콜드게임>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항복의 의미로요.”

자꾸만 가라앉는 분위기를 바꾸고자 그의 바람을 물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만 모이는 플랫폼이나 커뮤니티가 생기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요.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좋은 음악을 나누고, 앨범 제작을 위한 펀딩도 하고.” 음악 좋아하는 이들이 맘껏 음악 하는 세상을 꿈꾸는 정원영. 그의 다음 앨범 제목이 <콜드게임>이 아니라 <그랜드슬램>(만루홈런)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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