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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12 20:59 수정 : 2018.08.13 16:25

페미니즘 관점에 입각해 음악가 9명의 인터뷰를 담은 책 <두 개의 목소리>의 작가 이민희씨가 7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사옥에서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두 개의 목소리’ 낸 출판인 이민희
지난해 남편과 출판사 ‘산디’ 차려
페미니즘과 음악을 하나로 결합
남녀 음악가 9명 인터뷰 엮어내
“책은 안팔렸지만 더 큰 걸 얻었다”

페미니즘 관점에 입각해 음악가 9명의 인터뷰를 담은 책 <두 개의 목소리>의 작가 이민희씨가 7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 사옥에서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민희씨는 20대 초반이던 2002년부터 대중음악평론가로 활동해왔다. <왜 그 이야기는 음악이 되었을까> <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 등 책도 썼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일이 줄어드는 걸 느꼈다. “음악평론을 덜 찾게 된 시대의 변화 탓도 있겠지만, ‘내 글이 매력 없나? 언제까지 일을 의뢰하는 전화 한 통, 메일 한 통에 일희일비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누가 요청하지 않아도 능동적으로 책을 써보자 결심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원고를 완성할 즈음, 아예 출판사를 직접 차려볼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17년간 한 직장에서 엔지니어로 일해온 남편은 크게 반겼다. 남편이 회사를 나오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지난해 5월 출판사 산디를 차렸다. 부부도 책에 나오는 이들처럼 새로운 판을 벌인 것이다. 올 초 산디의 첫 책 <회사를 나왔다 다음이 있다>는 그렇게 해서 빛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이민희씨가 출판사를 차리자마자 시작한 일은 따로 있다. 두번째 책을 준비하는 일이었다. 그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 사태’가 한창 달아오를 때 트위터에 뒤늦게 입성했다. 사회 이슈를 따라가기 위해서였다. 거기서 발견한 건 페미니즘이었다. 또래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 각성해나갔다. 그는 이를 “매트릭스 빨간 약”이라 했다. 영화 <매트릭스> 주인공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빨간 약을 먹고 매트릭스 바깥의 진짜 세상을 마주한다는 데서 따온 비유다. “빨간 약 먹은 동지들과 뭘 나눌 수 있을까 생각하다 내가 오랫동안 해온 음악가 인터뷰와 페미니즘을 연결해보자 한 거죠.”

페미니즘을 얘기할 만한 음악인들에게 연락하니 모두 흔쾌히 수락했다. 김민정(에고펑션에러), 백수정(다이얼라잇), 소히, 안예은, 연리목, 오지은, 요조, 흐른 등 여성 음악가 8명과 페미니즘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남성 음악가 유병덕(9와 숫자들)을 인터뷰했다. 얘기를 나누면서 “나 또한 페미니스트로서 전진해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흐른과 얘기하면서 왜 여자가 음악을 10년쯤 하다 보면 페미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는지, 유병덕과 얘기하면서 왜 여성 음악평론가 숫자가 부족한지를 깨닫게 됐거든요.”

이 인터뷰를 모아 지난 달 산디의 두번째 책 <두 개의 목소리>를 펴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400명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다. 언론과 큰 서점을 상대로 홍보·마케팅을 펼치는 대신 작은 동네 책방과의 직거래에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두 개의 목소리>는 첫 한 달 동안 800부가량 팔리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 실패한 건 인정하지만, 후회는 없어요. 책이 많이 안 팔려도 인터뷰를 하면서 더 큰 걸 얻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마칠 즈음 그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책이 나온 뒤 어느 공영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출연 섭외가 들어왔어요. 피디와 작가는 적극적이었는데, 갑자기 ‘데스크에서 잘렸다’고 하더군요. ‘페미니즘은 하지 말라’고 했대요. 너무 화가 났어요. 그래서 결심했죠. 이럴수록 더 많이 나서서 떠들어야겠구나 하고요. 이 얘기 꼭 전해주세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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