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13 19:32
수정 : 2005.07.1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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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귀곡산장>은 공포와 코믹을 섞은 작품이다. 개그맨 이홍렬과 강성범이 1인 다역을 맡으며 1993년 방송의 간판 코미디 꼭지였던 ‘귀곡산장’을 연극 무대로 옮긴다. 다음달 28일까지 대학로 상상나눔씨어터. (02)74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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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 에볼’ ‘악녀 신데렐라’ 등 상연 잇따라, 오감으로 느끼는 체감 공포 영화보다 높아
한 여름마다 방송이나 영화는 공포물로 넘쳐난다. 온통 납량특집으로 꾸며 ‘채널권’을 일순, 일방적으로 박탈해버리는 그 상황이 더 무섭지만, 정작 의문은 풀어주지 않는다. 공포물이 과연 여름철 더위를 앗는데 효과는 있는 걸까, 그렇다면 왜?
이범용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설명은 이렇다. “놀라거나 두려움을 느끼면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이 활발하게 반응하면서 뇌처럼 중요한 기관으로 연결된 혈관은 늘어나지만 손, 발끝 같은 데로 가는 혈관은 수축된다. 그러면 흐르는 피의 양도 줄면서 입이 마르거나 식은땀이 나게 된다. 이때 서늘한 느낌, 오싹하고 짜릿한 느낌들도 함께 발생한다.”
하지만 그때 반드시 몸 안의 열이 덜어지는 건 아니다. 혈관이 확장될 때 몸의 열은 더 쉽게 방출된다. 이씨는 “입이 마를 때 외려 열이 확 오르기도 하지만 무서운 것과 떨린 것, 추운 것이 심리적으로 어울리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연극 무대에 공포물이 한번에 쏟아지고 있다. 연극은 여름이 비수기인데다, 계절 기획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사실 공포물은 영화나 티브이보다 무대에서 더 효력을 발휘하기 쉽다. 서늘한 분위기를 오감으로 직접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15일부터 한달 간 계속 되는 <엠 에볼>(대학로 두레소극장). 매일 밤 11시(일요일 제외)께 한 차례만 무대에 올리면서 아예 ‘대한민국 최초 심야 공포 연극’이란 부제를 내걸었다. 성기능을 상실한 대학교수, 외모 때문에 버림받은 뒤 남성에게 강한 집착을 하는 미혼녀, 사회 부적응 고등학생, 성형 중독에 걸린 여성 등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자들이 모임을 가진다. 선택받은 자들을 제물로 삼아, 자신들도 후대에 선택받은 이들로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제의식을 갖기 위해서다. 인간 제물은 객석에서 골라진다. 출연배우 김재환씨는 “제례의 의식행위로 벌어지는 배우들의 살인 놀이 등을 보면서 관객들은 점차 현실과 연극의 경계가 흐릿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무대에 오른 관객도, 몰래카메라를 보듯 무대를 지켜보는 이들도 모두 또 하나의 배우가 된다. ‘엠 에볼’은 ‘러브 미(Love Me)’를 거꾸로 한 것이다. 1544-1555.
<하녀들>(8월21일까지)은 자매 하녀가 여주인과 딸을 살해한 뒤 동성애를 벌이다 발각된 실제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프랑스 작가 장 주네의 <하녀들>을 원작으로 한다. 공포가 연출된다기 보다, 여주인을 향한 하녀들의 분노와 동경이 교묘하게 뒤섞인 인간의 이중성, 권력 관계에 의해 노정되는 인간 사회의 부조리 따위로 ‘공포’를 사색하게 한다. 연기가 전체적으로 정제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흑백 색감과 붉은색으로만 짜인 무대 배경, 하녀의 뺨을 때리는 여주인이 손에 잡힐 듯한 초소형 규모의 극장(홍익대 근처 대안극장 엘로우룸) 내부가 긴장 심리를 자아내는 장치로 적절히 기능한다. (02)3672-1677.
음악과 접목해 ‘고딕 호러’를 내세우는 <악녀 신데렐라>(20일~9월4일·대학로 행복한 극장)는 동화 <신데렐라>의 인물들을 하나같이 기형적으로 비튼다. 연출가 이해제씨는 “이 시대 군중의 폭력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공포라기보다 그로테스크하고 황당한 잔상들로 기이한 웃음이 나올지 모른다”고 설명한다. 신데렐라는 트렌스젠더이고 왕자는 왕에 의해 남성화한 공주다. 소수자와 집단, 선과 악이 풍자적으로 대비된다. 왕이 새똥에 의해 질식사한 것으로 판명되고, 갓 태어난 아기가 비닐봉지 속 금붕어처럼 다뤄지는 풍경들은 자극에 무감각해져 더욱 강한 자극을 찾는 대중들에 대한 질타도 담고 있다. 기괴한 노래, 록, 민중가요풍 노래 따위가 뮤지컬처럼 이어진다. (02)747-2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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