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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3 16:44 수정 : 2020.01.14 02:34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국제영화제 ‘기생충’ 라이벌
예술·흥행 모두 잡은 아트버스터

‘사마에게’
전세계 거장·배우들이 극찬한 다큐
시리아 내전 한가운데서의 기록

‘신의 은총으로’
아동 성 학대 신부 실화 소재로
사건 당사자들 시선 담은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칸영화제를 비롯한 세계적 권위의 국제영화제 수상작 세편이 잇따라 국내 관객을 찾는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오는 16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각본상과 퀴어종려상을 수상했으며, <기생충>과 치열하게 경쟁한 작품으로도 주목받았다. 여러 나라 평론가 10명이 참여해 칸영화제 경쟁작 21편에 점수를 매기는 ‘스크린 데일리’ 평가표에서 <기생충>이 최고점인 3.5점을 받은 데 이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3.3점으로 뒤를 바짝 쫓았다. 지난 5일(현지시각) 열린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기생충>과 함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경쟁을 펼쳤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18세기 프랑스 브르타뉴 지역의 섬을 배경으로 한다. 여성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멜랑)가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여인 엘로이즈(아델 에넬)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어머니로부터 딸의 정혼자에게 보낼 초상화를 몰래 그릴 것을 의뢰받았다. 산책 친구로 위장한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모습을 비밀스럽게 관찰하며 초상화를 완성해간다. 그러다 둘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 중 한명인 셀린 시아마는 소녀 간의 첫사랑을 담은 데뷔작 <워터 릴리스>부터 <톰보이> <걸후드> 등을 통해 동시대 여성의 정체성과 욕망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엔 시대극을 통해 억눌린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받아들이고 사랑을 선택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두 주인공의 섬세한 감정 표현은 물론, 한폭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영상미가 빛난다. 토드 헤인스 감독의 <캐롤>, 루카 과다니노 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 예술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은 퀴어 ‘아트버스터’(아트+블록버스터)의 뒤를 이을 만하다.

영화 <사마에게>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최우수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사마에게>도 오는 23일 개봉한다. 세계 영화제에서 62관왕을 차지했으며,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99%를 기록 중이다. 특히 다큐계의 거장 마이클 무어 감독을 비롯해 배우 케이트 블란쳇, 에밀리아 클라크, 정우성 등이 극찬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사마에게>가 더욱 특별한 건 참혹한 전쟁의 한가운데서 삶을 이어가던 평범한 개인이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는 점 때문이다. 내전이 끊이지 않는 시리아 알레포. 저널리스트가 꿈인 와드 카팁 감독은 독재정권 반대시위에 합류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무차별 폭격이 갈수록 거세지자 아예 카메라를 들고 전세계에 참상을 알리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뜻을 함께하던 친구이자 의사인 ‘함자’와 부부의 인연을 맺고, 딸 ‘사마’를 낳는다. 위험한 도시를 떠나야 한다는 주변의 충고도 마다하며 이들은 알레포에 남아 시민들 곁을 지킨다. 와드 감독은 자신과 남편이 살아남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딸 사마에게 엄마·아빠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전하고자 하루하루를 영상으로 기록했다.

영화 <신의 은총으로> 스틸컷. 찬란 제공

오는 16일 개봉하는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신의 은총으로>는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다. 베를린영화제는 칸·베네치아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두 개의 사랑> <인 더 하우스> 등 욕망이 뚜렷한 여성 이야기에 집중해왔던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자신의 필모그래피 사상 처음으로 실화 소재 영화를 만들었다. 아동 성 학대 범죄를 저지른 프레나 신부를 고발한 피해자 모임 ‘라 파롤 리베레’의 이야기를 애초 다큐멘터리로 담으려 했으나, 그동안 수많은 언론에 노출돼온 피해자들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극영화로 방향을 틀었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들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였다면, <신의 은총으로>는 사건 당사자의 시선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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