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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5 18:41 수정 : 2020.01.06 02:34

2월 개봉 예정인 <사냥의 시간>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2020 선보이는 한국 SF 영화들]

국내 최초 우주 배경 영화 ‘승리호’
모션 캡처 로봇 연기 등 240억 규모

헬조선으로 영감 얻은 ‘사냥의 시간’
경제난으로 붕괴된 미래사회 그려

복제인간 다룬 공유·박보검 주연작
김용화 감독의 한국판 ‘마션’도 채비

2월 개봉 예정인 <사냥의 시간>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2020년 한국 영화판에 미래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이전에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에스에프(SF) 장르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영화는 올여름 개봉 예정인 <승리호>(가제)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에스에프 영화로, <늑대소년> 조성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늑대소년>에서 조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송중기가 승리호 파일럿 태호 역을, 김태리가 승리호 선장 역을 맡았다. 진선규는 승리호의 살림꾼 타이거 박으로 출연하며, 유해진은 국내 최초로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한 로봇 연기를 선보인다. <신과함께> <백두산> 등으로 한껏 주가를 올린 덱스터 스튜디오를 비롯한 5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각특수효과(VFX)를 담당한다. 총제작비는 240억원에 이른다.

조 감독은 2012년 개봉한 <늑대소년>보다도 먼저 <승리호>를 구상하고 시나리오를 썼다. 하지만 당시엔 현실화하기 어려워 10년을 준비하며 기다렸다. <승리호>의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의 김동현 본부장은 “10년 전만 해도 자본, 기술, 시장 등 여건 부족으로 <승리호> 같은 우주 배경 에스에프 영화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여건이 충분히 갖춰졌다고 판단했다. 장르적으로도 신선한 미개척 분야인데다 젊은 관객들의 높은 선호도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2월 개봉하는 <사냥의 시간>도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파수꾼>에서 주연을 맡았던 이제훈과 다시 손을 잡았다. <사냥의 시간>은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경제난으로 붕괴한 근미래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이제훈)이 친구 기훈(최우식), 장호(안재홍), 상수(박정민)와 함께 범죄 계획을 세우고 일을 벌이려 하지만, 정체불명의 추격자(박해수)에게 쫓기면서 위험에 처하는 이야기다. 순제작비 90억원이 들어갔다.

2월 개봉 예정인 <사냥의 시간> 포스터. 리틀빅픽처스 제공

윤 감독은 애초 <아키라> <블레이드 러너> 같은, 에스에프 하위 장르인 사이버펑크 영화를 만들고 싶었으나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해야 했다. 그러던 중 당시 유행하던 ‘헬조선’이란 말에서 영감을 얻어 한국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린 영화를 구상한 게 <사냥의 시작>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했다고는 해도 지금 사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에스에프보다는 추격 스릴러 장르를 내세웠다. 시각적으로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근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린 영화 <칠드런 오브 맨>과 비슷한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드맥스>와 <터미네이터>를 오마주한 대목도 있다고 한다.

올해 개봉한다는 방침만 알려진 <서복>(가제)은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에스에프 영화다. 이용주 감독이 <건축학개론> 이후 8년 만에 내놓는 차기작이다. 죽음을 앞둔 전직 정보국 요원(공유)이 영생의 비밀을 품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을 지키는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는다. 순제작비만 160억원이다. <서복>을 투자·배급하는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윤인호 홍보팀장은 “에스에프긴 하나 복제인간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드라마가 강해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과 잘 맞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올해 개봉작은 아니지만, <신과함께>의 김용화 감독이 연출 준비 중인 <더 문>(가제)도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달에 불시착한 우주비행사를 구출하는 내용의 영화로 알려져 한국판 <마션>이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준환 감독의 에스에프 영화 <지구를 지켜라!> 스틸컷. 싸이더스 제공

이전에도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나 김지운 감독의 <인랑>처럼 외국 만화·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에스에프 영화가 나온 적은 있다. 장준환 감독의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는 시대를 앞서간 한국 에스에프 걸작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에스에프 영화가 어쩌다 한 편씩 나오는 수준을 넘어 한국 영화의 주류 장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같은 에스에프 외화가 국내에서 흥행하는 걸 보고 우리도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데다 한국 상업영화 제작 규모도 커져 에스에프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에스에프 소설 중 좋은 작품이 많다. 이를 기반 삼아 큰 영화가 아니더라도 참신한 저예산 에스에프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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