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23 19:11
수정 : 2019.12.24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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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 <캣츠> 한 장면.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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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제작사-톰 후퍼 감독
개봉 전 전세계 팬들 기대 모았지만
미국 시사회 후 “최악의 사태” 혹평
온갖 어려움 겪고 무대 올랐던
1981년 초연 당시 반응과 닮은꼴
원작 노래·춤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온몸을 고양이털로 분장한 배우들
관객에 ‘불쾌한 감정’ 불러일으켜
톰 후퍼 “고양이 외모에 자부심
마법 같은 여정 함께 즐기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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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 <캣츠> 한 장면.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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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캣츠>가 1981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됐을 당시, 이 작품의 성공을 점치는 이는 별로 없었다.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티에스(T.S.) 엘리엇의 우화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을 제작하려 했으나 온갖 어려움을 겪었다. 중심 서사 없이 여러 고양이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로 이뤄진 원작을 뮤지컬로 만든다는 것부터 큰 도전이었다. 이전에 손발을 맞췄던 작사가·연출가도 함께할 수 없었고, 투자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대중에게 알려진 뮤지컬 스타 주디 덴치가 공연을 앞두고 다치는 바람에 주인공 그리자벨라 역을 다른 배우가 맡아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막을 올렸더니 혹평이 쏟아졌다. “재앙이다. 지금까지 본 최악의 공연이다.” 극 중 대사를 비틀어 “<캣츠> 이즈 도그”라는 최악의 평을 내린 이도 있었다. 하지만 공연을 거듭할수록 관객이 몰렸고, 이듬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로도 건너가 성공을 이어갔다. <캣츠>는 이른바 세계 4대 뮤지컬의 반열에 올랐고, 세계 30여개 나라 300여개 도시에서 1만6400여 회나 공연되는 대기록을 세웠다. 세계적으로 8100만 관객이 봤으며, 한국에선 뮤지컬 최초로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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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 <캣츠> 한 장면.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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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엄청난 성공을 거둔 뮤지컬 <캣츠>를 스크린으로 옮긴다 했을 때 화제가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2012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영화로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둔 영화제작사 워킹타이틀과 톰 후퍼 감독이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는 점도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올여름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배우들이 얼굴에 털을 붙여 고양이로 분장했던 뮤지컬처럼 영화에도 사람 얼굴을 한 고양이를 출연시켰는데, 이를 본 사람들이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다. 사람 아닌 것이 사람과 비슷한 정도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보는 이들이 불쾌감을 느낀다는 ‘불쾌한 골짜기’(언캐니 밸리) 현상 때문이다.
지난주 <캣츠>의 미국 시사 이후 평단의 반응은 1981년 뮤지컬 <캣츠> 초연 당시 반응을 떠올리게 한다. “내 눈이 불타고 있어. 신이시여, 내 눈…” “영화 <캣츠>는 개의 등장 이후로 고양이에게 일어난 최악의 사태”처럼 누가 더 창의적으로 혹평하는지 경쟁이 붙은 모양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대재앙을 뜻하는 영어 단어 ‘Catastrophic’을 변형한 ‘Cat-astrophic’이라고 비아냥댔다. 우리말로 바꾸면 ‘대재-냐-앙’쯤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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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 <캣츠> 한 장면.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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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내에서도 <캣츠> 시사회가 열렸다. 눈에 보이는 것만 얘기하자면, 미국에서처럼 혹평 세례를 받을 정도까진 아니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사람과 고양이를 결합한 얼굴은 자연스럽다고 하기는 힘들어도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 다만 뮤지컬 극장 객석에 앉아 멀찍이서 보면 아름다워 보이는 고양이 분장이 영화 스크린에 확대되어 보이면 신비감을 잃어버린다는 점은 약점으로 작용한다. 또 사람의 체형으로 고양이의 자세와 움직임을 연기하기 때문에 가끔은 민망한 장면을 연출할 때도 있다. 배경도 대부분 컴퓨터그래픽으로 이뤄져 있어 영화 전체가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준다.
중요한 건 내용이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 원작인 <레미제라블>과 달리 <캣츠>는 서사가 뚜렷하지 않다. 뮤지컬은 젤리클 무도회를 열어 최고의 고양이를 선발하는 이야기를 바탕에 깔았다. 각기 개성이 또렷한 고양이 캐릭터를 하나씩 춤과 노래를 통해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뮤지컬에서는 고양이들의 화려한 춤과 노래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영화도 뮤지컬처럼 춤과 노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하지만 <캣츠>의 춤과 노래는 눈앞에서 생생하게 봐야 감흥이 극대화되는 법인데, 컴퓨터그래픽 위주의 영화 화면은 비현실적인 느낌만 부각해 뮤지컬만큼의 감동을 전하지 못한다. 별도의 스토리를 보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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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 <캣츠> 한 장면.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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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노래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리자벨라 역을 맡은 가수 제니퍼 허드슨이 ‘메모리’를,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맥캐버티’를, 가수 제이슨 데룰로가 ‘더 럼 턱 터거’를 부르는 장면은 눈을 떼기 힘들다. 영국 로열 발레단 수석 무용수 프란체스카 헤이워드가 연기한 빅토리아의 춤사위는 우아하고 고혹적이다. 뮤지컬 초연 당시 그리자벨라 역을 맡을 뻔했던 주디 덴치는 고양이들의 지도자 듀터러노미 역으로 결국 38년 만에 <캣츠>와 다시 인연을 맺었다.
톰 후퍼 감독은 이날 내한 기자회견을 열어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가 선보인 고양이의 외모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다. 놀랄 수도 있지만, 즐겁고 마법과도 같은 여정에 함께하면서 즐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영화 <캣츠>가 뮤지컬 <캣츠>처럼 초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개봉.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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