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3 05:01
수정 : 2019.12.1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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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해 ‘단성사 영화역사관 개관식’이 열린 지난 10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단성사 영화역사관에서 한 참석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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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한국영화 100선’ 평가]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영화계 스스로 돌아볼 기회 돼”
이장호 감독 “뚝심있게 밀어붙여”
100선 이후엔 ‘기생충’‘벌새’ 나와
새 출발선에 선 한국영화 미래 밝혀
“스크린독과점 등 과제 풀어가며
세계 속의 한국영화로 성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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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해 ‘단성사 영화역사관 개관식’이 열린 지난 10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단성사 영화역사관에서 한 참석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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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영화 탄생 100돌을 맞아 <한겨레>가 마련한 창간 기획 ‘한국영화 100년, 한국영화 100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영화계 전문가 38명이 선정한 한국영화 100편 목록을 <한겨레> 창간 기념일인 5월15일 공개한 이후, 지난 5일까지 7개월에 걸쳐 각 영화에 대한 소개 기사와 관련 기획 기사를 연재했다. 이를 두고 영화계 안팎에선 “언론사로서 좀처럼 하기 힘든 뚝심 있는 기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영화계 스스로 어떤 길을 왔는지 돌아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번 <한겨레> 기획을 통해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선 <한겨레>가 선정한 100편 중 10편을 골라 상영회를 열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부산영화제도 내년에 25주년을 맞는다. 영화제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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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15년간 한국대중음악학회 회장을 맡았던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부러움을 표했다. 그는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해온 영화들을 짚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대중음악 쪽에선 100대 명반 선정을 몇차례 한 적은 있어도 한국 대중음악사를 관통하는 기획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단 공동위원장’이자 <한겨레> 선정위원장을 맡은 이장호 감독은 “영화에 대한 관점이 각자 다를 텐데, 다양한 전문가들로 선정위원단을 꾸리고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는 점을 높이 살 만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1960~70년대 이전 영화를 충분히 다루지 못한 점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시대별로 나눠 당대를 앞서간 영화를 소상히 조명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번 100편 선정 대상은 지난해 개봉작까지라 올해 개봉작은 100선에 들지 못했다. 공교롭게 올해 기념비적인 영화가 여럿 나왔다. 한국영화 최초로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대표적이다. <기생충>은 전미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엘에이(LA)비평가협회 작품상·감독상·남우조연상(송강호) 등 북미에서 잇따라 수상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국영화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수상 기대를 높이고 있으며, 아카데미 수상까지 점쳐지고 있다. <기생충>을 ‘한국영화의 새로운 100년을 여는 첫번째 작품’으로 선정해 번외편으로 다루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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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평론가는 “<기생충>이 한국영화의 미래를 밝힌 것만은 사실이다. 다만, 한국영화사에서 이 작품이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지는 앞으로 100년이 어떻게 될지에 달렸다. <기생충>을 정점으로 내리막길로 갈지, <기생충>을 계기로 활짝 피어날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기생충>은 그런 질문을 하는 영화”라고 짚었다.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28관왕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독립영화 <벌새>(감독 김보라)도 한국영화의 미래를 밝히는 작품이다. 윤성은 평론가는 “봉준호 감독의 큰 상업영화와 여성 신인 감독의 저예산 독립영화가 더불어 인정받은 올해는 상징적인 해다. 앞으로 넷플릭스로 상징되는 오티티 플랫폼과 가상현실(VR)·인터랙티브 기술을 적극 받아들여야 새로운 환경에서 한국영화가 더욱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영화의 향후 100년을 다지는 데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구실도 중요하다. 오석근 영진위원장은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스크린 독과점 문제, 독립·예술영화 진흥,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한 대처 등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가면서 지속가능한 한국영화, 세계 속의 한국영화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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