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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0 08:18 수정 : 2019.11.20 08:25

1980년대식 이념과 가치와 투쟁이 사라지고 이른바 ‘문민 정부’가 시작된 대한민국에서 <투캅스>는 삐딱한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보며 은근슬쩍 냉소하면서 새로운 감각의 웃음으로 세상을 횡단하는 혁신적 코미디 영화였다.

[한겨레-CJ 문화재단 공동기획]
(93)<투캅스>
감독 강우석(1993)

1980년대식 이념과 가치와 투쟁이 사라지고 이른바 ‘문민 정부’가 시작된 대한민국에서 <투캅스>는 삐딱한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보며 은근슬쩍 냉소하면서 새로운 감각의 웃음으로 세상을 횡단하는 혁신적 코미디 영화였다.

대중적 성공 때문에 역사적 의미가 희석되었지만, 강우석 감독이 1993년에 내놓은 <투캅스>는 한국의 코미디 장르를 이야기할 때 분기점이 되는 작품이다.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코미디는 어쩌면 모두 이 영화에 빚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며, 강우석은 한국영화 최초로 ‘웃음’에 대해 진지하게 상업적 고려를 했던 감독이다.

물론 위대한 유산은 있었다. 1960년대 초 서민극은 한국영화의 희극 전통을 세우며 서민의 애환을 담아내고 세상을 풍자했다. 하지만 이후 한국의 코미디는 긴 세월 동안 ‘저질 시비’에 휘말렸고, 그 어두운 터널은 1980년대까지 이어진다. 이때 “웃다 죽어도 좋다”는 헤드 카피를 달고 등장한 <투캅스>는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한다. 이 영화는 코미디의 장르적 쾌감과 현실감각을 탁월하게 결합시킨다. 80년대식 이념과 가치와 투쟁이 사라지고 이른바 ‘문민 정부’가 시작된 대한민국. 영화는 삐딱한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보며 은근슬쩍 냉소하면서, 새로운 감각의 코미디로 세상을 횡단한다.

<투캅스>는 한국의 희극 전통에 찌꺼기처럼 남아 있던 이상한 감상주의를 흔적도 없이 걷어낸 혁신적 코미디였다. 배우의 개인기에 의존하던 억지스러운 설정은 폐기 처분되었고, 강우석 감독은 철저히 캐릭터와 상황으로 승부한다. 비리 경찰 조 형사(안성기)와 강직한 신참 강 형사(박중훈). 그들은 불법이 횡행하는 대한민국 서울의 강남 한복판에서 좌충우돌한다. 여기서 <투캅스>가 관객에게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그 리듬이다. 말맛을 극대화시키며 두 형사가 핑퐁처럼 주고받는 대사나 재치 있는 개그 톤의 전개는, 분명 <투캅스> 전엔 없었고 이후 한국의 거의 모든 코미디 영화가 따르는 스타일이 되었다.

이 영화의 성공은 강우석 감독을 업계의 강자로 부상시켰고, 이후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기에 그는 제작과 배급과 극장을 동시에 거느린 거물이 되었다. 신필름 시절 신상옥 감독에 버금가는 파워였고, 그 단초엔 바로 <투캅스>라는 ‘재밌는 영화’가 있었다.

김형석/영화평론가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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