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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9 18:08 수정 : 2019.11.20 02:35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신작 <아이리시맨>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아이리시맨’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미제 사건에
정치·사회·범죄·가족 이야기 아울러
‘꿈의 캐스팅’이 넷플릭스 신작으로

20~30년 젊은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
그래픽 기술 개발로 얼굴 덧입히고
활기찬 움직임 위해 물리치료사 자문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신작 <아이리시맨>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신작 <아이리시맨>은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압도되는 영화다. 마틴 스코세이지(77)가 연출하고 로버트 드니로(76), 알 파치노(79), 조 페시(76)가 주연을 맡았다. ‘70대 거장들의 드림팀’이라 할 만하다. 영화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제 사건 중 하나인 노동운동가 지미 호파 실종 사건에 얽힌 조직적 범죄와 숨겨진 비밀, 정계와의 유착 등을 다룬다. 아일랜드계 미국인 청부살인업자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니로)의 눈으로 바라본 대서사시가 장장 3시간29분 동안 펼쳐진다.

로버트 드니로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대표적인 페르소나다. 둘은 <비열한 거리> <택시 드라이버> <코미디의 왕> 등 1970~80년대 대표작을 합작했다. 1995년 작 <카지노> 이후 또다시 손을 잡기 위해 여러 이야기와 대본을 검토했지만 마땅한 게 없었다. 그러던 중 2007년 책 한권이 로버트 드니로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찰스 브랜트가 쓴 논픽션 <아이 허드 유 페인트 하우시스>다. ‘당신이 페인트공이라고 하던데’라는 제목에서 페인트공은 벽에 붉은 피를 흩뿌리는 청부살인업자를 뜻한다. 실존인물 프랭크 시런 이야기에 매료된 로버트 드니로는 마틴 스코세이지에게 책을 보냈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첫 장을 넘기기도 전에 이미 설득당했다고 한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신작 <아이리시맨>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마틴 스코세이지는 또 다른 배우로 <성난 황소> <좋은 친구들> 등을 함께 했던 조 페시를 떠올렸다. 그 또한 로버트 드니로와의 마지막 작품 <카지노>의 멤버였다. 문제는 그가 2010년 이후 비공식적으로 은퇴했다는 사실이었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조 페시의 흥미를 끌기 위해 그가 이전에 맡았던 가벼운 인물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조용하지만 냉철한 마피아 보스 러셀 버팔리노 역을 제안했다. 2년의 설득 끝에 조 페시가 수락했다.

남은 한명의 주인공은 지미 호파였다. 1975년 실종된 뒤 아직까지도 주검이 발견되지 않은 지미 호파는 1940~50년대 미국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 트럭운전자조합의 수장이다. 넘치는 야망과 권력욕으로 범죄까지 서슴지 않았던 이 인물에 제격인 배우는 <대부>의 상징적 존재 알 파치노뿐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알 파치노에게 시나리오를 보내자 곧바로 답변이 왔다. 그는 마틴 스코세이지와 처음 일하게 된 데 대해 무척 흥분했다고 한다. 알 파치노까지 합류하자 제작진은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예술가들의 조우”라며 감격해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신작 <아이리시맨>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꿈의 캐스팅까지 성사됐지만 난관은 남아 있었다. 70대 주연 배우들이 영화의 상당 부분에서 지금보다 20~30년 젊은 시절을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모션캡처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대배우들이 헬멧을 쓰거나 얼굴에 점을 찍은 채 연기하게 하고 싶진 않았다. 제작진은 배우들이 여느 때처럼 연기하면 그 위에 컴퓨터그래픽으로 젊은 시절 얼굴을 덧입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냈다. 다만 과도한 비용이 문제였다. 치솟는 제작비를 견디지 못한 파라마운트픽처스가 제작·배급을 포기하자 넷플릭스가 프로젝트를 이어받았다. 70대 배우들은 젊은 시절의 활기찬 움직임을 연기하기 위해 물리치료사의 조언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영화는 정치·사회·범죄·가족 이야기를 모두 아우르는 묵직한 작품이 됐다. 벌써부터 내년 아카데미의 강력한 작품상 후보로 점쳐진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최근 “마블 영화는 잘 만들어진 테마파크다. 보는 사람에게 감정적·정신적 경험을 전달하려 애쓰는 ‘시네마’가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이에 <대부>의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디즈니 최고경영자 밥 아이거 등이 찬반 의사를 밝히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아이리시맨>을 통해 ‘이것이 시네마다’라고 설파하는 듯하다. 20일 멀티플렉스 3사 중에선 유일하게 메가박스와 서울극장, 대한극장 등 일부 극장에서 먼저 개봉하고, 일주일 뒤인 2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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