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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3 07:37 수정 : 2019.11.13 09:35

곽경택 감독의 <친구>는 한국영화의 폭발적 흥행력을 증명한 작품이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의 전략이 새로움이 아닌 ‘향수’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 친구·우정·의리·배신과 같은 범죄오락 영화의 코드를 적절히 혼합한 이 작품은 이후 비슷한 장르의 한국영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겨레-CJ 문화재단 공동기획]
(91)<친구>
감독 곽경택(2001)

곽경택 감독의 <친구>는 한국영화의 폭발적 흥행력을 증명한 작품이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의 전략이 새로움이 아닌 ‘향수’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 친구·우정·의리·배신과 같은 범죄오락 영화의 코드를 적절히 혼합한 이 작품은 이후 비슷한 장르의 한국영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영화의 흥행 곡선은 1999년 <쉬리> 이후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린다. 1년 후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JSA)>(2000)가 다시 한번 메가히트를 기록했고, 2001년 <친구>는 한국영화의 흥행적 폭발력을 또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제작비 20억원이 채 안 되었던 영화는 개봉 2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서울 관객 257만9950명은 <쉬리>를 뛰어넘는 것이었으며, 전국 관객은 800만명 이상이었다. 이러한 성공은 전국 194개 스크린을 확보했던 배급력과 지방까지 직접 흥행 스코어를 관리했던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이것은 한국영화의 흥행 방식이 확연히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근거였다. <쉬리>로 시작된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친구>라는 성공 모델을 거친 뒤 첫 ‘천만 영화’인 <실미도>(2003)로 이어진 셈이다. 여러 방식으로 <친구>를 평가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의의라면 흥행의 강도다. ‘신드롬’과 결합한 한편의 영화가, 멀티플렉스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던 시장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인가. <친구>는 이 질문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답이었고, 그런 면에서 21세기 한국영화 흥행사의 거대한 이정표가 되었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의 전략이 새로움이 아닌 ‘노스탤지어’(향수)라는 사실이다. 충무로의 오래된 레퍼토리인 범죄 드라마 안에서 <친구>는 1970~80년대의 풍경을 환기한다. 그 안엔 친구, 우정, 의리, 배신 같은 이 장르의 전형적인 감정이 가득 차 있으며, 여기에 폭력의 현실적 묘사가 더해졌다. 이른바 ‘다치마와리(액션) 영화’를 리얼리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세피아 톤의 향수를 입힌 방식이다. 이후 ‘조폭 영화’의 붐이 일기 시작했고 그 흐름은 최근 범죄 스릴러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친구>의 정서적 영향력은 꽤 오래 지속되고 있는 셈. 물론 이 영화의 세계관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아직까지 <친구>만큼 존재감을 지닌 ‘수컷 영화’를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김형석/영화평론가

※한겨레·CJ 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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