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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3 09:11 수정 : 2019.10.28 09:13

<자유부인> 속 여성들은 집 대신 댄스홀을 찾고 차 대신 맥주를 마시며 한복 대신 양장을 입는다. 이 모든 것은 근대화의 증상이자 산물이다. 영화는 전후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성과 결혼에 대한 문제의식을 설파하는 문제작이다.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78) 자유부인
감독 한형모(1956년)

<자유부인> 속 여성들은 집 대신 댄스홀을 찾고 차 대신 맥주를 마시며 한복 대신 양장을 입는다. 이 모든 것은 근대화의 증상이자 산물이다. 영화는 전후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성과 결혼에 대한 문제의식을 설파하는 문제작이다.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은 한국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인’ 시리즈의 초대(初代)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애마부인>과 <젖소부인> 시리즈와는 그 공기와 성적 재현의 강도가 다르지만 기혼여성의 성, 그리고 (결혼)제도권 바깥에 있는 섹슈얼리티를 스토리의 중점으로 한다는 것은 같다.

영화는 가정주부 오선영(김정림)이 양품점 점원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벌어지게 되는 사건들을 다룬다. 선영은 양품점 주인 한 사장(김동원)을 만나고 오는 길에 옆집 청년 신춘호(이민)와 마주친다. 특별한 직업 없이 댄스홀을 전전하는 춘호에게 빠진 선영은 그와 함께 댄스홀에 다니기 시작한다. 선영은 춘호와 자신을 흠모하는 한 사장 사이를 오가며 밤마다 열리는 댄스파티에 참석한다. 한편, 선영에게 빠진 남편에게 화가 난 한 사장의 부인은 선영의 남편 장 교수에게 익명으로 편지를 보내 선영의 외도를 고한다. 댄스파티 대신 호텔로 발걸음을 한 선영과 한 사장은 한 사장의 부인에게 발각되고, 선영은 집으로 돌아가 참회한다.

<자유부인>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선영이 타락하게 되는 계기이자 시점이 그녀가 양품점에서 일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갖가지 수입품과 사치품이 넘치는 양품점은 유혹의 공간이자 타락의 공간이며 이곳을 드나드는 손님들은 주로 여성이거나 외도하는 남성이다. 따라서 여성은 유혹과 타락의 주체이자 객체다. 또한 영화가 그리는 ‘자유부인’이 비단 선영만은 아니다. 이는 사기꾼 백 사장에게 돈도 잃고 몸도 잃은 뒤 절망으로 자살한 선영의 댄스홀 친구 윤주, 선영을 남자들에게 소개하는 다방 마담, 혹은 선영이 댄스홀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부인들, 즉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여자다. 여성들은 집 대신 댄스홀을 찾고 차 대신 맥주를 마시며 한복 대신 양장을 입는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근대화의 증상이자 산물이지만 영화는 이 여성들을 다소 히스테리컬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그럼에도 전후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성과 결혼에 대한 문제의식을 설파한다는 점에서 <자유부인>은 1950년대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중추적인 작품이다.

김효정/영화평론가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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