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22 09:49
수정 : 2019.10.2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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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작품인 <자유만세>는 최초로 광복투사들을 중심인물로 다룬 영화다. 일제강점기 말, 친일 영화를 만들었던 최인규 감독의 문제적 이력을 고려하더라도 이 작품은 역동적 카메라 워크 등에서 뛰어난 업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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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77) 자유만세
감독 최인규(194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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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작품인 <자유만세>는 최초로 광복투사들을 중심인물로 다룬 영화다. 일제강점기 말, 친일 영화를 만들었던 최인규 감독의 문제적 이력을 고려하더라도 이 작품은 역동적 카메라 워크 등에서 뛰어난 업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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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을 하다 동료의 배반으로 체포되어 감옥에 있던 한중(전창근)은 탈출에 성공하여 간호사 혜자(황려희)의 집에서 은신 중이다. 한중의 무리는 무장봉기를 일으키기 위해 준비하지만 다이너마이트를 운반하던 박(김승호)이 일본 헌병에게 잡히고 만다. 한중은 박을 구출하지만 쫓기는 몸이 되어 미향(유계선)의 아파트로 피신한다. 그러나 미향의 뒤를 밟은 헌병들로 인해 이들이 발각되면서 미향은 사살되고, 한중은 총상으로 병원으로 옮겨진다. 한중을 사랑하는 혜자는 목숨을 걸고 한중을 탈출시킨다.
최인규 감독의 1946년작 <자유만세>는 최초로 광복을 다룬 영화로 알려져 있다. 엄밀히 말하면 ‘광복’을 주제로 했다기보다 광복투사들을 중심인물로 한 영화에 가깝다.(적어도 남아 있는 필름으로는 말이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매우 수려하다. 특히 그의 전작들에서도 그렇듯 영화의 촬영만큼은 한국영화의 황금기 직전, 즉 1950년대 영화들까지 통틀어 고려를 해도 우위에 설 정도로 놀라운 카메라 무브먼트를 보여준다. 이를테면 체포되어 헌병에게 끌려가고 있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한중이 자전거로 그들의 뒤를 쫓는 모습을 롱숏으로 찍어낸 장면은 현대영화의 차량 추적 액션만큼이나 역동적이고 스릴이 넘친다. 또한 주목할 점은 한중을 사모하는 두 여성, 혜자와 미향 캐릭터다. 아파트나 서구화된 가구·집기들과 함께 보이는 미향은 모던하고 개방적인 여성으로, 엄마와 사는 혜자는 전통적이고 내성적인 인물로 대조된다. 궁극적으로 미향은 죽고 혜자는 주인공과 함께하는데, 이는 동시대의 영화인 이병일 감독의 <반도의 봄>에 등장하는 안나와 정희를 통해 동일하게 보이는 요소다. 이는 개방적인 여성을 위험으로, 전통적인 여성을 안정의 상징으로 그리는 영화의 오래된 관습이 한국 극영화의 초기에 이미 형성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제강점 말기에 친일 영화를 만들었던 최인규의 문제적인 이력을 고려하더라도 <자유만세>의 사료적·예술적 가치를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김효정 영화평론가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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