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6 16:01
수정 : 2019.10.0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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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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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아시아 첫 공개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신작
프랑스 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가족에 대한 특유의 성찰 담아내
“‘연기란 무엇인가’에서 출발한 작품
어머니와 딸 관계 다층적으로 묘사
한-일관계 극복할 영화의 힘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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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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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5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지난 8~9월 열린 이탈리아 베니스(베네치아)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최초 공개된 이후 아시아에서 처음 상영된 것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줄곧 가족 이야기에 천착해왔다. 그가 펼쳐온 가족 이야기의 종합판이라 할 만한 <어느 가족>은 2018년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품었다. 이후 내놓은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그의 첫 글로벌 프로젝트다. 프랑스 배우 카트린 드뇌브, 쥘리에트 비노슈와 미국 배우 이선 호크를 섭외해 프랑스에서 촬영했다. 배우들의 국적과 배경은 달라졌어도 가족 관계에 대한 특유의 성찰은 여전하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보다 더 깊고 섬세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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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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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중심인물 파비안느(카트린 드뇌브)는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여왕처럼 군림하는 거장 배우다. 파비안느의 자서전 출간을 앞두고 미국에 사는 딸 뤼미에르(쥘리에트 비노슈)가 남편 행크(이선 호크), 어린 딸과 함께 친정집을 찾는다. 애틋한 정이 흘러넘쳐야 할 것 같은 모녀 사이에선 어찌 된 일인지 갈등과 대립만 이어진다. 뤼미에르는 엄마가 일에만 몰두하느라 어린 시절 자신을 소홀히 대한 게 서운하다. 하지만 자서전에는 어린 딸을 잘 돌본 것으로 돼 있다. “왜 거짓말을 하냐”는 뤼미에르의 항의에 파비안느는 “나는 배우라서 진실을 다 말하지 않아. 진실은 재미없거든”이라고 답한다. 파비안느에겐 삶이 곧 연기고 연기가 곧 삶이다. 그 와중에 파비안느는 영화 촬영을 하고, 뤼미에르는 그만두고 떠난 매니저의 빈자리를 대신한다. 집과 촬영장을 오가며 내내 부딪치던 모녀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그간 숨겨온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고레에다 감독은 처음부터 가족 드라마를 의도한 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족 드라마를 의도했다기보다 ‘연기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게 영화의 시작이었다”며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쥘리에트 비노슈가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제안해와 2015년 처음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이 직접 통하지 않는 배우들과 소통하기 위해 짧은 편지를 자주 전했다고 한다. “10여년 전 배두나와 촬영할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촬영을 거듭할수록 언어를 뛰어넘어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런 게 영화 만드는 재미”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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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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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대표하는 명배우 카트린 드뇌브는 까칠하고 자기만 아는 스타 배우 파비안느를 그의 실제 모습으로 착각할 만큼 몰입감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파비안느는 뤼미에르의 어머니이자 손녀딸의 할머니인 동시에 배우로서 촬영하는 영화에서는 누군가의 딸을 연기한다. 고레에다 감독은 “카트린 드뇌브가 가진 매력을 생생하게 표현하고자 어머니이자 할머니이자 여배우이자 누군가의 딸의 모습을 다면적으로 그렸다”며 “파비안느와 뤼미에르의 모녀 관계뿐 아니라 파비안느가 촬영하는 영화 속 역전된 모녀 관계를 통해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묘사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한국 영화 100년을 맞은 경사스러운 해에 의미 있는 상을 받아 굉장히 기쁘다.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이후 숱한 고난을 극복하면서 같은 세월을 함께 걸어온 부산영화제에서 이 상을 받은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동료 아시아 감독들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허우샤오셴, 이창동, 자장커 등 아시아 동지들의 작품에서 늘 자극과 영감을 받습니다. 저 또한 그들에게 보여줄 때 부끄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듭니다. 저에겐 아시아 영화인이라는 의식이 밑바탕에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은 특히 감회가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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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5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감독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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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색된 한-일 관계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그는 “예상했던 질문”이라고 운을 떼며 이런 답을 내놓았다. “5년 전 부산영화제가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싼) 정치적 압력을 받고 개최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을 맞았어요. 이에 세계 영화인들이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고, 저도 미력하게나마 지지와 연대의 목소리를 보탰죠. 당시 부산영화제가 잘 대응하고 견뎌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인들이 연대함으로써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해요. 영화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이 자리에 왔다고 생각하고요, 저도 그런 생각에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부산/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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