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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4 10:43 수정 : 2019.09.24 11:00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66)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감독 김태용·민규동(1999년)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흔한 장르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고 ‘소녀들의 사랑’이라는 소재를 통해 학교라는 미성숙한 사회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상황을 담는다.
<여고괴담>은 알겠는데, ‘두번째 이야기’라니, 왜 이런 제목이 되었을까. 상업적 성공을 거둔 <여고괴담>(박기형·1998)의 속편이면서도 당시의 관례대로 ‘2’라는 숫자를 붙이기 거부한 제목의 비밀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명확해진다. 그 성격이 전작은 물론이고 이후 만들어진 여고괴담 시리즈들과도 무척 다르기 때문이다. 제목이 암시하는 바나 전편의 전통을 따른다면 ‘여고’를 무대로 한 ‘괴담’(호러)이어야 마땅했을 이 영화는 기존의 장르적 관습에서 많이 비켜나 있다. 여고라는 배경이 그나마 교집합이지만 공간을 묘사하는 방식과 분위기 역시 다르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감독 김태용·민규동)는 오싹하기보다 애잔한 여운을 남기는 12세 관람가 등급의 공포영화다.

신체검사가 있던 날, ‘민아’(김규리)는 수돗가에서 빨간색 교환일기를 줍는다. 그 일기의 주인인 ‘효신’(박예진)과 ‘시은’(이영진)은 1년 전부터 사귀기 시작해 눈빛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는 사이가 되었지만 지금은 헤어진 상태다. 민아는 일기장을 읽어나가는 동안 두 사람의 관계와 감정에 이입하며 초자연적인 일들을 체험하고, 그사이 효신은 시은과 자신의 놀이터이기도 했던 학교 옥상에서 몸을 던진다. 이 영화에서 괴담은 효신을 따돌리고 무시했던 소녀들의 무관심과 무지로부터 조금씩 피어올라 결말부 효신의 눈동자처럼 학교 전체를 뒤덮는다. 죽음의 근원이 원한을 품은 영적 존재가 아니라 학교라는 미성숙한 사회 안의 부조리에 있다는 점이 이전까지의 학교 괴담들과 이 작품을 분리시킨다. 비선형적 편집, 감각적인 이미지와 서정적인 음악 등 미학적 시도 또한 대다수의 장르영화가 하지 않던 것이었다.

김태용, 민규동 감독은 이 강렬한 첫 장편 연출작을 통해 충무로에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시킴과 동시에 전작과 마찬가지로 김규리, 이영진, 박예진, 공효진 등 재능 있는 배우들을 발굴하는 데 성공한다. 한편 씨네2000은 지금 이 시리즈 여섯번째 작품을 제작 중이다. 한국영화 100년사에서 <여고괴담>의 활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윤성은/영화평론가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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