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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19 08:20 수정 : 2019.10.10 09:48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65) 안개
감독 김수용(1967년)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영화로 만든 <안개>는 서울 사는 남자와 시골 여교사의 짧은 로맨스라는 소설 줄거리를 따르면서도 독특한 영상미를 보여준다.
1960년대의 ‘문예영화’들은 일종의 장르 아닌 장르처럼 자리 잡아 전성기를 누렸다. 일정 수준 이상의 인지도가 있는 문학작품을 영화화한 이 일련의 작품들은 독자를 관객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안전한 옵션이기도, 박정희 정권이 문예영화를 우수 영화로 선정하여 혜택을 줬다는 점에서 거부하기 힘든 노림수이기도 했다. 유현목, 신상옥, 김수용 등 60년대를 관통하는 감독들의 많은 작품이 이런 문예영화이다. 김수용은 특히나 이러한 열풍의 선두에 있던 감독으로 그는 문예영화의 열풍이 다소 꺼진 1970년대까지도 문학작품들을 영화화했다. 김수용을 대표하는 영화들, 예를 들어 <갯마을>(1965), <유정>(1966), <까치소리>(1967), 그리고 <산불>(1967) 등이 모두 소설이나 희곡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특히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영화화한 <안개>는 개봉 당시 ‘새로운 영상 표현’의 혁명을 이루어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영화로 만든 <안개>는 서울 사는 남자와 시골 여교사의 짧은 로맨스라는 소설 줄거리를 따르면서도 독특한 영상미를 보여준다.
<안개>는 제약회사의 상무인 기준(신성일)이 고향 무진에 내려와 겪는 며칠간의 짧은 이야기를 다룬다. 안개가 자욱한 흑백의 이미지들과 다소 과도한 내레이션으로 흡사 1940년대 누아르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영화에는 특별한 사건도, 주인공을 위기로 모는 팜파탈도 등장하지 않는다. 고향에 도착한 기준은 예전에 어울렸던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 그곳에는 새로 부임했다는 음악선생 ‘하인숙’(윤정희)이라는 여자도 있었는데 기준은 다음날 그와 몸을 섞는다. 자신을 서울로 데려가 달라는 인숙의 간곡한 청을 뒤로하고 그는 아내가 보낸 전보 한장에 서울로 떠나버린다. ‘명산품’이라고는 안개뿐이라는 무진에서는 그렇게 누군가의 향수(鄕愁)도, 하룻밤 로맨스도 흔적 없이 자욱하게 묻힌다.

원작에서의 ‘언어적’ 시간의 이행은 주인공의 공간을 따라 전개되는 플래시백을 통해 ‘오감적’ 체험의 이행으로 변환된다. 이는 원작을 숙주 삼아 탄생하는 대부분의 문예영화의 태생적 한계를 넘어선 <안개>만의 고유한 예술적 시도라 할 수 있다.

김효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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