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10 16:17
수정 : 2019.09.10 20:25
‘타짜3’ 화투대신 카드로 한판
아이와 함께 ‘힘을 내요 미스터 리’
탈주범 쫓는 특급액션 ‘나쁜 녀석들’
스티븐 킹 원작 스릴러 ‘그것2’ 오싹
살랑이는 가을바람과 함께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다. 올해 추석 연휴(12~15일)는 단 4일 뿐이라 가족·친지들과 명절 차례를 지내고 나면 먼 거리 여행을 하기가 쉽진 않을 터다. 가까운 영화관에서 구미에 딱 맞는 영화 한 편으로 보름달처럼 꽉 찬 풍성한 한가위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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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원 아이드 잭’.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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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 친구들과 우르르 <타짜3>
명절 단골인 사극이 한 편도 없는 올해 ‘추석엔 화투’라는 공식을 만들었던 <타짜> 시리즈 3편 <타짜: 원 아이드 잭>이 빈자리를 메운다. ‘19세 이상’이라면 친구들끼리 우르르 몰려가 팝콘으로 우정을 나누며 보기 딱이다.
이번엔 주요 소재가 ‘화투’ 대신 ‘카드’로 바뀐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주인공 도일출(박정민)은 ‘무늬만 공시생’인 초짜 도박꾼. 미모의 여인 마돈나(최유화)에 속아 사채빚까지 지게 된 일출은 도박판의 전설 애꾸(류승범)의 도움으로 구사일생하고, 애꾸가 만든 ‘원 아이드 잭 팀’에 합류한다. 손기술의 귀재 까치(이광수), 화투판의 꽃인 소매치기 영미(임지연), 재야의 고수 권 원장(권해효)과 함께 팀플레이를 펼친 일출은 인생을 바꿀 큰 판에 도전한다.
화투의 ‘밑장빼기’같은 전문 기술의 묘미는 없지만, 소싯적 한 번쯤은 도전해봤을 능란한 카드 섞기 등 잔기술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관람 뒤 고향 친구들과 “맥주 내기용 포커 한 판”을 외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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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내요, 미스터 리’ 뉴(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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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가족 함께라면 <힘내리>
미성년 가족과 함께라면 12세 이상 관람가인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추천한다. <선생 김봉두> <이장과 군수>로 이름을 날린 차승원과 <럭키>(697만명)의 이계벽 감독이 만나 감동을 버무린 코미디를 차려냈다.
겉보기엔 훈훈한 외모지만 알고 보면 지적장애가 있는 철수(차승원)가 갑자기 찾아온 백혈병 걸린 딸 ‘샛별’(엄채영)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얼핏 보면, 1000만 관객을 동원했던 <7번방의 선물>(2013)을 떠올리게 하는 바보 아빠와 똘똘한 딸의 이야기지만, 그 안에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대구 지하철 참사’의 트라우마의 아픔을 잘 녹여낸 점이 특징이다.
전반부는 차승원의 ‘코미디 본능’이 웃음 폭탄을, 후반부는 지적장애를 갖게 된 그의 사연이 짠한 눈물과 감동을 안긴다. 온 가족이 쓸 손수건과 휴지를 넉넉히 준비해 가는 센스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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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더 무비’ . 씨제이이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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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증후군 한방에 <나쁜녀석들>
명절 스트레스 탓에 이혼율 그래프를 치솟게 만든다는 ‘명절 증후군’이 극에 달했다고? 화끈하고 통쾌한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제격이다.
지난 2014년 오시엔(OCN)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던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영화 버전으로 만든 이 작품은 사상 초유의 호송차량 탈주 사건을 둘러싸고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다시 뭉친 ‘특수범죄수사과’의 이야기다. 오구탁(김상중) 반장이 기존 멤버인 전설의 주먹 박웅철(마동석)은 물론 드라마엔 없었던 새 멤버를 영입한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전직 형사 고유성(장기용), 뇌쇄적 외모의 사기꾼 곽노순(김아중)은 원작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필살기다.
이제는 할리우드마저 매료시킨 마동석의 특급 액션과 중간중간 도드라지는 ‘안 웃긴데 웃긴’ 요상한 유머코드에 몰입하다 보면 명절 스트레스는 이미 안드로메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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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두번째 이야기’. 워너브라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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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소리가 두려운 청춘에겐 <그것2>
결혼·취직·시험 등으로 닥달을 당해 괴로운 청춘들에겐 잔소리보다 무서운 공포 스릴러 <그것: 두번째 이야기>를 권한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아이들을 잡아먹는 ‘그것’과 대결을 벌였던 1편의 ‘루저 클럽’ 멤버들이 27년이 지나 성인이 된 뒤 모여 다시 나타난 ‘그것’을 없애기 위해 마지막으로 벌이는 결전을 다룬다.
1편이 공포의 외피 속에 루저 클럽의 성장기를 담아냈다면 2편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루저 클럽의 극복기를 그린다고 할 수 있다. 제임스 맥어보이와 제시카 차스테인, 빌 헤이더, 제이 라이언 등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이 1편 속 아역 배우의 바통을 잇는다. 2시간50분이란 긴 러닝타임 동안 꽥 소리를 지르다 보면, “명절 잔소리 공포 따윈 껌이었어!”라고 외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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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베일리’ 씨지브이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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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홀로 관객은 취향저격용 영화
나홀로 관객이라면 각자의 취향에 꼭 맞는 작은 영화에 눈을 돌려 보는 것도 좋겠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관객들이라면 지난해 개봉해 화제를 모았던 <베일리 어게인>의 속편이자 슈퍼주니어 M 출신 만능엔터테이너 헨리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안녕 베일리>가 안성맞춤이다. 환생 전문견 베일리의 깜찍한 연기에 흐믓한 눈물과 웃음을 안긴다.
독립영화로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가족’의 문제를 풀어낸 <우리집>(윤가은 감독)과 성수대교가 붕괴했던 1994년을 한 중학생의 이야기로 변주한 <벌새>(김보라 감독)를 권한다. 올해 한국 독립영화 최대 화제작인 두 작품 모두 잔잔하고 담백한 매력이 일품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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