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04 18:40
수정 : 2019.09.0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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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원 아이드 잭>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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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평론가 3인 ★리뷰
영화 시장 대목 중 하나인 추석 연휴가 곧 시작된다. 단돈 ‘만원’으로 가장 ‘가심비’ 좋은 영화를 고르고 싶다고? 그래서 준비했다. 추석영화 3편을 미리 본 한겨레 문화부 유선희·남지은 기자와 윤필립 평론가가 가감 없는 냉정한 평가로 당신의 선택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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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원 아이드 잭>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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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수에 속도는 바둑” “1편 명성이 구세주일까”
■ <타짜: 원 아이드 잭>
공시생 도일출(박정민)은 사실 포커판에 빠진 초짜 도박꾼. “금수저든 흙수저든 똑같이 카드 몇 장으로 붙는 게임”이라며 불법 도박장을 기웃거리던 일출은 미모의 여인 마돈나(최유화)와 만난다. 그녀의 일행 이상무(윤제문)에게 덤볐다 탈탈 털리고 사채빚까지 지게 된 일출. 사채업자 손에서 그를 구해준 애꾸(류승범)가 만든 ‘원 아이드 잭 팀’에 합류한 일출은 손기술의 귀재 까치(이광수), 화투판의 꽃 영미(임지연), 재야의 고수 권 원장(권해효)과 함께 인생을 건 게임에 나선다.
유선희 <타짜> 시리즈가 갖는 재미는 도박판 ‘선수’들이 서로 다른 목적으로 모여 각자가 가진 장기와 전략을 무기로 멋지게 한탕을 해내는 것이다. <타짜3> 역시 이러한 공식을 그대로 쫓아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웬걸!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들의 ‘장기’는 쓸모없는 ‘잡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될 뿐이고, 뻔한 반전을 위한 전략은 아무런 극적 흥미도 자아내지 못한다. 게다가 재미없고 의미없는 벗기기와 쓸데없이 잔인한 폭력성은 ‘청불 등급’임을 증명하는 것 외에 어떤 목적이 있는 거지?
★★ 1편의 훌륭함을 다시 일깨우는 역할만 톡톡히.
윤필립 <타짜3>는 <타짜>에 대한 관심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두 가지의 큰 모험을 시도했다. 게임판이 화투에서 카드로 바뀌었고, 플레이는 5명의 조직적 팀플레이로 진화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이 과정에서 <타짜> 시리즈만의 ‘도박판 인생’ 서사를 놓쳤고, 결과적으로 “베팅을 할 때는 인생을 걸어야지, 타짜니까!” 등의 허세 가득한 명언류만 드문드문 남은 채 흥미로워야 할 팀플레이마저 명분을 잃고 말았다.
★★ 그래도 도박인데 뻔한 수에 속도는 바둑.
남지은 그들이 말하는 “예측 가능하다”는 대사는 암호일까. 너무도 뻔해서 긴장감이 형성되지 않는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 오티티(OTT) 시대에 눈 높아진 관객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렇게 모였으면 판 뒤집는 여러 번의 통쾌함이라도 보여주지, 사건은 딱 한번으로 끝난다. 왜? 굳이 화투에서 카드로 바꾼 이유도 잘 모르겠다. 별로 납득할 만한 논리를 내세우지 않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타짜>의 오마주인지 뭔지 모를 이해 못할 장면도 많다. ‘손모가지’ 하나 잘라야만 꼭 <타짜>가 완성되나? 대체 이광수는 왜 벗겼는지도 모르겠고. 전략인가. 그나마 류승범이 신을 압도한다.
★☆
그래도 <타짜>인데…라는 ‘전작의 명성’이 구세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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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한 장면. 뉴(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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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같은 휴먼 감동” “전반부 견디는 게 관건”
■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동네 맛집에서 칼국수를 만드는 수타의 달인 철수(차승원). 기럭지에 근육질까지 우월한 유전자를 뽐내지만 알고 보면 정신지체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백혈병에 걸린 딸 샛별(엄채영)이 등장하면서 평화롭던 철수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자신처럼 아픈 친구를 위한 특별한 생일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병원을 빠져나온 샛별과 동행해 무작정 대구로 향하는 철수. 동생 영수(박해준)와 장모(희자)는 둘을 찾기 위해 전전긍긍하지만, 부녀가 특별한 교감을 나누는 사이 감춰졌던 철수의 비밀이 차츰 드러난다.
유선희 말 그대로 차승원의 원맨쇼. 전반전이 코미디라면 후반전은 휴먼드라마인데 ‘추석 코믹영화’로 홍보해 관객이 다소 혼란을 느낄 법도 하다. <7번방의 선물>의 계보를 잇는 ‘결핍 있는 아빠의 짠한 부성애’ 코드가 회귀한 느낌. 허우대 멀쩡한 차승원의 어색한 바보 연기가 익숙해질 무렵,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감동을 목도하게 될 것. 아직 현재진행형인 사회적 트라우마를 자연스레 스토리에 연결시킨 점이 인상적이다.
★★★ 전반부를 견디는 게 관건.
윤필립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추석 개봉 한국 영화 가운데 코미디를 표방한 유일한 작품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희극적 요소는 다소 공감이 어렵고 오히려 ‘미스터 리’의 ‘미스터리’한 실체를 마주할 때 그 드라마적 울림이 더 크다. 결과적으로, 코미디는 다소 달뜨나 연휴 중 따뜻한 아메리카노 감성이 필요하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차승원을 필두로 실력파 배우들이 다수 포진한 가운데 주로 악역을 맡아온 박해준의 연기 변신 또한 눈에 띈다.
★★☆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왔던가♬
남지은 웃다가 울다가 한다. 초반 ‘얼굴 막 쓰는’ 차승원에게 적응하고 나면 후반은 울컥한다. 내 몸 던져 남 구한 세상 모든 ‘철수’에게 미안하고, 그들을 잊고 산 게 미안해서 자꾸 눈물이 흐른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소재로 “아픔은 현재진행형. 잊지 말자”고 외치는 것만으로도 점수를 주고 싶다. 참사와 코미디를 잘 버무렸다. 소시민의 히어로물 같기도 하다. 다만 휴먼코미디의 익숙함이 진부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극중 반전 장치인 ‘멋진 외모’와 ‘아이 같은 지능’의 대비가 잘 살지 않는다.
★★★☆ 차승원 보는 맛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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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한 장면. 씨제이이엔엠(CJ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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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감 살려낸 액션” “마동석 활용의 좋은 예”
■ <나쁜 녀석들: 더 무비> 교도소 호송차량이 전복되고 연쇄살인마, 조폭 두목, 강도·강간 흉악범 등이 탈주한다. 누군가 교도소 호송차량을 일부러 전복시켰다는 단서를 잡은 오구탁(김상중) 반장은 흉악범을 잡는 극비 프로젝트인 특수범죄수사과를 다시 소집한다. 전설의 주먹 박웅철(마동석),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전직 형사 고유성(장기용), 매끈한 사기꾼 곽노순(김아중)이 뭉쳐 탈주사건 배후의 음모를 쫓는다.
유선희 욕심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면 중간은 간다. 존재 자체가 장르인 마동석을 가장 잘 활용한 예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듯. 특히 때리고 부수고 던지는 액션의 현실적 타격감을 고스란히 살려낸 연출이 돋보인다. 마니아를 양산했던 드라마의 다크톤을 죽이고 좀 더 경쾌한 느낌을 살린 것도 스크린에서는 가점 요소. 중간중간 빵 터지는, 멋부리지 않은 순박한 유머 코드도 취향을 저격한다. 드라마의 고정팬을 유인하면서 이 작품에 문외한인 영화팬도 사로잡는 영리한 기획.
★★★ 마동석 주먹값인데 만원이 아까우랴.
윤필립 원작 드라마에서 머리와 기술을 담당했던 이정문(박해진)과 정태수(조동혁)가 빠지고 대신 곽노순(김아중)과 고유성(장기용)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능청과 깡으로 조화롭게 뭉쳐져 유쾌함을 선사한다. 여기에 마동석표 맨주먹 액션이 시종일관 통쾌함을 터뜨리며, 오롯이 오구탁 그 자체로 분한 김상중의 균형 잡힌 연기와 톤은 극 전체에 무게감을 더한다. 원작의 팬이라면 영화화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것이며 원작을 보지 못했다면 기대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될 수도.
★★★ 명절 스트레스 해소 확실시.
남지은 2014년 <오시엔>에서 방송한 드라마의 시청 여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잡는다는 핵심 설정은 안 본 이들에게는 그 자체로 신선할 수 있다. 만듦새도 나쁘지 않고 김상중 등 배우들이 제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15살 관람가’라 그런지 드라마에서 이례적으로 ‘19금’을 내세워 되레 화제를 모았던 원작보다 임팩트는 떨어진다. 아쉬움은 2014년 드라마 때보다 더 강해지고 더 웃기는 마동석이 덜어준다. 그는 이제 그 자체로 ‘재미 보장 보험’이 됐다. 마지막 악당 설정은 진부하지만 시대와는 잘 맞아떨어진다.
★★☆
드라마 보러 영화관에? 편견 깨는 게 관건.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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