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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9 07:30 수정 : 2019.10.10 10:11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38)마더
감독 봉준호(2009년)

모성이 지극한 엄마(김혜자)는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아들(원빈)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보여준 작품을 뽑는다면 분명 <마더>가 가장 윗단에 있을 것이다. 황금빛 들판에서 혼자 기괴한 춤을 추던 어머니는 2시간의 러닝타임이 흐른 뒤 관광버스의 여러 여자들 속에 역동적인 실루엣이 붙박이처럼 펼쳐진다. 각각 2분가량(128초/115초)의 롱테이크로 촬영된 이 장면들은 그 자체로도 미학적이지만 영화의 맥락 안에서 가공할 무게를 가진다. 관객들은 엔딩 크레디트로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첫 장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 요상한 몸짓은 아들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살인(murder)을 저지른 어머니(mother) 나름의 씻김굿이었으며, 그 근본이 무엇이었는지 에필로그에서 밝혀지기 때문이다. 위대한 수미상관이다.

엄마(김혜자)에게 아들(원빈)은 온 세상과도 같다.
또한 <마더>는 이전까지 한국영화에서 병치하기 꺼리던 모성과 여성이라는 두 단어를 거침없이 접붙인 작품이다. 어머니(김혜자)는 어수룩한 아들 도준(원빈)을 애지중지하며 뒷바라지하는 동시에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욕망도 드러내는 존재다. 변호사를 만나기 전 립스틱을 바르고, 자고 가면 대환영이라고 말하는 고물상 노인에게 수줍게 “농담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어머니는 모자(母子)의 끈을 벗어나 다른 남성들과의 관계맺음도 가능한 여성으로 묘사된다. 의외성을 가진 것은 도준도 마찬가지다. 농약 바카스 사건을 기억해내는 신, 침통을 어머니에게 건네는 신 등 스릴이 극대화되는 장면에는 그가 있다. 도준은 지금껏 어머니를 위해 모자란 척 위장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마더>는 장르 비틀기라는 장기를 가진 봉준호 감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스릴러의 틀 안에서 캐릭터 변주를 전면에 내세운 첫 작품이다.

캐릭터의 양면성, 웃음과 눈물, 희극과 비극, 영화의 모든 요소가 뒤섞이고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떫은 뒷맛은 봉준호 특유의 풍미로 다음 작품들에 이어진다. 그리고 그의 7번째 장편에 이르러 전세계 관객들은 그 쌉쌀함에 공식적으로 중독된 듯하다. <마더>는 그 과정 한가운데 있었던 걸작이다.

윤성은/영화평론가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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