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04 18:31
수정 : 2019.07.0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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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 <오발탄> 씨네라이브 상영을 준비하는 김홍준 영화제 집행위원장(오른쪽)과 조윤성 음악감독.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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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
대사·음악·사운드 현장서 공연
23인 심포닉 앙상블·성우들 참여
조윤성 음악감독 “디즈니처럼 환상적”
김홍준 집행위원장 “고정영화 입문작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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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 <오발탄> 씨네라이브 상영을 준비하는 김홍준 영화제 집행위원장(오른쪽)과 조윤성 음악감독.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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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거장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1961)은 한국영화 걸작을 꼽을 때면 늘 1순위로 거론된다. <한겨레>와 씨제이문화재단이 올해 한국영화 탄생 100돌을 맞아 영화 전문가들과 선정한 한국영화 100선에서도 <오발탄>은 <하녀>(김기영·1960), <바보들의 행진>(하길종·1975), <바람 불어 좋은 날>(이장호·1980)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이범선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각색해 만든 영화는 6·25전쟁 이후 한국 사회의 빈곤과 부조리를 당시로선 획기적인 리얼리즘 영상을 통해 도발적으로 그린 문제작으로 일컬어진다.
이 영화를 색다르게 감상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오는 10일 개막하는 제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이다. 단순히 영화만 트는 게 아니라 모든 대사·음악·사운드를 라이브로 공연하는 ‘씨네라이브’로 상영한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제2회 개막작으로 무성영화 <시카고>(1927), 3회 개막작으로 서울올림픽 다큐멘터리 <손에 손잡고>(1988)를 씨네라이브로 상영한 바 있다. 김홍준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최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고 유현목 감독 10주기를 맞아 헌사하는 의미로 <오발탄>을 충무로뮤지컬영화제의 상징인 씨네라이브로 상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영상자료원이 2016년 <오발탄>을 디지털로 복원했다는 점도 선정 이유 중 하나다. <오발탄>은 원본 필름이 유실됐으나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 출품한 필름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복원의 길이 열렸다. 한국영상자료원은 필름에 새겨진 영어 자막을 지우고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김 위원장 말마따나 “개봉 당시 화질의 90% 수준”까지 되살려냈다. 김 위원장은 “남대문, 청계천 등 본격적인 근대화 이전의 서울 곳곳을 선명한 영상으로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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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 <오발탄> 씨네라이브 상영을 준비하는 김홍준 영화제 집행위원장(왼쪽)과 조윤성 음악감독.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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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독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조윤성이 맡았다. 그는 2년 전 <시카고> 씨네라이브 때 음악감독을 맡은 바 있다. 그때는 애초 음악이 없는 무성영화였지만 이번에 작업하는 <오발탄>은 유성영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영화가 처음부터 소리 없는 상태의 필름으로 발견됐다 생각하고 백지에서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쳐달라”고 조 감독에게 주문했다. 조 감독은 17명의 클래식 현악단에다 자신이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를 비롯해 베이스, 드럼, 색소폰, 하프, 비브라폰 등 재즈 편성까지 더해 23인조 세미 심포닉 앙상블을 꾸렸다. 여기에 대사를 연기하는 <한국방송> 성우 11명도 무대에 오른다.
조 감독은 “<오발탄>을 보면서 어둡고 슬프고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여러 느낌을 받았다. 이런 느낌들을 다채롭게 표현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가 누아르 영화를 좋아하는데, <오발탄>에서도 비슷한 걸 느꼈어요. 서양 누아르 감성의 음악과 우리말 대사가 안 어울릴 수도 있겠구나 하고 걱정했는데, 굉장히 잘 어울려서 놀랐어요.” 그는 “클래식을 토대로 하되 재즈의 즉흥연주가 가능한 구간을 만들어 유연성 있게 연주하겠다”며 “특히 하프는 디즈니 영화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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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음악감독(피아노 연주자)이 제4회 충무로뮤지컬영화제 개막작 <오발탄> 씨네라이브 공연을 위해 연주자들과 연습하고 있다.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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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충무로뮤지컬영화제는 전석 무료로 운영된다. 대신 충무아트센터 누리집(caci.or.kr)에서 예약해야 한다. 10일 저녁 7시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작으로 상영하는 <오발탄>은 이미 매진됐지만, 현장 배포분 10%가 남아 있다. 12일 저녁 8시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한차례 더 상영하는데, 이날 상영 때는 세미 심포닉 앙상블 대신 조 감독의 피아노 독주만 이뤄진다. 또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된다.
“고전영화에 대한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영화를 보면 정말 재밌습니다. 한국 고전영화를 한번도 본 적 없는 젊은 관객들이 꼭 와서 보면 좋겠어요. 여기서 재미를 느끼고 다른 고전영화도 찾아보게 만드는 입문작 구실을 했으면 합니다. 또 바람이 있다면 일회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데서도 영화를 상영하며 공연하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김 위원장)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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