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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1 19:22 수정 : 2019.06.21 19:25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스웨덴 드라마 ‘퀵샌드: 나의 다정한 마야’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고등학교에서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다. 범인 세바스티안 파게르만(펠릭스 산드만)은 현장에서 사망하고, 공범으로 지목된 마야 노르베리(한나 아르덴)는 긴급체포된다. 마야의 혈액에서는 마약 성분이 검출되고, 사건 당시 그녀가 친구들을 조준해 총격을 가했다는 증언이 이어진다. 담당 형사는 마야에게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지만 마야는 그날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안정된 가정 출신의 모범생이었던 마야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야기의 시점은 마야가 세바스티안과 사랑에 빠지게 된 여름으로 되돌아간다.

지난 4월 공개된 넷플릭스의 첫 스웨덴 오리지널 시리즈 <퀵샌드: 나의 다정한 마야>(Quicksand)는 스톡홀름 부촌의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총격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현직 변호사이기도 한 작가 말린 페르손 지올리토가 쓴 스웨덴 소설 <나의 다정한 마야>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피고인의 시각에서 사건의 전말을 돌아보는 이 독특한 법정 스릴러 소설은 2016년 출간 당시 “북유럽 스릴러의 혁신”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이 뛰어난 원작을 6부작 미니시리즈로 옮긴 <퀵샌드: 나의 다정한 마야> 역시 벌써 2019년 최고의 티브이쇼 후보로 거론될 만큼 호평을 얻고 있다.

드라마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마야의 심리에 집중한다. 다정한 부모, 귀여운 여동생, 남부러울 것 없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나, 고등학교 졸업 뒤 법대를 갈지 해외 유학을 떠날지 행복한 진로 고민에 빠져 있었던 마야의 삶은 세바스티안을 만나면서 큰 전환점을 맞는다. 마야는 “아무 여자나 고를 수 있었던”, 억만장자의 아들 세바스티안이 그녀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지만, 그의 상처와 외로움을 알게 되면서 점점 깊은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를 “쓰레기” 취급 하는 아버지의 폭력, 그 아버지로부터 학대당하고 떠난 어머니의 부재 등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세바스티안은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아이로 자랐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그에게 책임감마저 느낀 마야는 그를 감싸주려 노력하지만, 계속 엇나가는 그가 점차 버거워진다.

<퀵샌드>의 탁월한 점은 18살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그것이 실은 ‘문제적인 10대’들의 어둠이 아니라 우리 현대사회 전체의 문제를 되비추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맞닥뜨리게 된다는 데 있다. 특히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라 평가받는 스웨덴의 이면에 숨겨진 계급 차별, 이주자 혐오, 성과주의 등 기성세대의 모순이 아이들의 영혼에 미세하게 스며든 결과를 예리하게 파헤친다. 그 기성세대가 만든 제도 안에서 성인 연령에 도달한 지 갓 3주 된 마야가 어른 취급을 받으며 심판을 받고 홀로 비극적 사건의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은 얼마나 부조리한가. <퀵샌드>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는 시대가 낳은 역설적인 잔혹 성장기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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