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9 08:34
수정 : 2019.11.05 16:52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18) 경계도시 1, 2
감독 홍형숙 (2002·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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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개봉한 <경계도시>는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귀국이 좌절되는 과정을 담았다. 송 교수와 아내가 33년 만의 귀향을 앞둔 소감을 이야기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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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립영화는 1970년 전후 출발하여 80년대 본격적인 영화운동을 표방하며 활성화되었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는 올해 독립영화도 어느새 50여년의 역사를 누적했음이 새삼스럽다. 2002년과 2010년 공개된 홍형숙 감독의 <경계도시>와 <경계도시2>는 독립영화의 전통적 계보에서 나아가 작가적 성찰을 성취한 작품으로 의미를 지닌다.
서울영상집단에 근거한 홍형숙은 한국 독립다큐멘터리의 변화를 이끌어낸 당사자다. 80년대 민주적 분투기의 작품이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현장을 기록하는 목적에 충실했다면, 90년대의 작품은 미시적 쟁점과 운동사를 작가의 영화적 주관성과 조화시키며 발전해나간다. <경계도시> 시리즈는 그 연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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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교수는 여전히 분단이데올로기가 강고한 남한의 현실 때문에 귀국이 좌절되자 아내와 함께 작곡가 윤이상의 묘지를 찾는다. <경계도시>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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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21세기가 시작되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로 상징되는 경계인의 삶과 철학이 어떻게 한국 사회와 기묘하게 충돌하는지를 관찰한다. <경계도시>는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추진된 귀국이 좌절되는 과정을 담았고, <경계도시2>는 2003년 37년 만에 마침내 귀국한 송두율 교수의 행보를 좇는다. 귀국 뒤 송두율 교수는 한국 사회의 높은 벽에 가로막힌다. 실체적 민주화는 ‘국가보안법’의 위력 앞에 어김없이 조롱당한다. 당황하는 진보와 민주 인사, 직업적 신념과 윤리를 내던진 언론 사이에서 유린당하는 철학자를 뼈아프게 직시하는 카메라. 우리 안의 레드콤플렉스와 이데올로기의 허상은 그렇게 영화를 통해 철저히 간파당한다. <경계도시2>는 국가가 송두율을 옭아매었던 ‘국가보안법’에 대해 스스로 무죄를 선언하는 모순으로 마무리된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뒤,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가라는 사실은 여전히 효용과 위력을 지닌다. 그것은 평화와 적대라는 양면의 얼굴을 하고 떠들썩한 축제와 이벤트, 정치적 정략으로 활용된다. 송두율과 영화 <경계도시 1, 2>는 정상들의 흐뭇한 미소와 악수 뒤의 이면을 꿰뚫는 어떤 시야에 대한 기록으로 현재적이다.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한겨레·CJ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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