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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05 14:00 수정 : 2019.06.05 19:26

폭스가 제작한 마지막 ‘엑스맨’ 시리즈
‘엑스맨: 최후의 전쟁’ 서사 확장 구조
악당과 주인공 모두 여성으로 설정
CG최소화로 초능력대결 현실감 높여

21세기 초입, 이름조차 생소했던 ‘뮤턴트(돌연변이) 세계관’을 이식하며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던 ‘엑스맨 시리즈’가 12번째 <엑스맨: 다크 피닉스>(5일 개봉)를 끝으로 19년 만에 막을 내린다. 특별한 능력 탓에 차별과 핍박을 받는 돌연변이 이야기는 화끈한 볼거리를 선사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 소수자의 처지를 은유하며 상생과 공존이라는 키워드를 각인시켰다. 엑스맨 판권을 가진 이십세기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되며 폭스에서 제작하는 마지막 시리즈가 된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과연 이 장대한 역사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을까?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엑스맨 시리즈의 변천사 ‘엑스맨’은 오리지널, 스핀오프, 프리퀄까지 만들어진 할리우드의 대표 흥행 시리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한 오리지널 시리즈 <엑스맨>(2000)과 <엑스맨2>(2003)는 ‘인간과의 공존’을 주장하는 찰스 자비에 교수(패트릭 스튜어트)를 중심으로 한 ‘엑스맨’과 ‘돌연변이 우월주의’를 내세운 매그니토(이안 맥켈런)를 따르는 집단과의 대결을 그렸다. 이는 흑인인권운동을 둘러싼 ‘맬컴 엑스와 마틴 루터 킹의 대립’과 유사한 코드로 읽히며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싱어 감독이 하차한 3편 <엑스맨: 최후의 전쟁>은 ‘시리즈의 흑역사’라는 악평에 시달렸다.

이후 메튜 본 감독은 엑스맨의 과거를 그린 프리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에서 찰스 자비에(프로페서X) 역에 제임스 맥어보이, 에릭(매그니토) 역에 마이클 파스빈더, 레이븐(미스틱) 역에 제니퍼 로렌스 등을 캐스팅하며 엑스맨의 역사를 다시 썼다. 프리퀄은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 <엑스맨: 아포칼립스>(2016)로 이어졌다. 인기 캐릭터 울버린을 앞세운 스핀오프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 <더 울버린>(2013), <로건>(2017)이 시리즈 사이의 틈을 메웠고, 엑스맨 중 일부가 <데드풀>(2016), <데드풀2>(2018)에 등장해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키워드는 여성·우주·가족애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프리퀄 4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비극적 사고로 초능력을 자각하게 된 소녀 진 그레이(소피 터너)는 자비에 영재학교에서 같은 처지의 돌연변이들과 가족이 된다. 시간이 흘러 엑스맨으로 성장한 진은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막강한 힘을 얻게 된다. 하지만 어린시절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며 통제불능 상태가 된 진은 억눌렸던 능력을 폭발시키며 엑스맨과 대결하는 다크 피닉스로 변하게 되고, 미스터리한 외계 존재(제시카 차스테인)는 그런 진의 힘을 이용하려 한다.

사실 진 그레이의 ‘우주적 힘과 폭주’는 오리지널 3편인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이미 다뤄진 바 있다. 사이먼 킨버그 감독이 팬들에게 ‘흑역사’로 혹평받은 스토리를 다시 끄집어낸 것은 필연적이다. 그가 각본에 참여했던 <최후의 전쟁>을 반면교사로 이 에피소드를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 낸 것은 묵은 과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엑스맨 시리즈’의 서사를 우주로 확장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한편에서는 ‘다크 피닉스의 우주적 서사가 결국 한 식구가 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의 연결 고리가 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최후의 전쟁>과의 가장 큰 차이는 부수적이었던 진의 이야기가 <다크 피닉스>에선 전면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엑스맨’이 빌런과 주인공 모두를 여성으로 설정한 ‘여성 중심 서사’를 통해 시대의 조류에 합류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폭주하는 진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은 결국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그를 이해하고 아끼는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돌연변이 동료들의 진심이다. 진을 없애려던 에릭(마이클 파스빈더)조차 결정적 순간엔 대결 대신 돌연변이와 인류의 생존을 위해 힘을 보탠다. 가족애와 상생·공존은 엑스맨 전 시리즈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볼거리는 넘치지만… 돌연변이들의 초능력이 빚어내는 다채로운 볼거리는 엑스맨의 전매특허다. 사이먼 킨버그 감독은 ”현실감 극대화를 위해 컴퓨터 그래픽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군용헬기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진과 매그니토의 초능력 대결은 1800㎏이 넘는 헬기를 케이블과 크레인으로 연결해 찍었으며, 매그니토가 땅속 지하철을 들어올리는 장면 역시 실제 지하철을 이용해 촬영했다. 전작들과 비교해도 남다른 스케일이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시리즈의 피날레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크 피닉스>가 핵심으로 내세운 ‘가족애’가 주는 감성의 밀도가 그리 높지 않아 아쉽다. 울버린의 품격있는 작별인사가 안겨줬던 뭉클함(<로건>), 아이언맨의 영웅다운 죽음이 자아낸 깊은 여운(<어벤져스: 엔드게임>) 같은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기대한 관객은 다소 실망할 듯 싶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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