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4 13:47
수정 : 2019.06.0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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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턴 존의 삶과 음악을 다룬 영화 <로켓맨>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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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턴 존 음악과 삶 담은 ‘로켓맨’ 개봉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음악 풍부하지만
원곡 재현보다 영화적 재해석에 방점
태런 에저튼이 부르는 히트곡들 귀를 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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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턴 존의 삶과 음악을 다룬 영화 <로켓맨>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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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이 지나간 이후, 또 한편의 음악인을 다룬 영화가 관객들을 만난다. 5일 개봉하는 <로켓맨>은 엘턴 존의 삶과 음악을 다룬 영화다. 여러모로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교되면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엘턴 존과 퀸은 닮은 점이 많다. 같은 영국 출신 음악가로, 1970~80년대 최전성기를 누리며 수많은 히트곡을 배출했다. 엘턴 존과 퀸의 프레디 머큐리 모두 동성애자로서 성정체성의 혼란기를 겪었으며, 알코올과 약물에 빠져 방황하기도 했다. 영화에는 이런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보헤미안 랩소디>에선 퀸의 멤버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제작진에 참여했다. <로켓맨>에선 엘턴 존이 공동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보헤미안 랩소디> 프로듀서였던 덱스터 플레처는 <로켓맨> 연출을 맡았다. <보헤미안 랩소디> 의상 감독을 맡았던 줄리안 데이는 <로켓맨>에도 참여해 프레디 머큐리보다 더 화려하고 괴이한 엘턴 존의 의상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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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턴 존의 삶과 음악을 다룬 영화 <로켓맨>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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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화 모두 음악이 이끌어 나간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다만 음악의 사용 방법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히트곡들을 최대한 원곡에 가깝게 되살려냈다. 프레디 머큐리와 모창 가수의 목소리를 섞고, 배우 라미 말렉은 노래하는 시늉만 했다. 특히 영화 후반부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에선 음악은 물론 무대 위 동작, 소품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재현해내 감탄을 자아냈다.
<로켓맨>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엘턴 존의 히트곡들을 주연 태런 에저튼이 직접 불렀다. <킹스맨>(2015)으로 얼굴을 알린 태런 에저튼은 뮤지컬 애니메이션 <씽>(2016)에서 고릴라 조니 목소리를 연기하며 엘턴 존의 ‘아임 스틸 스탠딩’을 불러 빼어난 노래 실력을 선보인 바 있다. 엘턴 존은 영화에서 자신의 노래가 원곡과 다르게 들려지길 원했다. 태런 에저튼은 이야기 전개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뮤지컬 형식으로 노래해 원곡과는 또다른 매력으로 재해석했다. 이런 식으로 ‘유어 송’ ‘크로커다일 록’ ‘굿바이 옐로 브릭 로드’ ‘소리 심스 투 비 더 하디스트 워드’ 등 익숙한 히트곡들을 변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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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턴 존의 삶과 음악을 다룬 영화 <로켓맨>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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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이자 엘턴 존의 별명이기도 한 ‘로켓맨’은 가장 인상적인 대목에서 나온다. 197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 공연에서 엘턴 존은 큐빅으로 반짝거리는 엘에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이 곡을 노래한다. 엘턴 존과 평생 파트너로 일한 작사가 버니 토핀은 같은 제목의 공상과학 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우주비행사의 고립감과 외로움을 담은 노랫말을 썼다. 이는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선 한없이 고독한 록스타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바로 엘턴 존 자신에 관한 노래인 셈이다.
영화는 알코올과 약물에 중독된 엘턴 존이 치료소에 들어와 어린 시절부터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자막은 엘턴 존이 28년째 중독에서 벗어나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음을 알린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프레디 머큐리 사망을 전하는 자막으로 마무리하며 안타까움 섞인 감동을 남겼다면, <로켓맨>은 현재진행형의 행복한 감동을 만끽하게 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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