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04 11:47
수정 : 2019.04.0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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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의 한 장면. (주)바보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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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 등 86명 인터뷰 등 담아
2년 전 ‘노무현입니다’ 후속 느낌
10주기, 냉철한 성찰 필요한 시점
추념 그 이상의 작업 없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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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의 한 장면. (주)바보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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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 사람 바뀐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끝났다 하지 마시고 계속 참여해 주십시오. 여러분, 함께 하십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를 맞아 찾아온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18일 개봉)은 말 그대로 ‘바보들’에 관한 이야기다. ‘지역주의 타파’와 ‘동서화합’을 내세우며 승산없는 선거에 나서 연거푸 낙선했던 ‘바보 같은 정치인 노무현’과 그런 노무현에게 반해 생업도 내팽개친 채 그를 대선후보로 만들고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데 앞장섰던 ‘바보 같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영화는 ‘바보’를 그리워하는 ‘바보들’의 입을 통해 ‘노무현 정신’을 되새김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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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의 한 장면. (주)바보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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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에 관한 영화는 앞서도 이미 만들어진 바 있다. 지역주의에 도전장을 내밀며 2000년 부산 총선에 출마한 그의 모습을 다룬 <무현, 두 도시 이야기>(2016),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2002년 국민참여경선을 중심으로 ‘인간 노무현’을 조명한 <노무현입니다>(2017)는 각각 19만여명과 185만여명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런 이유로 <노무현과 바보들>은 기시감을 피할 수 없다. 영화는 부림사건, 국민참여경선, 대통령 당선, 그리고 참여정부의 거듭된 위기 등 익히 알려진 노무현의 생애를 다시 훑는다. 박원순 서울시장, 배우 명계남, 최문순 강원도지사, 노사모 회원 등 86명의 인터뷰와 노 전 대통령 생전 모습을 담은 필름을 교차 편집한 구성 역시 만듦새가 비슷했던 <노무현입니다>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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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의 한 장면. (주)바보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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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무현과 바보들>은 앞선 영화들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전작들이 ‘노무현을 기억하고 슬퍼하며 추모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 영화는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바보’가 되어 그를 따랐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앞으로도 ‘바보 노무현의 유산’을 기억하고 계승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데 좀 더 많은 비중을 둔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노무현의 바보 같은 우직함에 반해 돕고 싶었다”,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그의 말처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였으면 했다”는 말로 노사모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한다. 노 전 대통령의 삶을 관통해 온 원칙과 정치 철학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뜻이다. 김재희 감독은 “노 전 대통령의 유언을 담는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 참여하는 주권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에두르지 않고 ‘노 전 대통령의 육성’을 통해 이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중간중간 노 전 대통령의 송곳 같은 명연설이 삽입돼 영화 자체가 마치 ‘하나의 어록집’으로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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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의 한 장면. (주)바보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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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줄기차게 진행된 보수언론의 ‘프레임 전쟁’,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기득권 세력의 저항’, 야당의 ‘탄핵 시도’ 등이 참여정부의 위기를 불렀다고 짚는다. 그러나 더 근본적 원인은 “대통령이 됐으니 이젠 지켜보자”며 “더이상 참여하지 않고 관망만 했던 지지세력의 태도”에 있었다고 분석한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명언이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보여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념하는 이 영화는 분명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10주기라는 시점을 생각하면 아쉬움도 남는다. ‘노무현 정신’을 진정으로 계승하려면 참여정부의 성과와 한계를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분석하는 작업 또한 이제는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자는 그 역사를 다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영화 첫머리 문구처럼,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한다. 그 역사는 성공과 실패, 기억과 반성의 총집합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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