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01 11:27
수정 : 2019.04.0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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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샤잠>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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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 탄생기 담은 DC ‘샤잠’ 개봉
마법 힘으로 슈퍼히어로 된 15살 소년 빌리
소년과 영웅 사이서 좌충우돌 큰 웃음
마블 유니버스 대적할 DC 병기로 거듭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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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샤잠>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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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로 대표되는 무겁고 어두운 디시(DC)의 세계관은 잊어라! 판판히 마블에 밀려 고전하다 최근 <원더우먼>과 <아쿠아맨>으로 기사회생한 디시가 본격적인 ‘역습’에 나섰다. 무게감을 과감히 내려놓은 ‘디시 익스텐디드 유니버스’의 선택은 유쾌·상쾌·발랄한 15살 소년 영웅 <샤잠>. 마블의 <스파이더맨> 못지않은 상큼함으로 ‘환골탈태’에 성공한 디시의 신작 <샤잠>은 사춘기 슈퍼 히어로 탄생기에 할리우드 특유의 가족 이야기를 얹어 시종일관 요절복통할 유머를 뽐낸다.
필라델피아에 사는 15살 소년 빌리 뱃슨(애셔 엔젤)은 세 살 때 미아가 된 뒤 위탁가정을 전전하다 빅터와 로사의 집으로 보내진다. 프레디와 더불어 메리, 달라, 유진, 페드로 등 다양한 성격과 인종의 아이들이 사는 이 따뜻한 위탁가정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빌리. 그러던 어느 날 빌리는 지하철을 타고 가다 ‘선택된 자’를 찾던 고대 마법사를 만나게 되고, “솔로몬의 지혜, 헤라클레스의 힘, 아틀라스의 체력, 제우스의 권능, 아킬레스의 용기, 머큐리의 스피드를 갖춘” 슈퍼히어로 샤잠(제커리 리바이)으로 다시 태어난다. ‘슈퍼 히어로 만물박사’를 자처하는 프레디와 함께 숨겨진 능력을 하나씩 깨우치던 샤잠은 7가지 죄악으로 뭉친 빌런 시바나 박사(마크 스트롱)와 숙명의 대결을 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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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샤잠>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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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잠!”이라는 이름을 외치면 슈퍼 히어로로 변신할 수 있게 된 소년. 그러나 겉은 우람한 근육질의 성인이라도 속은 여전히 15살 사춘기 소년일 뿐이다. 이 부조화와 불일치가 빚어내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샤잠>의 가장 중요한 웃음 포인트다. “빨간색 쫄쫄이 수트 때문에 화장실도 못 간다”고 투덜대고, 강도가 쏜 총알이 얼굴에 맞자 간지럽다며 깔깔대는 이 ‘어른 아이’를 보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15살 소년이 갑자기 생긴 감당 못 할 초능력을 사용하는 범위라고는 슈퍼마켓에서 맥주를 사고, 학교를 땡땡이치고, 대중 앞에서 장기자랑을 하듯 과시하는 것 정도다. 샤잠이 프레디와 함께 방탄, 방염, 스피드, 비행 등 각종 능력을 테스트하는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는 장면은 이 영화의 눈높이를 짐작케 하는 동시에 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한다. ‘거구의 아재’ 모습으로 15살 소년의 천진난만함을 보여준 제커리 리바이의 능청스런 연기가 일품이다. 캐스팅이 영화의 절반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샤잠>은 다른 히어로 무비가 그렇듯 주인공이 영웅으로서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는다. 빌리가 히어로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슈퍼 파워를 쓸모 있게 사용할 줄 알게 되기까지는 ‘가족’의 영향이 크다. 할리우드 영화의 오랜 공식처럼 여기서 ‘가족’이란 피를 나눈 ‘혈연 공동체’가 아니다. 영화 속 빌런 시바나 박사의 가족은 전통적 혈연 가족이지만 콩가루인 것과 달리, 빌리의 위탁가정은 비록 유사가족일지언정 진정한 가족애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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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샤잠>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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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잠>은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다. ‘엄근진(엄숙·근엄·진지)의 덫’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이 영화는 북미에서 “역대 디시 영화 중 <다크나이트> 이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한 편에선 “마블 따라쟁이”라는 비아냥도 나올 법 하다. 엔딩크레디트 사이 쿠키 영상 두 개를 배치하는 방법까지 마블을 빼닮긴 했으니까. 그럼 뭐 어떠랴. 관객 입장에선 즐거우면 그뿐. ‘비(B)급 정서’를 흠뻑 뒤집어쓴 디시의 새 영웅이 과연 한국 관객에게도 통할까? “샤잠!“이 디시의 새로운 흥행 주문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3일 개봉.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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