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15 05:00
수정 : 2018.08.16 02:46
‘신과함께’ ‘공작’한 주지훈 VS ‘공작’의 ‘목격자’ 이성민
올여름을 책임지는 두 남자가 있다. <신과함께2>, <공작>, <목격자>를 통해 바통을 주고받으며 영화시장을 이끄는 주지훈(36)과 이성민(50)이다. 두 배우 모두 텐트폴 영화(주력 영화)에 중복 출연해 “부담스럽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냈지만, 막상 영화가 개봉하자 관객, 평단, 영화 관계자까지 모두를 싱글벙글 웃음짓게 만들고 있다. <신과함께2>와 <공작>의 주지훈, <공작>과 <목격자>의 이성민을 최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각각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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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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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지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사실 <신과함께>는 (하)정우 형 영화고, <공작>은 (황)정민이 형과 (이)성민이 형 영화인데…. 그래서 제가 멀티캐스팅을 좋아해요. 얹혀 가기 좋잖아요. 하하하.”
‘쌍천만 위업’을 달성한 <신과함께>와 칸의 부름을 받은 <공작>으로 잇달아 관객을 만난 소감을 묻자 주지훈은 연신 마른세수를 하며 어색해했다. 한 해에 연거푸 두 작품이 성공을 거두니 ‘반칙 아니냐’, ‘운 좋다’는 시샘 어린 시선도 존재한다. “아, 운도 좋았죠. 특히 <신과함께>는 정우 형이 캐스팅된 상태에서 제안을 받은 터라 덕을 볼 것 같기도 하고, 망해도 형 뒤에 숨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감독 이하 모두가 ‘모험’을 감행했고, 그 모험이 성공으로 돌아왔다는 거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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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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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데뷔 만 12년 차지만 여전히 ‘스타’라는 느낌이 강했던 그에게 올해는 ‘진짜 배우’로 대중에게 각인되는 원년이 될 듯싶다. 1편보다 비중이 한껏 커진 <신과함께2>에서는 맥락 없이 촐랑대는 저승차사지만 전생엔 깊은 아픔을 감춘 고려 장수였던 ‘해원맥’을 어색함 없이 연기해 냈다. <공작>에서는 북 보위부 장교 정무택 역을 맡아 눈에 띄는 액션신 하나 없이 긴장감을 죄었다 풀었다 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주지훈
해원맥 전생·현생 반전 넘친 연기
‘사냥개’ 떠올린 북한 엘리트 군인
12년만에 ‘스타’ 아닌 ‘배우’ 인정
“차기작은 섹시 멜로물 어떨까요”
“<신과함께2>는 현생과 전생을 오가는 1인2역이라 아예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죠. 무엇보다 (마)동석 형이 짐승처럼 버텨주고(웃음), 향기도 너무 믿음직해 많이 의지했어요. 코믹한 장면이 많은데, 사실 애드리브가 아니라 모든 게 철저히 계산된 장면이에요. 김용화 감독은 자기만의 호흡으로 완벽한 계획을 하는 분이더라고요.”
<공작> 땐 정무택 캐릭터가 쉬이 와 닿지 않았단다. 압도적인 연기력의 황정민·이성민 사이에서 대사량도 그다지 많지 않은 역할이다. “감독님께 ‘나 그림이냐’고 물어보기까지 했어요. 걱정이 많았지만, 준비할 때부터 정무택에 대한 이미지를 계속 떠올렸죠. 젊은 나이에 고위직에 오른 거만한(웃음) 군인. 고도의 훈련과 사상 교육을 받은 사냥개 같은 인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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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지훈.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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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홍보전에 ‘동원’되다 보니 힘겨울 법도 하건만 그는 유쾌한 농담으로 응수했다. “너무 바빠 엄마도 1년에 두 번 보는데, 8월 내내 엄마보다 성민이 형을 더 자주 만나요. 하하하. 그래도 장르가 다르니 관객은 갈등할 이유가 없잖아요? 두 편 다 보면 되니까.”
30대 중반이 되니 ‘나이듦’을 확실히 느낀다고 했다. “우선 저의 콜라겐이 중력의 영향으로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고요. 하하하. 사진 찍으면 티가 확 나요. 그리고 시나리오 고를 때 혼자 결정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많은 분에게 보여주고 상의하게 돼요. 내 스타일이 아니어도 더 많은 사람이 사랑해준다면 괜찮은 캐릭터(작품) 아닐까 싶어서요.”
‘나이 들어도 옴므 파탈 소리를 들을 만큼 언제나 섹시할 것 같다’는 위로에 “초등학교 때부터 섹시하단 말을 들었다”며 해맑게 웃는 주지훈. 차기작은 멜로 영화를 찍고 싶단다. “멜로 안 한 지 너무 오래돼서요. 찐하고 섹시한 멜로,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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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성민. 씨제이이엔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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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민
‘압도적 연기력’이란 말에 이성민은 고개를 저었다. “<공작>은 바닥을 치게 한 작품이에요. 연기공부 처음 하던 때 느낌이었죠. 연기로만 승부하는 작품이니 피하거나 숨을 곳이 없어요. ‘쉼표 없는 악보’를 보는 것 같달까. 이 실력으로 먹고살았나 부끄러웠어요.”
데뷔 30년을 넘긴 연기파 배우의 말에서 작품의 무게가 느껴졌다. <공작>에서 북 외화벌이 총책 리명운 역을 맡아 흑금성(황정민)과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중심추를 잡은 이성민이다. 내내 ‘총질’ 한 번 없이 ‘말’로 주고받는 ‘전쟁’을 치르니 진이 빠질 법도 하다. “윤종빈 감독은 <군도> 때도 그렇고 자꾸 진중한 역에 캐스팅하네요. 얼굴에 신뢰감이 있다는데…. 허허. 자신도 모르는 모습을 발견해 가는 게 배우라는 말이 맞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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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성민. 씨제이이엔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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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구축을 위해 사투리보다 더 신경 쓴 것은 리명운의 신념이었다. “북 권력층은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심뿐일까? 시나리오를 읽으니 아닌 거죠. 리명운은 조국과 주민을 사랑하고 염려하는 따뜻한 애국자예요. 사실 악랄한 인간만 있다면 진작 체제가 무너졌겠죠?” 황정민·이성민이 맞붙었으니 연기 대결만으로도 기대된다는 관객이 많다. “서로 앞가림하기 바빴어요. 공을 패스하듯 호흡을 주고받으니 시너지는 있죠. 처음엔 속 얘기도 못했어요. 나만 힘든가 싶어서. 허허허. 각자 괴로워한다는 소문(?)이 슬슬 돌면서 툭 터놓고 상의하니 후련하더군요.”
이성민
사투리보다 ‘리명운 신념’ 표현 집중
현실 곱씹으며 ‘침묵하는 상훈’ 연기
30년 ‘연기파’도 긴장한 작품의 무게
“올해는 폭염보다 뜨겁게 뛰어야죠”
총풍·북풍 등은 뉴스로 보고 들었던 정도였다. <공작>을 찍으며 남북관계에 대한 사고가 넓고 깊어진 것은 또 하나의 수확이다. “촬영할 땐 남북관계가 차가웠는데, 개봉이 다가올수록 훈풍이 불더라고요. 남북 정상이 도보 다리 건너는 모습이 흑금성과 리명운이 나란히 지하도를 걷는 장면과 겹쳐졌어요. 감독님이랑 정민이랑 문자를 주고받았죠. ‘신기하지 않냐’고. 영화 마지막 장면은 현재 남북의 훈훈함 덕에 관객에게 더 희망차게 다가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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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성민. 씨제이이엔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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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고 은혜는 꼭 갚는 성격 탓에, 거절 하지 못하고 다작하는 배우로 유명한 이성민. “손해 끼치지 않으려면 올해엔 폭염보다 뜨겁게 뛰어야 할 처지”란다. 뒤따르는 <목격자>(15일 개봉)는 원톱 주연이다.
“<목격자>는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촬영을 12월에 했는데, 흙더미에 묻히는 장면에선 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날 정도로 떨리더라고요. 사흘을 찍으니 샤워해도 귀에서 흙이 나올 정도였죠.” <목격자>는 살인을 목격하고도 침묵하는 상훈을 통해 우리 안의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를 날카롭게 헤집는 영화다. “촬영을 시작하니 사회적 이슈와 닿는 지점을 더 곱씹게 되더군요. 침묵하는 상훈을 어떻게 관객에게 설득시키느냐가 관건인데…. 어떤 장면이 공포스러운 게 아니라 불의에 침묵하는 현실 자체가 공포 아닐까요?”
흥행은 하늘의 뜻이라면서도 “<공작> 홍보할 땐 ‘신과함께 하는 공작’, <목격자> 홍보할 땐 ‘공작을 목격하자’고 외쳐주는 동료가 있어 괜찮다”며 이성민은 또 사람 좋게 “허허” 웃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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