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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26 08:01 수정 : 2018.01.26 08:01

리들리 스콧 ‘올 더 머니’
수전노 게티의 삶 통해 ‘허무’ 그려
주연 교체-재촬영 악재에도 탄탄

오우삼 ‘맨헌트’
하지원 비롯 한·중·일 스타 총출동
쌍권총 액션 등 익숙한 장면 그득

우디 앨런 ‘원더 휠’
한 남자 둘러싼 의붓엄마-딸 치정극
케이트 윈슬렛 ‘신경증적 연기’ 압권

설 연휴를 공략할 대작들이 연이은 출격을 기다리는 가운데 이름만으로도 관객을 설레게 할 명장들이 스크린에 출사표를 던졌다. 할리우드 노장 리들리 스콧(81)의 <올 더 머니>(2월1일 개봉), 예술영화 거장 우디 앨런(83)의 <원더 휠>(상영 중), 홍콩 누아르 장인 오우삼(72)의 <맨헌트>(상영 중)까지. 잘 벼려진 각양각색의 ‘무기’를 들고 노익장을 과시한 이들의 영화는 과연 이름값을 할 수 있을까?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올 더 머니>의 한 장면. 판시네마 제공
■ 뚝심이 빚은 실화영화…리들리 스콧 <올 더 머니>

<올 더 머니>는 “가진 돈을 셀 수 있다면 갑부가 아니다”라는 말로 유명한 석유 갑부 ‘폴 게티’의 손자 유괴 사건(1973년)을 바탕으로 한 실화 영화다.

사막에서 유전을 발굴해 부를 축적한 게티(크리스토퍼 플러머)는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믿을 수 없는 ‘인간’한테 돈을 쓰기보단 회화·조각 등 ‘미술품’에 투자하는 게티. 어느 날 그의 손자가 납치된다. 며느리 게일(미셸 윌리엄스)은 몸값 1700만달러(189억원)를 달라고 애원하지만 게티는 “한 푼도 줄 수 없다”며 버틴다.

손자의 귀를 잘라 보내는 납치범보다 잔인한 것은 게티다. 몸값 지불은 거부하면서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그림엔 천문학적 돈을 치른다. ‘물질에 대한 신봉’밖에 남은 것이 없는 게티의 가치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혼을 하면서도 “양육권 외에 단 한 푼도 필요 없다”는 게일과, “손자는 내 소유물인데 그들이 빼앗아 갔다”는 게티와의 간극을 통해 감독은 ‘오직 소유 자체를 욕망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은근한 비판의 날을 세운다.

리들리 스콧 감독 영화 <올 더 머니>의 한 장면. 판시네마 제공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그림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숨을 거두는 게티의 수전노 같은 삶은 결국 허망할 뿐이다. 그가 남긴 ‘게티 두상 조각’을 바라보는 게일의 측은한 눈길은 감독이 표현하고자 했던 “허무와 공허”를 집약한다.

원래 게티 역을 맡았던 케빈 스페이시가 성폭력 논란에 휩싸이자 감독은 개봉 6주를 남겨두고 그의 분량을 9일 만에 통째로 재촬영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하지만 원로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급조됐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완벽한 연기로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 영화는 스콧 감독의 뚝심 있는 연출과 플러머의 노련한 연기, 두 노장의 투혼이 빚어낸 작품이다.

오우삼 감독 영화 <맨헌트>의 한 장면. 풍경소리 제공
■ 스스로에 대한 오마주?…오우삼 <맨헌트>

‘홍콩 누아르 영화의 전설’ 오우삼(우위썬) 감독이 20년 만에 ‘전공’을 되살린 <맨헌트>는 하지원, 장한위, 후쿠야마 마사하루 등 한·중·일 스타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유능한 변호사에서 하루아침에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추락한 두 추(장한위)와 그를 쫓는 베테랑 형사 야무라(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이야기를 뼈대로 한다. 경찰 추격을 피해 도주한 두 추와 사건의 이면에 감춰진 음모를 알게 되면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돕는 야무라는 신분을 넘어 우정을 나누게 된다. 우연히 마주쳤던 두 추에게 호감을 가지고도 그를 죽여야만 하는 킬러 레인(하지원)의 이야기는 일종의 ‘양념’이다.

오우삼 감독 영화 <맨헌트>의 한 장면. 풍경소리 제공
1974년 작인 니시무라 주코의 소설과 동명 일본 영화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를 43년 만에 리메이크했다고 하는데, 영화는 옛날식 액션과 스스로에 대한 오마주만 가득하다. 오우삼의 트레이드마크인 ‘날아오르는 흰 비둘기’, <영웅본색>류의 쌍권총 액션, ‘사나이는 의리!’라는 촌스러운 주제의식, 80년대식 플래시백과 슬로모션에 손발이 오글거린다. 플롯은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산만한데다 오우삼의 장기인 잘 빚어진 미장센도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하지원의 비중이 작고 캐릭터의 개연성도 부족해 한국 팬들은 더 아쉬울 듯하다.

오우삼은 <영웅본색>(1986)으로 대표되는 홍콩 영화 전성기를 재현하려던 걸까? 되레 홍콩 영화 몰락의 이유가 ‘끝없는 자기복제 탓’이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떠오를 뿐이다.

우디 앨런 감독 영화 <원더 휠>의 한 장면.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 인생의 진리 담은 막장드라마…우디 앨런 <원더 휠>

<원더 휠>은 자신의 인장과도 같은 막장드라마를 통해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우디 앨런의 장기가 잘 살아난 영화다.

코니아일랜드의 작은 식당 종업원 지니(케이트 윈즐릿)는 과거 연극배우로 잠시 활동했지만, 이혼 뒤 새 남편 험티(짐 벨루시)를 만나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며 사는 비루한 신세다. 불 지르기가 취미인 아들은 골칫덩어리고, 술만 먹으면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도 지겹다. 그런 지니가 젊고 매력적인 안전요원 믹키(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불륜에 빠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두 사람 사이가 깊어질 때쯤 험티와 이전 아내와의 사이에서 난 딸 캐롤라이나(주노 템플)가 의절했던 아버지를 5년 만에 찾아온다. 믹키는 캐롤라이나에게 반하고, 한 남자를 두고 의붓엄마와 딸은 결국 한 편의 ‘치정극’을 연출하게 된다.

우디 앨런 감독 영화 <원더 힐>의 한 장면.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극작가를 꿈꾸는 믹키의 시선으로 써 내려간 한 편의 연극과 같은 느낌을 준다. 구조뿐 아니라 영화의 진행방식, 지니의 심리 표현도 마찬가지로 연극적이다. “이건 내 삶이 아니야. 나는 식당 종업원 역을 연기하고 있는 거야”라는 대사나 마치 연극을 하듯 롱테이크로 연결되는 여러 장면들이 그러하다. 케이트 윈즐릿의 빛나는 연기력은 연극적 대사와 장면을 한 치의 어색함도 없이 이끌어 가는 힘이다. 독백하듯 빠르게 대사를 읊어대며 표현하는 불안하고 신경증적인 심리 연기는 압권이다. <블루 재스민>(2014)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케이트 블란쳇을 떠오르게 한다.

‘원더 휠’은 코니아일랜드의 명물인 대관람차를 뜻한다. 올라갔으면 내려와야 하고 공중을 한 바퀴 돌면 결국 땅을 디뎌야 하는 대관람차처럼, 멀리서 보면 화려한 명물이지만 정작 올라타면 지루한 대관람차처럼, 우리의 인생도 사랑도 마찬가지 아니겠냐고 우디 앨런은 조용히 속삭인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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