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24 08:00
수정 : 2018.01.25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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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바룰라>의 네 주인공. 왼쪽부터 신구, 임현식, 박인환, 윤덕용. 영화사 김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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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밥바룰라’ 오늘 개봉-
박인환·신구·임현식·윤덕용 등
연기경력 합쳐 ‘207’년인 4총사
“버킷리스트, 로맨스, 우정…
노인이 주인공이라도 밝고 경쾌”
“재미있는 이야기 아직 많은데
2편, 3편 시리즈는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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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바룰라>의 네 주인공. 왼쪽부터 신구, 임현식, 박인환, 윤덕용. 영화사 김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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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말 그대로 영화계에서 ‘관록’이 빛을 발한 해였다. <아이 캔 스피크>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나문희(76), ‘노인 스릴러’ <반드시 잡는다>로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한 백윤식(70), <채비>로 깊은 울림을 선사한 고두심(66)까지. 연륜이 뿜어져 나오는 농익은 연기는 관객을 울리고 웃겼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져 연초부터 스크린은 ‘노장 천하’다. 개봉 6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조하(이병헌)·진태(박정민)의 어머니로 출연한 윤여정(71)과 가율(한지민)의 할머니로 열연한 문숙(64)은 영화의 무게중심을 잡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노익장으로 똘똘 뭉친 영화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비밥바룰라>(24일 개봉)다. ‘시니어벤저스’(시니어+어벤저스)로 불리는 신구(82), 박인환(73), 임현식(73), 윤덕용(76)이 주연한 <비밥바룰라>는 ‘본격 실버영화’를 표방한다. 네 명의 배우를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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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바룰라>의 네 주인공. 왼쪽부터 윤덕용, 신구, 박인환, 임현식. 영화사 김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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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년!’
네 배우의 연기 경력 총합이다. 경력이 수백년이래도 개봉을 앞두고 긴장감을 떨치려 일부러 웃고 떠드는 모습은 여느 청춘 배우들과 다르지 않다. 작은 차이점이라면 “살짝 가는귀가 먹은” 임현식 때문에 의도치 않은 ‘사오정 시리즈’가 양산되는 것 정도랄까?
<비밥바룰라>는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네 아버지가 가슴속에 담아둔 각자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코미디다.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솔직·담백한 연기를 펼치며 노년의 우정과 사랑, 가족애 등을 풀어낸 네 배우의 연기력이 가장 큰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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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바룰라>의 신구. 영화사 김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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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배우는 시나리오를 읽고 “노인이 노인의 이야기를 해보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언젠가부터 누군가의 할아버지나 아버지 역할만 했는데, 이 작품은 노인이 주인공이라 선뜻 참여했지.”(박인환) ,“무엇보다 동년배끼리 모여 영화를 찍는 새로운 경험이 좋더라고.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나 연극에서도 이런 캐스팅은 쉽지 않잖아?”(신구), “동년배라고 하지만, 9살이나 더 많으시면서”라는 임현식의 ‘딴지’에 신구가 “꼭 그런 말을 해야겠냐?”고 면박을 주자 다들 웃음보를 터뜨렸다. ‘쿵짝’이 딱딱 맞는 사총사다. “아니, 선배님 뵈면 우리도 저 나이 때까진 끄떡없겠다 싶어 위안된다 이거지. 으흐흐.”(임현식)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 윤덕용은 “난 얼굴이 노안이라 30대부터 노역을 했어. 나이 들면 노역은 전부 내 차지가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고. 주인공 했던 배우들이 꿰차더라니까. 하하하. 그래서 간만에 출연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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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바룰라> 박인환. 영화사 김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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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바룰라>는 그간 한국 영화의 주류였던, 피와 살이 튀는 범죄·액션 영화와는 다르다. 착하고 따뜻하다. 그런 점에 배우들도 백배 공감하며 촬영을 했다. “노년은 죽음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 영화는 밝고 경쾌하지. 특히 나이가 들어도 함께 어울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진다는 게 좋아. 꿈이랄까 희망이랄까? 해보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게 좋더라고.”(박인환) 아내에게 한없이 자상하고 로맨틱한 순호를 연기한 신구는 “영화 속 내자(아내)가 치매에 걸렸지만,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너무 공감됐다”고 했다. 6년 연애 끝에 아내가 미국으로 떠나자 계속 편지를 써 마음을 돌렸다는, 신구다운 대답이다. “12~13년 전 와이프가 암으로 세상을 떴는데, 영화를 찍으며 부쩍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더라고. 영화 속 현식은 옛 연인과 해피엔딩인데, 실제 늙은이 형편에 그건 참 어려운 일이지. 나도 땅도 좀 있고 한데,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주더라니까. 으하하하.”(임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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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바룰라> 임현식. 영화사 김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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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름, 경북 영양의 한 여관에서 합숙하며 촬영한 이들은 현지에선 ‘4인조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단다. 윤덕용을 빼고 “술은 고정적으로 마셔주는 센스”를 지닌 세 배우는 읍내 통닭집을 아지트 삼아 매일 술잔을 기울였다. 주민들이 지나가다 한 잔씩 건네는 술잔에 거나하게 취하고, 쏟아지는 사인 요청 공세를 은근히 즐기는, 그야말로 ‘욜로 라이프’였다. “우린 뭐 건강 좀 떨어진다 싶으면 술로 또 영양을 보충하니까. 으하하하.”(임현식) “이 나이 되면, 술 먹자고 친구를 불러도 다들 안 나와. 그래서 혼자 마시곤 했지. 촬영장에서 같이 마시니 그게 좋더라고~”(신구) “아니 평소에 왜 술을 혼자 드셔? 외롭게?”(임현식) “모르는 소리. 요샌 혼술이 유행이야~ 나도 혼술 많이 해.”(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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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바룰라> 윤덕용. 영화사 김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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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배우가 <비밥바룰라>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딱 하나. 본격적인 ‘실버영화의 시대’를 여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재밌는 이야기가 더 많을 거야. 2편, 3편 시리즈는 어떨까? 2편에선 20년 전을 회상하며 더 젊은 시절로 돌아가도 좋고. 외모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니까. 으하하하.”(임현식) “일단, 관객이 많이 들어야지. 100만은 들려나? 100만도 엄청난 거지?”(박인환) “술도 없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이렇게 많이 해줬는데, (기자 양반이) 알아서 써주겠지.”(신구)
영화 속 사총사처럼 이들은 진 빈센트의 ‘비밥바룰라’(1956)를 흥얼거리며 인생을 즐길 거라고 했다. “비밥바룰라~ 쉬즈 마이 베이비~ 인생 뭐 있나? 로큰롤처럼 신나면 그만이지!”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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