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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16 17:45 수정 : 2018.01.16 22:30

다큐멘터리 〈B급 며느리〉의 한 장면. 홍보사 날개 제공

[리뷰] 다큐 영화 ‘B급 며느리’
감독 가족의 실제 고부갈등 다뤄
발칙한 며느리 반격 통쾌하지만
‘가부장제’ 본질 잘 보이지 않아

다큐멘터리 〈B급 며느리〉의 한 장면. 홍보사 날개 제공
지난해 출판계의 화제작 <82년생 김지영>과 에스엔에스를 타고 퍼진 웹툰 <며느라기>는 ‘이 시대 여성의 이야기’로 꼽히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들 작품은 “생활 속 페미니즘을 일깨웠다”는 평가와 함께 20~30대 젊은 기혼여성의 환호를 받았다. 50만부 이상 팔려나간 〈82년생 김지영〉은 영화화가 진행 중이며, 22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렸던 <며느라기>는 단행본으로 발간된다는 소식이다. 올해도 그 뒤를 이어 여성의 공감을 자아낼 영화 한 편이 관객을 찾는다. 1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B급 며느리〉는 제목 그대로 ‘시가가 원하는 바를 따르지 않는 발칙한 며느리’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B급 며느리〉의 주인공은 연출을 맡은 선호빈 감독의 아내 ‘김진영’이다. “나 자신의 불행을 팔아먹기로 했다”는 영화 속 내레이션처럼, 감독은 대개 꼭꼭 숨기고파 하는 집안의 치부인 ‘고부갈등’을 적나라하게 카메라에 담아냈다.

다큐멘터리 〈B급 며느리〉의 한 장면. 홍보사 날개 제공
김진영은 “시댁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시기를 겪는” <며느라기> 속 민사린과는 딴판이다. 이유 없이 시어머니가 행사하는 ‘기선제압’에 순순히 당해주지 않는다. “시동생에게 왜 존댓말을 해야 하느냐”, “내가 싫으면 내 아들(손주)도 못 본다”며 냅다 소리를 지른다. 누구나 한 번쯤 상상은 했으되 실천하지 못했던 ‘시가에 발길 끊기’도 거침없이 행한다. 양심의 가책 따윈 없다. “명절에 시댁에 안 내려갔어요. 그래서 완벽한 명절을 보냈죠”라며 실실거릴 뿐이다.

시어머니 조경숙도 만만치는 않다. 연애 시절 김진영이 아르바이트하는 학원으로 전화해 “고양이 계속 키우면 결혼 못 한다”며 1시간 동안 으름장을 놓았다는 에피소드는 시작일 뿐. 며느리는 어떤 존재냐는 물음에 “명절과 제사, 시어머니·시아버지·시동생 생일 등 집안 대소사를 모두 챙기는 것이 의무”라고 정의 내린다. 감독의 고모는 “며느리는 손님이 아니야. 말단이지. 최하야. 낮은 자세로 해야 하는데…”라며 시가 앞에 몸을 낮추지 않는 김진영을 탓한다. 어쨌거나 명절, 제사, 시부모 생신에도 얼굴을 비치지 않는 김진영을 둘러싼 갈등은 깊어만 가고, 시어머니 조경숙은 “B급은 무슨 B급? F급이지”라고 일갈하는 지경에 이른다.

다큐멘터리 〈B급 며느리〉의 한 장면. 홍보사 날개 제공
사실 영화는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 양상만 풀어놓을 뿐, 직접적인 갈등 원인은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관객들은 이 “독립영화판 사랑과 전쟁”의 재판관 역할 하기가 힘들다. 다만 때론 며느리에게, 때론 시어머니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지켜볼 뿐이다. 어떤 대목에선 중재자 노릇을 하지 못하는 감독에게 화살이 돌아갈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 독한 시어머니, 되바라진 며느리가 문제일까? 보는 내내 속을 답답하게 했던 의문은 맨 마지막에 가서야 조금이나마 풀린다. “이게 나와 시어머니의 일 같지만…. 결국은 그 집에 손발 멀쩡히 움직이는 성인이 넷인데, 나랑 어머니 둘이서 ‘니가 했네. 내가 했네’ 싸우고 있다는 게 이상한 일이거든.” 김진영의 이 말이야말로 ‘고부갈등’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점에서 영화는 다소간의 한계를 가진다.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어퍼컷을 날리는 발랄함은 갖췄으되, 그 구조를 속 시원하게 분석해 내는 냉철함은 부족하다는 것. 이것이 ‘고부갈등’의 진짜 원인인 ‘가부장제’의 속성을 꿰뚫지 못하는 감독, 즉 대한민국 남성의 한계라면 너무 과한 해석일까.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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