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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09 05:00 수정 : 2018.01.09 07:48

배우 박정민. 씨제이이앤엠 제공

‘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

‘서번트 증후군’ 천재 피아니스트역
“악보 볼 줄도 몰랐지만 연습하니
세상에 안되는 건 없더라고요”

‘파수꾼’ ‘동주’ 거치며 연기 변신
올해 ‘염력’ ‘변산’ ‘사바하’ 줄개봉
“너무 많은 작품하다보니 불안…
그래도 물 들어올 때 노저어야죠”

배우 박정민. 씨제이이앤엠 제공
때로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함이 배우의 가장 큰 자산일 때가 있다. 배우 박정민(31)의 경우가 그렇다. 그의 평범함은 <파수꾼>(2011)에서는 약하지만 세심한 감성을 지닌 희준으로, <동주>(2016)에서는 뜨거운 청춘과 투지를 지닌 독립운동가 송몽규로 변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어떤 캐릭터든 담아낼 수 있는 질그릇 같은 박정민의 평범함이 이번엔 피아노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서번트 증후군’ 진태 역으로 그 빛을 발했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개봉(17일)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이번 작품은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고 싶다고 졸라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아요.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평소 존경했던 이병헌 선배님이 출연하신다는 것을 알고 이번에 함께 못하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서….”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연기보다 이병헌의 연기를 지켜본 소감을 더 많이 이야기했다. 이병헌 역시 “워낙 잘해 충고가 필요없는 후배”라고 극찬한 바 있다. 주거니 받거니, 영화 속 케미스트리가 현실에서도 재현되는 양상이다.

배우 박정민. 씨제이이앤엠 제공
<그것만이…>는 아버지가 다른 두 형제―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와 서번트 증후군 ‘진태’―가 난생처음 만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박정민이 맡은 진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다. 대사라고는 “네~”라는 단답형 대답이 거의 전부다. “어느 순간 그분들의 세상을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오만’일 수 있다는, 연기를 위해 그분들을 관찰하는 것도 ‘무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분들이 다니는 학교를 찾아가 한 학기 동안 봉사활동을 했어요. 마음으로 다가가고 싶어서.” 봉사를 마치고 떠나는 그에게 아이들이 건넨 사진과 편지는 ‘진태’를 연기하는 내내 큰 힘이 됐다. “상우, 영석이, 상명이, 영국이, 지환이…. 제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웃는 아이들과 너무 행복했어요. 우리 반 5명을 위해 이 영화는 꼭 잘 찍고 싶었어요.”

그는 “네~”라는 한마디에도 여러 감정을 담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진태의 ‘네~’에는 ‘긍정의 네’도 있고 ‘부정의 네’도 있고, ‘잘 모르겠다의 네’도 있어요. 그래서 상대방의 대사를 더 많이 분석했어요. 엄마와 조하 형의 대사에 따라 ‘네’라는 대답의 ‘질’이 달라지니까.”

배우 박정민. 씨제이이앤엠 제공
박정민은 영화에서 젓가락 행진곡, 헝가리 무곡은 물론 차이콥스키와 쇼팽의 고난도 피아노 협주곡을 신들린 듯 연주한다. 표정, 자세, 건반을 누르는 손가락의 움직임까지 피아노 경력이 10년쯤은 돼 보인다. “피아노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어요. 감독님이 첫 미팅 때 피아노는 직접 쳤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6개월간 하루 6시간씩 연습했죠. 악보도 볼 줄 몰라 선생님이 녹화해 준 영상을 보며 손가락 짚는 순서를 외우는 방식으로 연습했어요. 세상에 안 되는 건 없더라고요. 하하하.”

사실 <그것만이…>는 충무로에 흔한 ‘한국형 신파’다. 서번트 증후군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비판도 나올 법하다. “신파지만 담백한 신파라 부르고 싶어요. 감정을 강요하지 않거든요. 전 제 영화 보며 늘 제 실수를 찾는 버릇이 있어요. 잘 울지도 않고요. 그런데 이번엔 시사회 날 30분 동안 오열했어요. 단순한 슬픔이 아닌 약간 기분 좋은 슬픔이랄까. 마지막 횡단보도에서 조하와 진태가 손을 잡는 장면, 너무 담백하지 않나요?”

배우 박정민. 씨제이이앤엠 제공
박정민은 영화 <동주>로 2016년 각종 신인상을 휩쓸며 이제야 ‘진짜 전성기’를 맞았다. 올해 <그것만이…>를 시작으로 <염력>, <변산>, <사바하>를 통해 잇달아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작품이 많이 들어와 소처럼 일하는 건 맞는데, 불안해요. 사람들은 아직 날 잘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작품만 많이 하니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신기루 같아요. 그래도 물 들어올 때 열심히 노 저어 보려고요. 하하하.”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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