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03 05:00
수정 : 2018.01.0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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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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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오늘 천만관객 돌파
흥행성공 비결
① 할리우드급 특수효과
② 신세대도 울린 ‘신파’
③ 원작 웹툰 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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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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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손수건을 돌려 쓰며 펑펑 운 영화는 처음입니다. 돌아가신 엄마 생각도 많이 나고 그간 죄지은 건 없나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은 4DX관에서 한번 더 본다고 하네요.”
초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 남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신과 함께―죄와 벌>을 관람한 김연수(45)씨의 소감이다. 김씨처럼 <신과 함께>에 호응한 관객이 1000만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2일 투자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신과 함께>가 이날 12시 기준으로 누적 관객 955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혀 이르면 3일 오후, 늦어도 4일 오전이면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신과 함께>는 롯데가 배급한 첫번째 천만 영화이자 2018년 첫 천만 영화, 한국영화로는 16번째 천만 영화로 등극하게 된다. 역대 천만 한국영화 중 가장 빠른 속도였던 <명량>(12일)에 이은 두번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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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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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연말연시 가족 관객층 공략에 성공한 점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견될 만큼 진일보한 시각적 특수효과(VFX)를 구현한 점, 한국형 판타지라는 장르에 대한 호감을 끌어낸 점, 원작 웹툰이 가진 인지도의 힘을 등에 업은 점 등을 <신과 함께>의 흥행 요인으로 꼽는다.
사실 개봉 전 평단의 점수는 그리 후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신파”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관객은 이 ‘신파’를 감동 코드로 받아들였다. <신과 함께>의 신파에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 세대가 공감할 만한 요소가 구석구석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황진미 평론가는 “주인공 자홍(차태현)은 투잡, 스리잡을 하는데도 가난한 워킹푸어다. 가난해서 ‘결혼’을 통한 새로운 가족도 구성하지 못했다. 삼포세대로 불리는 현시대 젊은이들 상황과 딱 맞아떨어진다”며 구시대적 신파가 아닌 요즘 세대에 설득력이 강한 신파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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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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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대작 중 유일하게 ‘12살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을 만큼 자극적인 코드가 없었던 점도 가족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일조했다.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강철비>와 <1987>이 20대 미만 관객에겐 다소 문턱이 높은 것에 견줘 <신과 함께>는 “초등생 자녀와도 함께 볼 수 있는 ‘착한 영화’이자 ‘위로를 주는 영화’인 점이 관객층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씨지브이(CGV) 리서치센터가 12월20일(개봉날)~1월1일 관람객 300여만명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10대 이하 관객 비율이 4.6%로 같은 기간 평균(3.4%)보다 높았다. 또 가족 관객으로 분류되는 3인 이상 관람객 비율도 32.2%에 달했다.
원작 웹툰의 인지도 역시 든든한 디딤돌이 됐다. 2010년 연재 이후 1억 뷰를 돌파하고, 단행본만 무려 45만권이 팔려나간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해 영화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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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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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여름용으로 기획됐지만 개봉을 늦춰가며 시각적 특수효과에 공을 들인 것도 후한 점수를 얻었다. <신과 함께>는 75억원을 쏟아부어 전체 장면 가운데 90%에 컴퓨터그래픽을 입혔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저승’이라는 공간을 극적으로 잘 살려낸 것이 한국에선 안 통한다는 판타지 장르에 대한 거부감을 상쇄시켰다. 양경미 평론가는 “역대 천만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 한국인은 비현실적인 판타지보단 사회·정치적 현실을 담은 영화를 좋아한다. 한국에서 판타지 장르는 불모지였다”며 “<미스터 고>를 통해 시각적 특수효과 노하우를 쌓은 김용화 감독은 진일보한 기술력으로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판타지 외피에 가족애의 메시지를 담아 현실적 무게감을 더한 게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한국형 판타지 블록버스터’를 내세운 <신과 함께>의 1000만 돌파는 한국영화의 장르적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1·2편 동시 제작이라는 실험이 성공하면서 영화 제작 시스템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1편의 기록적인 성공으로 올여름 개봉할 2편은 그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 김용화 감독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2편을 한꺼번에 제작한데다 한국에서 제대로 시도한 적 없는 판타지에 도전했다. 너무 힘든, 도박과 같은 일이었다. 새로운 장르로 천만의 벽을 깼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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