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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21 18:26 수정 : 2017.11.21 20:46

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 이십세기폭스사 제공

추리 고전 ‘오리엔트 특급살인’
43년만에 리메이크…29일 개봉

조니 뎁·주디 덴치…초호화 캐스팅
열차 내부 완벽 재연 볼거리 촘촘

‘대화 장면’ 잦아 속도감 떨어져
원작 빠삭한 관객 마음 잡을지 관심

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 이십세기폭스사 제공
“그의 소설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권만 읽은 사람은 없다.”

세계적으로 40억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려 “성경과 셰익스피어 작품 다음으로 많이 팔린 작가”로 불리는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 그의 작품 중에서도 고전으로 꼽히는 <오리엔트 특급살인>이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무릇 추리소설의 묘미는 비약을 거듭하는 놀라운 상상력과 허를 찌르는 치명적 반전, 손톱만한 증거 하나로도 기막힌 추리력을 발휘하는 탐정의 두뇌 회전을 엿보는 데 있다. 과연 이 과정과 결말을 모두 아는 관객에게 영화가 소설 이상의 짜릿한 쾌감을 선사할 수 있을까? 올해 들어서만 <살인자의 기억법>, <석조저택 살인사건>, <7년의 밤>(미개봉) 등 추리소설 원작의 한국 영화도 속속 만들어졌지만 평가는 엇갈린다. 심지어 <오리엔트 특급살인>은 1974년에도 이미 시드니 루멧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바 있다.

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 이십세기폭스사 제공
2017년 버전 <오리엔트 특급살인>(29일 개봉)의 줄거리는 소설의 얼개를 그대로 따른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영국 런던으로 향하는 초호화 특급열차. 눈사태로 기차가 멈춰선 어느 날 밤, 승객 중 한 명인 라쳇(조니 뎁)이 살해된다. 기차에 우연히 탑승했던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케네스 브래나)는 밀폐된 1등석 손님 13명 중 누가 살인범인지 수사에 나선다. 과학수사대(CSI)처럼 물리적 증거를 찾아내 수사하는 셜록 홈스와는 달리, 뛰어난 관찰력으로 13명의 용의자에게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결함을 파고들며 단서를 분석하는 푸아로의 수사 과정이 영화의 줄기다.

원작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관객이라면 용의자 각각의 특징과 공통점을 찾아나가는 푸아로의 추리에 동참하면서 각 인물이 던지는 사소한 거짓말과 단서의 허점을 찾아내 퍼즐을 꿰맞추는 즐거움에 몰입하면 된다. 원작을 잘 아는 추리 마니아라면,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배우들이 소설 속 인물을 어떻게 구현해 내는지, 그 고전적이고 우아한 연기를 감상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겠다. 주디 덴치, 페넬로페 크루스, 윌럼 더포, 미셸 파이퍼 등 쟁쟁한 배우들이 열연한다. <토르: 천둥의 신>을 연출했으며 이번 영화의 감독·주연을 맡은 케네스 브래나의 연기를 특별히 눈여겨보자. 앨버트 피니, 잉그리드 버그먼, 리처드 위드마크, 버네사 레드그레이브, 앤서니 퍼킨스, 숀 코너리 등 당대를 풍미한 배우가 총출동해 관객과 평단을 두루 사로잡았던 1974년 버전과 캐릭터별로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싶다.

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 이십세기폭스사 제공
시각적 볼거리는 넘쳐난다. 특히 1977년 5월19일을 끝으로 사라진 오리엔트 특급열차의 내부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한 고풍스러운 미장센이 놀랍다. 오리엔탈풍 카펫, 마호가니 나무 패널, 스페인 가죽으로 꾸민 안락의자 등 호화로운 장식이 눈부시다. 신분과 부가 세습되던 시기,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수단이었을 ‘오리엔트 특급 일등실 여행’이 어땠을지 촘촘히 보여준다.

다만, 원작의 맛을 살리려다 보니 대화 장면이 주를 이뤄 속도감이 떨어지고 다소 늘어지는 점이 아쉽다. 냉철한 이성으로 정의를 추구하면서도 선과 악, 그 분명치 않은 경계에 갈등하는 푸아로의 고뇌를 반복적인 ‘대사’를 통해 강조하는 후반 장면은 너무 직설적이어서 영화의 풍미를 되레 반감시킨다. 용의자 수를 ‘12명의 배심원’이라는 상징으로 풀어낸 1974년 버전이 상대적으로 더 세련된 느낌이랄까. 감독은 시리즈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관객이 후속작을 기대할 만큼 합격점을 줄지는 미지수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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