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15 16:54
수정 : 2017.11.1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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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스티스 리그>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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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이 심폐소생 시킨 DC 코믹스, 부활의 쐐기 노려
배트맨·원더우먼·아쿠아맨·플래시·사이보그…슈퍼맨까지 회생
존재감 약한 악당·팀 결성까지 전개 느슨해 지루한 건 약점
마초 아쿠아맨·잔재미 주는 플래시 등 새 캐릭터 매력 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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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스티스 리그>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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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마블’과 쌍벽을 이뤘지만 최근 내리막길을 걸었던 ‘디시(DC)코믹스’. 위기의 디시를 심폐소생시킨 <원더우먼>(지난 5월 개봉)의 잔상이 잊히기 전에 ‘명가 부활’의 쐐기를 박고 싶었던 걸까? 디시가 이번엔 히어로 군단을 총출동시킨 <저스티스 리그>로 돌아왔다. 원더우먼, 배트맨, 아쿠아맨, 플래시, 사이보그 그리고 디시 히어로의 대명사 슈퍼맨까지 회생시켰다. 마블의 <어벤져스>에 대적할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뚜껑을 연 <저스티스 리그>는 ‘디시의 환골탈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 정도는 받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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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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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의 ‘망작 오브 망작’으로 꼽히는 <배트맨 대 슈퍼맨>을 기억하기조차 싫은 팬들이 많겠지만, <저스티스 리그>는 <배트맨 대 슈퍼맨>의 연장선에 있다. 이 작품의 부제가 바로 ‘저스티스의 시작’이었다.
이야기는 배트맨과 격돌 뒤 괴수 둠스데이에 의해 슈퍼맨(헨리 캐빌)이 죽음을 맞은 <배트맨 대 슈퍼맨>의 마지막과 맞물린다. 슈퍼맨 없는 지구에 빌런(악당) 스테픈울프가 파라데몬 군대를 이끌고 침공한다. 스테픈울프는 시공간, 에너지, 중력을 통제해 행성까지 파괴할 수 있는 힘을 지닌 ‘마더 박스’ 3개를 손에 넣어 지구를 멸망시키려 한다. 배트맨(벤 애플렉)은 혼자서는 싸워 이길 수 없음을 깨닫고 원더우먼(갈 가도트)과 함께 또 다른 영웅들을 찾아 나선다. 그들이 바로 <배트맨 대 슈퍼맨> 속 악당 ‘렉스 루터’의 데이터베이스에 나왔던 ‘메타휴먼’. 바다를 조종하는 힘을 지닌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초인적인 반사신경과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플래시’(에즈라 밀러), 모든 컴퓨터와 연결 가능한 반인반기계 ‘사이보그’(레이 피셔) 등 5명은 저스티스 리그를 구성해 스테픈울프에게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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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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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 리그>의 스토리는 ‘최강 악당 등장―영웅들의 티격태격―팀 구성―최후결전―되찾은 평화’라는 히어로물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게다가 힘의 근원(마더 박스)에 대한 개연성 부족, 스테픈울프라는 기대보다 약한 존재감 등은 그간 디시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시나리오의 부실함을 더 부각한다. 새로운 영웅이 모여 팀을 결성할 때까지의 전개도 느슨해 살짝 지루한 감이 든다. 하지만 <저스티스 리그>의 가장 큰 수확이 있으니, 바로 새로운 캐릭터의 매력 발견이다. 다소 마초적이지만 독보적 존재감을 발휘하는 ‘아쿠아맨’은 다음번 솔로 무비(<아쿠아맨>·2018)를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심각하고 음습한 디시의 세계관에 유머와 잔재미를 불어넣는 ‘플래시’도 귀여움이 넘친다. <어벤져스>의 ‘스파이더맨’만큼은 아니지만, 소년답게 적당히 가볍고 수다스럽다. 이들이 펼치는 후반부 액션 역시 리듬감이 넘치고 강렬하다. 딸의 죽음으로 갑작스레 하차한 잭 스나이더 감독 대신 <어벤져스> 1·2의 각본·연출을 맡았던 조스 위던이 합류한 효과가 십분 발휘된 걸까? 마치 ‘<저스티스 리그>에 <어벤져스>의 기운을 이식했다’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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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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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점’ 원더우먼도 디시를 구원한 여전사로서 제구실을 다시 한번 톡톡히 해낸다. 슈퍼맨의 재등장 전까지 영웅들을 다독이고 호쾌한 액션까지 펼치며 활약한다. 다만 팀의 리더 격인 배트맨의 카리스마가 못내 아쉽다. “당신의 슈퍼 파워는?”이라는 물음에 “돈!”이라고 답하는 배트맨이지만 시속 330㎞의 배트 모빌, 나이트 크롤러(강철 탱크), 플라잉 폭스(하이브리드 항공기) 등 온갖 첨단무기를 장착했음에도 그 ‘돈 자랑’마저 충분치 않게 느껴진달까. 그나마 존재론적 고민에서 헤어나 ‘지구를 지켜라’로 목적의식이 집중된 것은 다행스럽다.
너무 큰 기대만 갖지 않는다면 <저스티스 리그>는 유쾌하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오락영화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흘러나오는 ‘컴 투게더’에 심장이 고동친다면 이 올스타전을 꽤 잘 즐겼다는 뜻이다. 남은 것은 흥행 여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맞선 ‘디시 익스텐디드 유니버스’의 한국 성공은 500만을 향해 질주하는 <토르: 라그나로크>를 저지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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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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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이 영화의 덤 3가지.
1. 방광 용량 작은 관객에게 희소식. 영웅이 떼로 나오는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단 119분이다.
2. 한류의 힘? 한국 팬을 향한 낚시질? 블랙핑크의 히트곡 ‘마지막처럼’이 꽤 길게 삽입된다.
3. 마블 못지않은 쿠키영상. 첫 번째는 기분 좋은 웃음을, 두 번째는 다음편 떡밥을 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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