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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1.09 11:50 수정 : 2017.11.13 21:34

김혜수·이선균의 ‘미옥’-신하균·도경수의 ‘7호실’
두 신인감독 작품 중 관객은 누구 손 들어줄까?
‘미옥’ 모성애 강조하다 여성 캐릭터 잘 못살려
‘7호실’ 블랙 코미디에 현실의 문제 잘 버무려

올해 신인감독들의 질주가 거센 가운데, 11월에도 신인감독이 연출한 영화 두 편이 격돌을 앞두고 있다. ‘여성 누아르’를 표방한 이안규 감독의 <미옥>(9일 개봉)과 이용승 감독의 ‘블랙 코미디’ <7호실>(15일 개봉)이다. 데뷔 30년차 베테랑 여배우 김혜수를 무기로 강렬한 색채를 드러내고자 한 <미옥>과 신하균·도경수 콤비의 조화를 내세워 ‘웃픈’ 세태를 꼬집고자 한 <7호실> 중 관객은 어떤 작품에 더 후한 점수를 줄까? 두 작품을 미리 만나봤다.

영화 <미옥> 중 한 장면. 영화인 제공
■ 여성 누아르에 여성은 없고 엄마만 있다 오랫동안 누아르는 남성배우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차이나타운>, <악녀> 등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여성 누아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화 <미옥>은 그 중간다리 역할을 해줄 중요한 작품으로 꼽혀왔다. 게다가 끝을 모르고 변신을 거듭해온 김혜수표 영화라니.

범죄조직을 유력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해온 김 회장(최무성)의 오른팔 나현정(김혜수)은 새로운 삶을 위해 이 일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한다. 현정을 마음에 품은 채 조직의 해결사 노릇을 하는 임상훈(이선균)은 그런 현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한편, 현정에게 치명적 약점을 잡힌 검사 최대식(이희준)은 호시탐탐 반전의 기회를 노린다. 현정이 꼭꼭 숨겨둔 비밀을 대식을 통해 알게 된 상훈은 폭주하게 되고, 대식과 손을 잡으며 현정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

영화 <미옥>의 한 장면. 영화인 제공
영화는 처음부터 작정한 듯 언밸런스한 은발을 휘날리며 우아한 섹시미를 뿜어내는 배우 김혜수를 전면에 내세운다. 과감하고 화려한 의상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김혜수의 겉모습은 ‘여성 누아르’의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다. 담배를 피워 무는 손짓 하나, 거친 욕설을 내뱉는 입 모양 하나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이런 각각의 캐릭터를 관객에게 설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미옥>은 ‘두 가지 지독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현정을 향한 상훈의 집착에 가까운 사랑과 현정의 애끊는 모성애가 그 두 축이다. 하지만 러닝타임 내내 상훈의 맹목적 사랑의 이유는 제시되지 않는다. 관객이 “왜?”라는 질문을 수십번 던질 때쯤 나오는 “처음 여기 칼 맞았을 때 누나가 꿰매줬지”라는 식의 대사가 그 모든 감정을 함축하듯 튀어나올 뿐이다.

영화 <미옥>의 한 장면. 영화인 제공
현정의 모든 행동과 심리변화를 ‘모성애’라는 단 하나의 틀로 엮어내려는 것도 너무나 구태의연하다. 조직의 언더보스로 차갑고 냉철한 이성으로 무장해 김 회장과 상훈을 손아귀에 쥐었어야 할 현정이 되레 상훈의 감정에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모성애에 휘둘리다 보니 서사의 완결성은 무너져버린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많은 한국 영화의 한계를 <미옥> 역시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영화 <7호실>의 한 장면. 명필름 제공
■ 인생 자체가 마이너스인 ‘을’들의 사투기 <7호실>은 한정되고 밀폐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을’들의 생존 사투기다. 배꼽 빠지게 웃다가도 문득 씁쓸해지는 ‘블랙 코미디’의 장르적 특성을 잘 살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녹여내려 한다.

망해가는 디브이디(DVD)방을 운영하는 두식(신하균). 전세금을 빼 차린 가게지만, 파리만 날리자 대리운전 알바까지 뛴다. 이 가게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직했다 월급이 두 달째 밀려 발목이 잡힌 태정(도경수). 그 역시 학자금 대출 때문에 불어난 빚에 허덕이긴 매한가지다. 둘 다 가게가 팔려야 빚을 청산할 수 있는 상황. 어느 날 태정은 아는 형들에게서 ‘중요한 물건’을 잠시 맡아주면 큰돈을 준다는 의뢰를 받게 된다. 두식 역시 가게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만, 계약하기 직전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해 위기에 몰린다. 태정과 두식 모두 자신의 비밀을 디브이디방 ‘7호실’에 숨기게 되고, 각자 이 방을 사수하려 하면서 갈수록 사건은 꼬이게 된다.

<7호실>의 한 장면. 명필름 제공
영화는 현실의 뒷모습을 예리하게 저며낸다. 두 주인공 두식과 태정은 겉으로는 갑(사장)-을(알바생)의 관계처럼 보이지만, 자본주의 사회 속 실제 계급은 둘 다 ‘을’이다. 월세와 보증금을 올리겠다는 건물주를 찾아가 휘발유를 뿌려보지만 결국 고개 숙이고 제 손으로 그걸 닦아야 하는 두식, 학자금 이자 때문에 노트북을 전당포에 맡기며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주인과 승강이를 벌이는 태정은 결국 같은 처지다. 돈을 갚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짓임을 알면서도 저지르고, 죄책감에 치 떨면서도 은폐에 나서는 모습은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 놓은 덫에 걸린 이들에게 개인의 도덕성을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보여준다.

영화 <7호실>의 한 장면. 명필름 제공
영화는 시종일관 이들이 범죄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빵 터지는 웃음에 기댄다. 훅보단 잽과 같이 빠르고 가벼운 웃음이지만, 결국 가슴 한편을 무겁게 하고 입을 쓰게 만드는 것이 <7호실>이 보여주는 미덕이다.

신예 이용승 감독은 독립영화 시절부터 유지해온 문제의식을 상업영화의 틀 속으로 옮겨오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는 짜임새 있는 연출력을 보여준다. 데뷔 20년차 신하균에게 기울지 않는 ‘잘 자란 연기력’을 선보이며 힘을 보탠 도경수 역시 칭찬받을 만하다. ★★★★☆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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