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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23 18:59 수정 : 2017.10.24 10:17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한 장면. 홀리가든 제공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리뷰

소년과 시한부 소녀의 우정·사랑 통해
혼란스럽고 복잡한 인간관계·감정이
‘삶의 증거’라는 사실 아름답게 그려내
황량하고 답답한 일상에 ‘치유의 힘’ 되기도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한 장면. 홀리가든 제공
사무실 책상 서랍에 사직서를 넣어두고 지내는 남자 시가 하루키(오구리 ??, 고교 시절은 기타무라 다쿠미). 다른 이와 관계 맺기를 싫어하는 그에게 고등학교 교사 생활은 적성에 안 맞는다. 틈만 나면 사직서를 만지작거리며 버티길 7년째. 모교에 부임해 일하던 그는 도서관 철거를 앞두고 학생들과 함께 장서들을 정리하는 일을 맡는다. 고교 시절 추억이 어린 도서관에서 그는 친구 야마우치 사쿠라(하마베 미나미)와 12년 전 나누었던 깊은 우정과 풋풋한 사랑을 떠올리게 되고, 그녀가 남긴 선물도 찾아낸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한 장면. 홀리가든 제공
공포영화 제목 같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이런 이야기의 틀 안에, 소년과 소녀가 함께 보낸 눈부신 시간을 끼워넣었다. 2015년 6월 발행돼 250만부나 팔리며 ‘췌장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과 달리 영화는 ‘12년 뒤’라는 장치를 더해 애틋함을 배가한다.

췌장에 병이 생겨, 남은 시간이 길어야 1년인 사쿠라는 반 친구들에게 사랑받는 소녀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친구들의 걱정과 슬픔으로 채우기 싫어 가족들 말고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병을 알리지 않는다. 그러다, 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말도 섞은 적 없는 급우”인 하루키가 우연히 사쿠라의 일기장을 주워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은 “비밀을 아는 클래스메이트”, “사이좋은 친구”로 점점 가까워진다.

바랜 듯한 조명,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주인공, 도서관이 주요 배경이라는 점 등에서 영화는 일본 청춘멜로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러브레터>와 비교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묻는다. 산다는 게 무슨 의미냐는 하루키에게 사쿠라는 이렇게 말한다. “혼자 있으면 살아있다는 걸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감정과 관계들이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해주지. 그러니 산다는 건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이야. 내가 해온 선택과 네가 해온 선택, 스스로의 의지로 만나게 되는 거라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한 장면. 홀리가든 제공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서로를 아끼고 힘이 돼주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황량한 현실에서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갑갑한 가슴이 그들 덕분에 내가 행복하구나 하는 깨달음에 잠시나마 치유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단순히 청춘물, 또는 로맨스물로 규정할 수 없는 이 영화의 미덕이다.

여주인공의 이름이 사쿠라, 즉 벚꽃과 같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이들의 청춘처럼 숨막히게 빛난다. 비바람에 꽃이 지고 나면 언제 그 자리에 벚꽃이 있었던가 싶지만, 꽃눈은 그저 잠시 숨어 있을 뿐 사라지는 게 아니다. 사쿠라 역시 목숨을 잃지만, 하루키와 다른 친구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다. 그래서 누군가의 내장을 먹으면 먹은 사람 안에서 그 영혼이 영원히 살아간다는 일본 속설에서 따온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제목은, 섬뜩한 첫인상과 달리 누군가를 이보다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없는 궁극의 위로처럼 읽힌다. 25일 개봉.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한 장면. 홀리가든 제공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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