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29 13:36
수정 : 2017.09.29 14:09
한가위 연휴 볼만한 영화
아이들과 함께라면 ‘땐뽀걸즈’
엄마 손잡고 ‘우리의 20세기’
동물 사랑한다면 ‘고양이 케디’
극장가 대목은 추석과 설 연휴다. 유난히 한국영화, 가족영화가 잘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영화는 ‘자막이 없는 영화’라는 뜻이고, 가족영화는 연령대를 불문하고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거나 눈물바람이 되는 드라마라는 뜻이다. 유례가 없는 장기 연휴가 예정된 이번 추석 연휴에도 그런 영화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화제작은 <아이 캔 스피크>(12살 관람가)와 <남한산성>(15살 관람가)이다. <아이 캔 스피크>는 나옥분(나문희)이라는 노인이 영어를 배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왜 할머니는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할까. 벌써 10년 전 일이 된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 통과를 위해 노력한 이용수 할머니와 고 김군자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아픈 역사를 유머와 함께 담아내면서 어떻게 ‘무례하지 않을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로 완성되었다. 나문희의 웃기고 울리는 연기는 가히 접신의 경지라 부를 만하다.
<남한산성>은 소설가 김훈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말의 정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병자호란이라는, 가장 말과 멀었어야 했던 시기를 두고 보여주는 영화다. 캐스팅도 화려한데, 최명길을 이병헌이, 김상헌을 김윤석이, 인조를 박해일이, 이시백을 박희순이, 서날쇠를 고수가 맡았다. 김훈 소설의 비장미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 다만, 최수종으로 상징되는 티브이 사극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조미료가 덜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유쾌한 한국 다큐멘터리도 있다. <땐뽀걸스>(12살 관람가)는 구조조정이 시작된 조선소에 취업을 준비하는 거제여상 2학년 학생들이 동아리 땐뽀반(‘땐스 스뽀츠’의 줄임말) 활동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티브이 다큐를 영화판으로 재가공했다. 강도 높은 액션영화를 찾고 있다면 마동석, 윤계상이 출연하는 <범죄도시>(청소년 관람불가)를 찾아보시길. 형만한 아우 없다는 평을 받기는 했지만 전세계적으로 흥행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킹스맨: 골든 서클>도 팝콘무비를 찾는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전체관람가 등급 중 가장 눈에 띄는 영화는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이다. 3살 때부터 자폐증상을 보이며 말을 하지 않게 된 23살 청년 오언 서스카인드는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으로 세상을 배우고, 이해하고, 소통을 시작한다.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자폐인의 성장을 돕는 가족과 사회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추석처럼 여성의 현실에 대해 생각하기 좋은 때는 또 없을 것이다. <비기너스>로 75년 만에 동성애자로 살게 된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했던 마이크 밀스 감독은 <우리의 20세기>(15세 관람가)에서 1979년을 살았던 세 여성을 그렸다. 20세기 여성들은 21세기와 얼마나 다르고 같은가. 아네트 베닝과 그레타 거윅, 엘 패닝이 40년 전의 시간을 유려하게 되살려낸다. 코믹한 애니메니션 <레고 닌자고 무비>(전체 관람가)와 터키 이스탄불 길고양이의 삶을 담아낸 <고양이 케디>(전체 관람가)도 추석 연휴 기간에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다혜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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