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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20 19:23 수정 : 2017.09.20 21:41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킹스맨: 골든 서클’ 리뷰

미국으로 활동반경 넓힌 ‘킹스맨’
액션·볼거리 등 넘쳐나지만
B급 정서의 쫀쫀한 언어유희 실종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2015년 개봉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말쑥하게 갖춰 입은 신사가 선보이는 다채로운 액션과 구성진 입담을 내세워 한국에서만 613만 관객을 끌어모으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괜한 감정 호소에 기대는 법 없이 말초적인 재미를 펼쳐놓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그렇게 전세계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액션 시리즈로 발돋움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영국 신사들이 <킹스맨: 골든 서클>(이하 <골든 서클>)로 돌아왔다.

비밀 첩보조직 킹스맨 요원 에그시(테런 에저턴)가 괴한에게 습격당하고, 며칠 뒤 킹스맨 본부가 거대 마약상 포피(줄리앤 무어)의 미사일 테러로 완전히 파괴된다. 운 좋게 목숨을 구한 에그시와 멀린(마크 스트롱)은 목숨을 잃은 동료들을 추모하다가 위스키 병에서 ‘미국 켄터키’라는 키워드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건너가 비밀 조직 ‘스테이츠맨’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본거지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해리(콜린 퍼스)를 만난다. 전편이 평범하게 살아온 에그시가 해리의 도움을 받아 킹스맨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2편은 어엿한 킹스맨이 된 에그시가 아슬아슬하게 임무를 수행하며 아버지 같은 해리의 회복을 돕는 걸 보여주면서 서사를 이끌어간다.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킹스맨이 미국을 배경으로 활약한다는 설정에서 비롯된다. 영국 배우들로 캐스팅을 가득 채웠던 전편과 달리, <골든 서클>은 줄리앤 무어, 핼리 베리, 채닝 테이텀 등 미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을 적극 기용했다. 그러나 활용도는 다소 미미하다. 정작 기존의 캐릭터와 새로 합류한 미국인 캐릭터가 부딪힐 때 일어나는 앙상블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인다. 카메오처럼 보였던 영국의 국민가수 엘턴 존이 조연 중 가장 눈에 띄는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 그 인상을 키운다. “영국도 지구를 구원할 수 있다”고 주장하려는 의지가 역력하달까.

킹스맨의 활동 반경이 넓어진 만큼 스케일도 한껏 불어나, 속편으로서 위용을 제대로 과시한다. 1편에서 유독 사랑받았던 장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팬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운을 떼며 시작하는 술집 액션 신, 현란한 카메라워크와 긴 호흡으로 쏟아내는 교회 액션 신 등 전편의 쾌감을 이어간다. 변신자동차, 로봇맹견 등 독특한 아이템들도 대거 등장해 시리즈의 특색을 갖췄다. 자극적인 폭력 묘사는 그 수위를 한껏 높였다.

하지만 전편과 속편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신사 문화와 비(B)급 정서의 ‘쿨한’ 조합으로 독특한 존재감을 획득했던 전편과 달리, 동료들의 연이은 죽음과 (전편에서 구출한) 틸드 공주와의 로맨스가 얽혀 있는 <골든 서클>은 감동에 기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전편에서 쫀쫀한 언어유희가 담당하던 위트는 화장실 유머로 대체됐다.

악당들의 매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특히 아쉽다. 1편의 가젤(소피아 부텔라)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없기 때문에 임무 수행 과정에 좀체 긴장이 붙지 않고, 오지에서 우아하게 명령만 하달하는 메인 빌런 포피는, 피를 무서워하며 지구인 몰살을 계획하는 사이코패스 밸런타인(새뮤얼 엘 잭슨)을 대체하기에 역부족이다. 세계 3대 영화제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섭렵한 명배우 줄리앤 무어가 지금껏 보여준 에너지를 떠올린다면 아쉬움은 배가 된다.

문동명/<씨네플레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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