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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10 11:07 수정 : 2017.09.13 19:08

배우 설경구. 쇼박스 제공

[인터뷰] ‘살인자의 기억법’ 주연 설경구

치매 걸린 60대 살인자 연기하려
하루 줄넘기 1만개로 10kg 감량
그렇게 건조한 ‘얼굴’을 만들었다
“배우는 얼굴을 바꿔야겠더라고요”

배우 설경구. 쇼박스 제공

데뷔 때부터 굵직한 작품을 통해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 설경구(50)는 “영화를 ‘감독의 예술’이 아닌 ‘배우의 예술’로 만든다”는 평가를 받는 연기파 배우다.

시대의 아픔을 관통해낸 <박하사탕>의 영호, 밑바닥 인생의 절절한 사랑을 표현한 <오아시스>의 종두, 일본 열도를 뒤흔든 영웅이지만 나라 잃은 불행한 레슬러 <역도산>, “정의란 무엇인가”를 물으며 통쾌함을 안겨준 <공공의 적>의 꼴통 강철중, 비열한 웃음과 강렬한 눈빛으로 포효했던 <불한당>의 재호까지….

이번엔 ‘치매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다. 김영하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돌아온 설경구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배우 설경구. 쇼박스 제공
“언제부턴가 비슷한 연기를 하는 것 같아 불만과 고민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캐릭터의 ‘얼굴’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이 캐릭터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하는. 그러다 보니 얼굴을 바꿔야겠더라고요. 원작 속 ‘병수’는 뭔가 기름기 없는 건조한 느낌이어서 그걸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죠.”

<살인자의 기억법>은 치매에 걸린 연쇄살인마 ‘병수’가 또 다른 연쇄살인마 ‘태주’(김남길)를 만나면서 자신의 딸인 은희(설현)를 지키기 위해 망각과 싸우는 이야기다. 치매에 걸린 60대 초반 ‘병수’를 연기한 그는 10㎏ 넘게 살을 뺐다. “<나의 독재자> 찍을 때 특수분장을 했는데, 부자연스러웠어요. 중늙은이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지 감독님과 상의하다 제가 그랬죠. ‘그냥 제가 늙을게요.’ 하하하.”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줄넘기를 하루 1만번씩 했다. “어느 날엔 촬영시간 맞추려고 새벽 1시에 일어나 줄넘기를 했어요. 병수가 살인을 습관처럼 하듯, 저도 습관처럼 줄넘기를 한 거죠.” 그런 강박 탓일까. “얼굴 좋아졌다”는 흔한 인사치레에도 불안이 밀려왔다. “살을 빼고 촬영장에 갔을 때 감독과 스태프들이 ‘왜 이리 말랐냐’고 걱정을 하는데, 그 소리가 ‘참 잘했어요’로 들렸어요. 하하하.”

감독만큼이나 설경구에게도 ‘원작’의 부담감이 컸다. 자칫 ‘원작을 망쳤다’는 비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원작을 리모델링하는데, 원신연 감독은 아예 뼈대만 남기고 재건축을 했어요. 영화는 원작보다 각 캐릭터의 존재감이 커졌죠. 민태주와 안병만(오달수)을 살려낸 점이 영화의 장점 같아요.”

배우 설경구. 쇼박스 제공
한동안 그는 작품 외적인 논란에 시달려왔다. ‘비호감’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다녔다. 그랬던 그에게 <불한당> 이후 팬 카페가 생겼다.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팬심 가득한 별명도 붙었다. “저 지금도 비호감이에요. 하하하. <불한당>이 제게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과분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아직 팬덤을 즐길 수 있는 단계까진 나가지도 못했고요.”

데뷔 25년 차, ‘지천명’ 설경구는 여전히 다음 캐릭터의 ‘얼굴’에 온 관심이 쏠려 있다. “25년간 전 롤러코스터 같은 배우였어요. 꽤 흥하기도, 꽤 망하기도 했죠. 차기작은 <한공주> 이수진 감독이 만드는 <우상>인데, 캐릭터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 잠이 안 와요.”

본인 얼굴에는 만족하는지 물었다. ”아~ 제 얼굴요? 아직까진 감사하게도 괜찮은 것 같아요. 하하하. 나이가 들어도 눈은 늙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호기심 반짝이는 ‘청년의 눈’이면 좋겠네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잉여싸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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