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22 11:02
수정 : 2017.08.2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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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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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남한산성’, ‘7년의 밤’ 스크린에
김영하·김훈·정유정 이름값 맞는 흥행성적 거둘까 관심
“자칫 ‘원작 망쳤다’ 비난…원작 매력에 연출력 가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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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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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첫 천만 영화 배출로 ‘뜨거운 여름’을 보낸 극장가는 가을부터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의 격돌장이 될 전망이다. 서점가에서 탄탄한 독자층을 거느린 스타 작가의 단단하고 유려한 문장이 스크린에서 관객을 사로잡는 영상으로 되살아날지 관심이 쏠린다.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살인자의 기억법>은 다음달 7일로 개봉일을 확정했다. 연쇄살인범이었던 70대 주인공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고, 주위를 맴도는 또 다른 연쇄살인범을 직감적으로 알아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세븐 데이즈>, <용의자>의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 감독은 “원작을 40분 만에 독파한 뒤 꼭 영화화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은퇴한 연쇄살인범 역을 맡은 설경구가 특별한 분장 없이 체중 감량만으로 노역을 연기해 화제다. 여기에 오달수·김남길·설현 등이 가세한다. 쇼박스는 <택시운전사>의 여세를 몰아 가을 시장도 접수하겠다는 각오다. 최근하 홍보팀장은 “신선하고 파격적인 설정으로 화제가 된 원작을 탄탄한 바탕으로 하면서도 캐릭터 설정이나 주인공의 감정 변화 등 영화적 요소가 훨씬 더 많이 가미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김영하 작가가 티브이엔(tvN) 예능프로그램 ‘알뜰신잡’에 출연하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원작 소설의 판매 순위가 역주행하는 것도 청신호다. 지난주 영풍문고의 ‘종합 베스트셀러 집계’에 따르면 <살인자의 기억법>은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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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 씨제이이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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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만부 이상 팔린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 역시 9월 말 영화로 재탄생한다. 1636년 인조 14년, 청나라가 조선에 침입한 ‘병자호란’ 당시 고립무원의 남한산성으로 피란한 인조와 신하들이 치열하게 살아낸 47일을 배경으로 한다. 화친을 통해 전쟁을 끝내자는 주화파와 끝까지 싸우자는 척화파가 대립하는 내용이 뼈대다. 원작은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진 충신의 대립과 백성의 수난, 역사상 가장 큰 치욕으로 기록된 ‘삼전도의 굴욕’을 당한 나약한 왕 인조의 이야기를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다뤄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도가니>의 황동혁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이병헌·김윤석·박해일·고수·박희순 등 쟁쟁한 연기자들이 두루 포진했다. 씨제이이앤엠 윤인호 홍보팀장은 “감정을 배제한 원작 특유의 냉정하고 논리적인 말의 매력이 스크린에서도 그대로 살아난다. 이병헌과 김윤석의 연기 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을 영화가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원작의 무게감과 함께 드라마적 재미까지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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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년의 밤>. 씨제이이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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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개봉 예정인 <7년의 밤>은 ‘한국의 스티븐 킹’으로 일컬어지는 정유정 작가의 2011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호수를 낀 마을 세령호에서 벌어진 우발적 살인사건을 계기로 모든 걸 잃게 된 한 남자와 그 실수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또 다른 남자의 악연을 다룬다. 강렬한 문체, 압도적 서사로 국내 스릴러 장르문학으로서는 이례적인 50만부라는 판매고를 올렸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로 1232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작이 가진 속도감과 서스펜스, 그리고 인물 사이의 대립구도를 얼마나 잘 표현하는지가 흥행의 방향타를 정할 전망이다. 류승룡·장동건이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것도 관심을 끈다.
정지욱 평론가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할 경우, 홍보에 유리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잘해야 본전이고 원작을 조금만 훼손해도 ‘원작을 망쳤다’는 비난을 당할 수 있다”며 “원작에 충실하되 영화라는 장르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뛰어난 연출’을 가미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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