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09 11:37
수정 : 2017.08.0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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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산범>의 한 장면. 뉴(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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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유일한 한국 공포영화로 ‘청각 공포물’ 표방
사람 목소리 흉내내는 전통민담 속 괴수 이야기
‘호러퀸’ 복귀한 염정아·아역 신린아 연기 볼거리
엉성한 플롯·어설픈 시각효과 등으로 재미 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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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산범>의 한 장면. 뉴(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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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극장가의 유일한 한국 공포영화 <장산범>은 ‘청각(사운드) 공포물’을 표방한다. 장산범은 듣고 싶은 이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사람을 홀린다는 전통민담 속 괴수다. 지난 2013년 ‘일상 공포’를 소재로 한 <숨바꼭질>로 56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허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어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소재의 독특함을 무기로 한 이 영화가 무더위 속 관객의 목덜미를 서늘하게 할 공포를 선사할 수 있을까?
영화는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희연(염정아) 가족이 도시를 떠나 시골 장산으로 이사를 오며 시작된다. 하지만 이사 첫날부터 집 주변 분위기가 으스스하다. 희연의 집 근처 폐쇄된 동굴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끔찍한 모습으로 죽은 주검도 발견된다. 그리고 같은 날 희연과 민호(박혁권) 부부는 겁을 먹은 채 숲 속에 숨어있던 어린 소녀(신린아)를 발견한다. 모성애를 느낀 희연은 소녀를 집에 머물도록 하지만, 아이는 희연의 딸 준희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등 이상한 모습을 보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 치매 시어머니와 남편이 차례로 실종되면서 희연은 가족을 되찾으러 버려진 동굴을 소녀와 함께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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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산범>의 한 장면. 뉴(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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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범은 청각 공포물답게 소리를 이용한 공포에 방점을 찍는다. 아무리 눈을 감고 외면해도 들려오는 소리를 막을 수는 없다. 그 소리는 ‘장산범’이 흉내를 내는 목소리, 즉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고 그리워하는 목소리다. 치매 시어머니에게는 죽은 오빠와 언니 목소리가, 희연에게는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오는 목소리는 등장인물뿐 아니라 관객의 귀를 자극하며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믿을 수 있는 목소리와 믿어서는 안 될 목소리를 분간할 수 없는 혼란, 그 자체가 공포의 원천인 셈이다. 일반 영화의 5배에 달하는 시간을 투자해 후시 녹음을 진행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사운드가 빛을 발한다. 음향시설이 완벽한 극장에서 볼 때 공포가 극대화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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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산범>의 한 장면. 뉴(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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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산범>은 소재의 참신함에도 불구하고 구태의연한 설정에 발목이 잡힌다. 희연 가족의 숨겨진 사연과 맞물리는 모성애는 공포영화의 단골 메뉴다.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섬뜩하고 기괴한 이미지의 시각적 공포는 예측 가능한 타이밍으로 인해 매력이 반감된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장산범을 모티브로 한 무당의 형상은 “제작비가 모자랐던 걸까?”라는 의문이 들 만큼 어설프다. 플롯의 짜임새 역시 엉성하다. 희연이 장산범의 존재를 알게 되는 과정 역시 너무 뻔하다.
엑소시즘에 수사물의 외피를 입힌 <검은 사제들>, 스릴러와 오컬트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한 <곡성>, 좀비 영화에 재난 블록버스터를 가미한 <부산행>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흥행에 성공했던 최근 공포영화의 명맥을 잇기엔 다소 아쉽다.
다만, 배우들의 호연은 칭찬할 만하다. <장화, 홍련> 이후 14년 만에 공포물 나들이에 나선 ‘호러 퀸’ 염정아의 연기는 발군이다. 모성애 가득한 눈물 연기 뿐 아니라 공포로 일그러지는 표정 연기까지 압권이다. 미스터리한 소녀 역으로 출연한 아역 신린아의 인상적인 연기도 감탄을 자아낸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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