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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08 11:51 수정 : 2017.08.09 01:56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키워드로 본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프리퀄 3부작의 대미 장식…15일 개봉 예정
인간과의 공존 믿던 시저의 심리 변화 초점
인류의 미래에 관한 열쇠인 소녀 노바 주목
진일보한 모션캡처·완벽한 서키스 연기 압권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혹성탈출>(1968년) 프리퀄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혹성탈출: 종의 전쟁>(15일 개봉)은 제목과는 달리 단순한 인간-유인원의 전쟁 영화가 아니다. 1·2편에 견줘 훨씬 더 철학적이고 무게감 있는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유인원과 이미 인간성을 상실해버린 인간 사이의 대립은 어떻게 끝을 맺을까? 1편 <진화의 시작>에서 시저의 자아가 성립되는 과정을, 2편 <반격의 서막>에서 시저가 이끄는 진화한 유인원 공동체의 완성을 보여준 맷 리브스 감독은 3편을 통해 유인원만의 새로운 세계가 구축되는 과정을 그려내고자 한다. 3부작의 장엄한 마무리가 될 <혹성탈출: 종의 전쟁>을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미리 살펴본다.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복수심 과학 실험의 실패 탓에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가 유포되며 유인원들의 지능은 나날이 진화한다. 반면 살아남은 인간들은 점차 지능을 잃고 퇴화한다. 유인원이 언젠가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이미 인간성을 잃어버린 대령은 잔인한 방법으로 유인원을 몰살시키려는 사냥에 나선다.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졌던 유인원 우두머리 시저(앤디 서키스)는 대령(우디 해럴슨)에게 가족과 동료를 잃고 분노에 휩싸인다.

영화는 줄곧 시저의 심적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과의 극단적 충돌에도 섣불리 흥분하지 않고, 평화와 공존을 도모했던 시저의 마음이 어떻게 복수와 분노의 마음으로 옮아가게 되는지 묘사하는 과정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복수심은 부패한 인간의 마음에서 나타나는 가장 강력한 열정’(오즈월드 체임버스)이라고 했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유인원 시저는 복수심을 통해 역설적이게도 더욱더 인간적인 모습을 하게 된다. 시시때때로 시저의 환상 속에 등장하는 ‘코바’(인간에 대한 복수심으로 전쟁을 시작하게 한 유인원)의 모습은 증오심에 사로잡힌 인간과 한치도 다르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갈등하는 시저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결국 인간의 이기심과 어리석은 두려움, 그리고 그것이 낳은 복수심이 ‘종의 정점’으로 군림했던 인간을 파멸과 멸망에 이르게 함을 보여준다.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노바 시저와 유인원 일행이 버려진 오두막에서 만나는 신비한 소녀 노바(어마이어 밀러)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언어를 잃었지만, 순수한 인간성을 지키고 있는 독특한 존재다. 유인원이 처한 참혹한 현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시저를 도우려 목숨의 위협까지 무릅쓰는 노바는 증오와 복수심으로 얼룩진 시저의 내면에 한 줄기 빛이 된다. 인간과 유인원의 전쟁 속에 갑작스레 등장한 노바의 존재는 혹한 속에 피어난 한 떨기 분홍꽃과 같은, ‘인류의 희망’을 상징한다. 한편, 유인원을 몰살시키려 혈안이 된 인간과 달리 노바의 존엄을 지켜주기 위해 손을 내민 유인원의 모습은 진정한 인간다움에 대한 답이다.

노바는 1968년 <혹성탈출>에서도 등장한다. 서로 다른 역할이지만, 두 인물은 서로 오버랩될 수밖에 없다. 영화가 시저 일행의 장엄한 대탈출(엑소더스)과 새로운 낙원으로의 여정으로 마무리되는 것, 그리고 그 무리 안에 노바가 함께하는 것은 그가 앞으로 인류의 미래를 가늠케 할 중요한 존재임을 나타낸다. “이번 영화는 1968년 <혹성탈출>로 귀결된다”는 맷 리브스 감독의 말을 떠올려 본다면, 원작 영화와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싶다.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모션 캡처 3편의 가장 놀라운 점은 로케이션 촬영분에 컴퓨터그래픽을 입히는 라이브 모션 캡처와 배우의 섬세한 표정 연기까지 잡아내는 퍼포먼스 캡처 기술이 진일보했다는 점이다. 시저의 내면 갈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스토리인 까닭에 계속해서 시저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데, 어색함이 전혀 없다. 이목구비는 물론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과 그 속에서 드러나는 감정, 주름과 털 하나하나까지 생생하게 느껴진다. 시저라는 캐릭터가 영화 전반에 걸쳐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게 만든 최고 공신은 바로 <반지의 제왕>, <아바타> 등으로 명성을 얻은 세계적인 컴퓨터그래픽의 명가 ‘웨타 디지털’의 기술력이다. 더불어 ‘모션 캡처 연기의 일인자’라고 불리는 앤디 서키스의 연기력은 ‘완벽’이란 말로도 다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완벽하다. 7일 방한한 웨타 디지털의 임창의 감독은 “시저(서키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컴퓨터그래픽의 완성도와 서키스의 연기력이 완벽한 조화를 이뤘음을 자신하는 말로 읽힌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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