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5일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홈커밍>
판권 가져간 소니와 협상 끝 마블과 합작
15살 고딩 영웅 좌충우돌 성장기로 재탄생
아이언맨 등 어벤져스의 특별출연 볼거리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한 장면. 소니픽처스 제공
역시 ‘기른 정’보단 ‘낳은 정’일까. 30여년 만에 소니에서 마블로 ‘홈커밍’(집으로 돌아온)한 스파이더맨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유쾌·발랄·상큼한 소년 영웅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오는 5일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소년의 성장담을 담은 하이틴 무비와 슈퍼히어로물의 적절한 배합에 성공한 작품이다. ‘히어로의 세대교체’를 내건 마블의 전략이 100% 힘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리부트(시리즈의 연속성에서 벗어나 캐릭터와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 말고는 답이 없냐”는 비아냥을 당했던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지만, 이런 리부트라면 언제든 환영을 받을 만하겠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마블 캐릭터 중 가장 대중적인 슈퍼히어로인 스파이더맨이 컴백하는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세계 영화팬을 설레게 했다. 1985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마블은 스파이더맨의 판권을 소니픽처스에 넘긴 바 있다. 이후 소니의 품 안에서 샘 레이미 감독이 만든 <스파이더맨>(2002)은 8억20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토비 매과이어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재탄생시켰다. 샘 레이미 감독판 스파이더맨은 <스파이더맨2>(2004), <스파이더맨3>(2007)까지 3부작 시리즈를 성공으로 이끌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후 마크 웹 감독이 앤드루 가필드를 내세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2편을 만들었지만 전작에 견줘 흥행도 평가도 그다지 좋진 못했다. 결국 마블은 소니와의 협상을 통해 스파이더맨을 귀가시키기에 이른다. 앞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출연하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의 합류를 알린 스파이더맨의 본격적인 친정 나들이가 바로 <스파이더맨: 홈커밍>(존 와츠 감독)인 셈이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한 장면. 소니픽처스 제공
소니픽처스의 그늘 아래 만들어진 스파이더맨이 ‘성인이 된 영웅’의 모습을 주로 담았다면, 마블의 구상 아래 그려진 스파이더맨은 열다섯살 소년이다. 혈기왕성하지만 매사 불안정한 사춘기 소년이 엄청난 능력을 얻게 됐으니 마음의 들쭉날쭉함이 오죽하랴.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어설프지만 그래서 더욱 귀엽고 정이 가는 새내기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시작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연결된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뽑혀 그와 함께 활약한 피터 파커(톰 홀랜드)는 새 스파이더맨 슈트를 선물로 받는다. 자신이 어벤져스의 일원이 된 데 크게 고무된 피터는 슈트를 입고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아이언맨의 부름을 기다린다. 피터는 자전거 도둑도 잡고, 길 잃은 할머니를 돕는 소소한 활약을 하는 동네 영웅 역할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은행 자동입출금(ATM) 기기를 터는 도둑을 잡으려다 외계에서 온 물질로 강력한 무기를 제작해 범죄자들에게 공급하는 악당(마이클 키턴)과 마주하게 된다. 스파이더맨은 그를 막기 위해 대결하며 한 단계 성장한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한 장면. 소니픽처스 제공
소년 영웅 피터 파커는 평범하다. 영웅 노릇도 해야겠고, 학업 성적도 유지해야겠고, 짝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기도 해야겠고…. 그 또래 소년이 그렇듯 여러 욕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스파이더맨 슈트를 갈아입다 절친 네드에게 정체를 발각당하고, 용의자를 협박해 자백을 받으려다 “너 처음이지? 연습 좀 하고 오라”는 빈정거림을 당한다.
영국 출신으로 2008년 12살 때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데뷔한 톰 홀랜드는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그동안은 그저 거미줄을 쏘는 것 외엔 이렇다 할 기능이 없었던 스파이더맨 슈트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도 볼거리다. 가슴에서 거미 모양의 드론을 쏠 수 있고, 인공지능으로 위치를 추적하는가 하면, 몸에 맞게 자동착장되는 등 무려 ‘576개’의 놀라운 기능을 탑재해 스파이더맨의 전투를 돕는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한 장면. 소니픽처스 제공
마블의 팬이라면, 어벤져스 멤버들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겠다. ‘모진 애정’을 표방하며, 피터에게 자중하라고 경고하는 잔소리꾼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영화에서 마치 ‘대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토르, 헐크, 앤트맨도 잠깐씩 등장해 눈을 즐겁게 한다. 무엇보다 카리스마와 올바름을 빼면 시체인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는 평소와 달리 이 작품에서 ‘빵 터지는’ 유머 담당으로 거듭났다. 토니 스타크의 연인 페퍼 포츠(귀네스 팰트로), 경호원 해피 호건(존 패브로)의 모습도 반갑다.
아이언맨 말마따나 스파이더맨은 ‘노동자 계급 영웅’이다. 요샛말로 ‘흙수저’인 셈이다. 금수저로 가득한 어벤져스 군단과 차별화에 성공하며 세대교체의 깃발을 든 스파이더맨은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까. 소시민의 영웅인 스파이더맨의 미래가 더 궁금하다.
아, 마블식 ‘쿠키 영상’을 확인하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상식이 된 지 오래일 터다. 참고로 이번엔 두 개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관련 영상] | <한겨레TV> 대중문화 비평 ‘잉여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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