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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27 14:31 수정 : 2017.06.27 20:08

봉준호 감독. 퍼스트룩 제공

여섯번째 영화 ‘옥자’ 개봉 앞둔 봉준호 감독
“가능한 극장서 보고, 휴대폰·노트북은 피하길”
“차기작은 작은 작품…송강호 주연 ‘기생충’”

봉준호 감독. 퍼스트룩 제공
“영화를 둘러싼 외적 논란이 계속되니 좋은 점도 있어요. 스토리나 만듦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니 스포일러는 덜되고, 대신 관심은 늘고…. 하하하.”

<옥자>(29일 개봉) 개봉을 코앞에 둔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봉준호(48) 감독은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특유의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넷플릭스-극장 동시개봉’ 논란이 한달 반 이상 지속되다 보니 “개봉이 아닌 재개봉을 하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와, 하마와 돼지를 합쳐 놓은 듯한 동물 ‘옥자’의 우정을 그린 영화 <옥자>는 미국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600억원을 투자해 만든 영화로,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뒤 영화제 초청 자격 논란이 불거졌다. 이 논란은 국내로까지 번져 씨지브이(CGV) 등 멀티플렉스들이 넷플릭스와의 동시상영을 거부하는 사태로 번지기도 했다. 결국 <옥자>는 대형 멀티플렉스 3사를 제외한 전국 100여개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봉준호 감독. 퍼스트룩 제공
“제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이 170~180개 관으로 상영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그때와 견줘 스크린 수가 크게 늘었지만, 어쨌든 <옥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에서는 가장 많은 스크린을 확보한 영화가 됐어요. 그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봉 감독은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1993)가 단성사에서 194일 동안 상영돼 개봉관 최장 상영기록에, 서울 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사례를 들며 “<옥자>는 <서편제> 같이 상영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옥자>를 극장에 최적화된 영화로 만들고 싶어 압도적인 화소수를 지닌 카메라 알렉사 65로 촬영했고, 2.35대1 시네마스코프 화면비로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와 협업한 것은 모순된 상황이 아니냐고 물었다. “후배들이 우스갯소리로 봉준호·박찬욱·김지운은 좀 해외 가서 찍으라고들 했어요. 일반 영화 8편 정도를 찍을 수 있는 600억원이라는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감독으로서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죠. 하지만 영화를 찍으면서도 최소한 휴대전화나 노트북으로는 보지 못하게 ‘방해’(?)를 하려는 목적으로 넣은 신도 있어요. 될 수 있으면 최상의 컨디션을 갖춘 극장에서 보시되, 집에서 보시더라도 대형 티브이로 봐 주시길 당부드려요.(웃음)”

봉준호 감독. 퍼스트룩 제공
봉 감독은 평소에도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고 했다. <설국열차>의 바퀴벌레로 만든, 마치 양갱을 연상시키는 단백질 블록도, <옥자>에 나오는 대량 생산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돼지고기도 모두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저도 집에서 반려견을 키워요. 식탁 밑에서 개가 돌아다니는데, 식탁 위에서는 삼겹살을 구워 먹어요. 둘 다 동물인데, 우리는 둘을 명백히 구분하잖아요? <옥자>는 그 둘이 구분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불편함’에서 출발해요. 육식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를 대량생산하는 자본주의적 시스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하는 의도였어요.”

<설국열차>를 본 뒤 양갱을 못 먹겠다는 관객들 호소가 있었던 것처럼, <옥자>를 본 뒤에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겨날 것 같다는 핀잔에 봉 감독은 이런 대답을 내놨다. “저도 영화를 찍으며 콜로라도 대량 도축장에 다녀왔는데, 그 후 몇 달 동안 고기를 못 먹었어요. 다른 공장에선 부품을 조립하는데, 거기서는 아름다운 유기체를 갈기갈기 분해하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결국 먹게 되더라고요. 기운이 달리고 몸이 원하니까. 관객들도 그러실 거예요. 다만, 대량 도축 시스템을 줄이기 위해 다 같이 고기를 좀 덜 먹게 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네요.”

봉준호 감독. 퍼스트룩 제공
<설국열차>에 이어 <옥자>까지 두 편 연속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한 봉 감독. 다음 작품은 작은 영화를 기획 중이라고 했다. “기차(설국열차)에 4년, 돼지(옥자)에 4년을 쏟아붓느라 사실 많이 지쳤어요. 하하하. 다음 작품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기생충>(가제)인데, 100% 한국산 영화가 될 거예요. 올 하반기에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내년 초에 촬영할 계획인데…. 송강호 선배의 최종 출연 승낙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네요. 하하하.”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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